당신은 어떤 이유로 하루를 버텨내는가
나는 잘 사는 건지 모르겠다.다만 멈추지 못해서 계속 걷고 있다.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버틴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꿈 때문이라고 말한다. 나는 솔직히 모르겠다. 그냥 멈출 용기가 없다. 그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어쩌면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는지도 모른다.
저 멀리 보이는 편의점 불빛 아래, 계산대에 있는 알바생도 어쩌면 나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졸린 눈을 비비며 시간을 넘기고, 의미 없는 영수증을 끊어내면서도 하루를 끝까지 밀어붙이겠지.
이건 힘들다고 투정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문득 사람들에겐 각자 버티는 이유가 하나씩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가족 때문일 수도 있고, 그저 돈 때문일 수도 있다. 아니면 그냥 내일도 어김없이 긴 하루가 찾아오기 때문일 수도 있다.
물론 나처럼 거창한 이유 없이 계속 움직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버틴다는 건 사실 이유가 있어서가 아니라, 멈추지 못해서 계속 걷는 일인지도 모른다.
이상하게도 내 글에는 엘리베이터가 자주 등장한다. 닫히는 문 사이로 마지막으로 스치는 복도 불빛, 버튼 위에 멈춰 있는 손, 그리고 거울 앞에 서 있는 나.
나는 엘리베이터에 들어설 때마다 거울을 멍하니 바라본다. 힘 빠진 어깨, 생기 없는 얼굴. 놀랍지도 않다. 익숙하다. 그날도 하루를 잘 버텼다는 증거일 테니까.
사실 내가 버티는 이유는 거창하지 않다. 부양할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단지 일을 해야 돈을 벌 수 있고 그래야 원룸의 월세를 낼 수 있다. 그것뿐이다. 꿈도 사명도 아닌, 그냥 끊기지 않기 위해 이어가는 하루.
그래서 나는 굳은 어깨를 주무르고, 저린 발바닥을 바닥에 꾹 눌러 디디고, 뻐근한 손목을 스트레칭하며 출근한다. 나는 오늘도 멈추지 않는 쪽을 선택한다. 그렇게 또 반복되는 하루가 조용히 지나간다.
가끔은 내가 사는 게 아니라, 시간이 나를 데리고 가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특별히 원하는 방향도 없는데, 멈출 용기도 없어서 그냥 끌려가듯 하루를 넘긴다. 잘 살고 있는 건지, 그냥 사라지지 않고 있는 건지조차 잘 모르겠다.
어쩌면 우리는 이유가 있어서 사는 게 아니라, 그냥 멈추지 못해서 하루를 넘기는 건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이유로 오늘을 버텼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