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죽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

사라질 생각을 하던 사람이 오늘을 살아내는 방식

by 히키

나는 한동안, 내가 조만간 내 삶을 놓아버릴 거라고 생각하며 살았다. 그런데 요즘은 오히려 몸이 가볍고 머리도 맑은 느낌이다. 평소에는 하루가 끝나가기도 전에 체력이 먼저 바닥나는데, 요즘은 이상하게 숨이 덜 찬다. 새로 바뀐 수면제가 잘 맞은 덕분인 것 같다. 약을 먹고 전기장판으로 미리 데워둔 이불 속에 들어가면, 신기하게도 10분을 넘기지 못하고 잠에 빠진다.


이렇게 몸이 조금씩 회복되자, 마음도 가만히 있지를 않았다.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내가 기타학원을 다니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초등학생 때 꿨던 수많은 꿈들 중에는 기타리스트도 있었다. 교회에서 가끔 연주회를 할 때 기타를 치곤 했고, 손에 물집이 잡히도록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연습하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그 기억들을 떠올리다 보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예전의 나를 다시 만나고 있는 건 아닐까 라는 생각. 사실 '괜찮았던' 상태의 나는 어땠는지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다만, 나도 다시 괜찮아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작은 기미를 요즘 들어 느낀다.

나는 남들보다 쉽게 예민해지고, 쉽게 망가졌던 사람이다. 하지만 요즘은 안다. 아주 조금이지만, 분명히 전보다 단단해졌다는 걸.

어쩌면 사람은 완전히 새로 변하는 게 아니라, 잊고 지냈던 자기 모습을 다시 찾아가는 건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데리고 왔다. 사실 중간에 여러 번 멈췄다. 나를 완전히 내려놓았던 순간도 있었다. 나 자신을 버리려고 했던 적도 있다. 어느 날엔 휴대폰으로 번개탄을 검색했고, 며칠 뒤 집에 번개탄이 도착해 있던 날도 있었다. 이상하게도, 마지막을 생각하던 그 시기에 내가 하고 있던 일은 좋아하는 사람의 겨울이 따뜻하길 바라는 일이었다. 그 사람에게 줄 수면잠옷과 목도리를 고르면서, 나는 사라질 생각을 하면서도 그 사람의 겨울만큼은 따뜻했으면 했다.

그러다 문득, 이러다 정말로 내가 나를 죽이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귀찮아서 미루던 병원을 결국 내 발로 찾아갔다.

그때의 나는 나를 버리려 했던 사람이면서도, 끝내 놓지 못한 쪽이기도 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의 나는 분명히 살아가야 할 이유가 생겼다. 기타학원을 꾸준히 다녀서 내가 치고 싶은 곡을 끝까지 쳐보고 싶고, 소설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으니 그 이야기 역시 완성하고 싶다. 그리고 아직은 좋아하는 사람 곁에서 조금 더 머물고 싶다. 내가 치고 싶은 곡을 기타로 제대로 연주해보기 전까지, 내가 쓰고 싶은 소설을 끝내기 전까지 나는 죽을 수 없다.


어쩌면 삶을 붙들어 두는 건 거창한 이유가 아니라 이런 사소한 것들인지도 모른다. 이런 사소한 이유들 덕분에 나는 오늘을 살아간다. 나처럼 아주 작은 목표라도 좋으니, 각자의 삶을 너무 쉽게 놓아버리지만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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