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소설을 읽고 울었을까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을 읽고, 내 안의 감정을 마주하다

by 히키

올해 첫 목표를 정할 때, 나는 조금 무모한 숫자를 적었다.

책 100권 읽기.


귀찮다는 핑계로 미뤄두었던 독서를 다시 삶 안으로 끌어오고 싶었다. 뭔가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은 늘 있었지만 어디서부터 손대야 할지 몰랐다. 귀찮음과 무기력 또한 몰려와서 그냥 그대로 멈춰 있었다. 그래서 가장 단순한 방법을 고른 것 같다. 읽자. 일단 계속 읽자.

그리고 벌써 12권을 읽었다. 아직 목표에는 한참 모자라지만, 이상하게도 예전과는 달라진 느낌이다. 예전의 독서가 그냥 '읽었다'에서 끝났다면 요즘의 독서는 '남는다'에 가깝다. 책을 읽으면 무슨 책을 읽었는지, 무슨 감정을 느꼈는지 기록한다. 문장이 남고, 감정이 남고, 무엇보다 읽고 난 뒤의 내가 조금 달라진 느낌이 남는다.


최근에 읽은『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은 그중에서도 유독 오래 남을 것 같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마음이 편했던 순간은 거의 없었다. 인물의 선택은 답답했고, 상황은 어두워졌고, 이야기는 쉽게 숨 돌릴 틈을 주지 않았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책을 덮을 수가 없었다. 불편하면서도 계속 읽게 되는 이야기. 마치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을 끝까지 확인하는 기분이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유년 시절이 떠오르기도 했으며, 주변 사람의 얼굴이 겹쳐 보이기도 했다. 가슴이 답답해지다가도, 이유 없이 쓰라려지는 순간이 있었다. 마츠코의 삶은 단순히 불쌍하다고 말하기에는 복잡했다. 그녀는 끊임없이 사랑을 원했지만, 그 방식은 자꾸만 자신을 망가뜨리는 쪽으로 흘러갔다.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서, 버려지지 않기 위해서, 계속해서 자신을 낮추고 붙잡고 매달린다. 읽으면서 여러 번 '왜 저러지'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동시에 완전히 남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지 않는 순간이 자주 있었다. 내 이야기 같아서, 그래서 더 마음이 무거웠다.


이 책이 유독 가슴에 남는 이유는 아마도 마츠코의 삶이 극단적이면서도 남 이야기 같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엔가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인정 한 번에, 사랑받고 있다는 느낌 하나에 크게 흔들린 적이 있다. 그리고 그 느낌을 잃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깎아내린 적도 있을 것이다. 마츠코는 그 선택을 멈추지 못한 사람이고, 나는 그 과정을 지켜봤던 사람이다.


책을 덮고 나서 한동안 마음이 조용히 가라앉지 않았다. 슬프다기보다는 씁쓸했고, 분노라기보다는 허무에 가까운 감정이 남았다. 소설 속 인물의 인생을 따라 읽었을 뿐인데 왜 이렇게 오래 남는 걸까 생각해 보니, 결국 이 책은 한 사람의 실패담이 아니라 '사랑의 결핍이 사람을 어떻게 무너뜨리는지'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인 것 같다.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길고 무거운 한숨과 함께 눈물을 흘렸다.


나는 왜 눈물을 흘렸을까. 슬퍼서였다고 말하기엔 어딘가 정확하지 않다. 분명 가슴이 먹먹했지만, 그 감정은 단순한 슬픔이라고 하기엔 너무 복잡한 것이었다. 책을 덮고 난 뒤 남은 건 허무함과 이유 모를 울컥함이었다.


올해 내가 세운 목표는 단순히 책을 많이 읽는 것이었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나는 책을 통해 사람을, 그리고 나 자신을 더 오래 들여다보는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숫자는 여전히 12권에 불과하지만 그 안에는 여러 개의 감정과 생각이 겹겹이 쌓여 있다.

아마 이 책도 한동안 잊히지 않을 것이다. 어떤 장면은 선명하게 떠오를 것이고, 어떤 감정은 설명하지 못한 채 마음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또 다음 책을 펼칠 것이다. 잊기 위해서가 아니라, 조금 더 이해하기 위해서, 그리고 언젠가는 책 속 인물이 아니라, 나 자신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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