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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와소피 Nov 04. 2021

북핵, 얼마나 위험할까?

북핵 알못을 위한 짧은 리포트

북한이 미사일 쐈다는 뉴스가 그리 놀랍지 않은 오늘. 무감각해진 북핵 문제에 "뭐가 문제인 거지?"라는 궁금증을 가진 분들을 위한 짧은 북핵 이해 포스트를  보려 합니다. 북한이 미사일  소식은  주요 뉴스로 다뤄지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명확히 이해하기에는 어딘가 모를 장벽이 있었죠. 핵무기와 북한의 핵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지만 일반 시민 수준에서,  잡고 현재 북핵과 핵무기 관련된 정보를 최대한 이해하려고 노력해 봤습니다. 고로 글이 다루지 못한 부분이나 틀린 부분, 혹은 토론 등의 댓글을 환영합니다.





북핵, 얼마나 위험할까?


핵무기가 실제 살상을 목적으로 쓰인 적은 2번 있었습니다. 네, 맞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 말미의 1945년, 미국이 일본에 투하한 두 개의 원자폭탄입니다. 하나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Little boy)'이고, 다른 하나는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맨(Fat man)'이죠.


 핵무기의 위력은 어느 정도였을까요? 리틀보이는 우라늄 원자폭탄인데, 투하 당시 즉사한 사망자가 7 명에 달했고, 이후 원폭 피해로 사망한 사람은 9 명에서 최대 16 6 명으로 추산된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피해를 만들어낸  원자폭탄의 위력은 1 5천톤(15Kt)이었죠. 플루토늄으로 만든 원자탄 팻맨은 이보다   2 1천톤(21Kt) 위력을 지녔고요.


그럼 현재 북한 핵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요? 2010년대까지만 해도 지하 핵실험으로 인한 진동 감지로 추정한 북한 핵무기의 폭발 위력은 10Kt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2017 6 지하  실험  규모 6.3 달하는 진동이 대외적으로 감지되었고, 이만한 진동은 무려 100Kt 이르는 원자폭탄(증폭핵분열탄 혹은 수소폭탄)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히로시마에 떨어진 원자폭탄이 15Kt이라고 한다면, 지난 2017년에 실행된 북한의 100Kt 핵의 위력은 가히 상상하기 힘들 정도로  폭발력이라   있죠.   

수소 폭탄은 기존 우라늄 폭탄에서 수소 핵융합이 더해진 기술로, 우라늄 폭탄의 파괴력을 더 크게 끌어올립니다.


하지만 이제껏 다른 국가에서 만들어진 핵무기의 위력은 북한의 실험을  배는 능가합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이 핵무기를 경쟁적으로 개발했는데, 1954 비키니 환초에서 실험된 미국의 캐슬 브라보(Castle Bravo) 원자폭탄의 경우 15백만톤(15,000Kt/15Mkt), 1961 소련이 북극해의 노바야제믈랴 제도에서 실험한 차르 봄바(Tsar Bomba) 경우 5천만톤(50,000Kt/50Mkt) 위력을 보였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거대한  폭발 실험으로 기록된 차르 봄바는  버섯구름의 높이만 90km였고, 폭탄이 터진 후엔 100km 반경 밖에서도 3 화상이 걸릴 정도로 영향 범위가 넓었다고 합니다.



원자폭탄의 버섯구름 높이 비교도. B83폭탄 이후부턴 가장 높은 산인 에베레스트와 일반 항공기의 고도를 훌쩍 넘어선다.



북한의핵폭탄의 위력을 높이는 실험은 계속될까요? 당분간 그러진 않을 것 같습니다. 2017년 북한은 이미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데다, 사실상 차르 봄바와 비슷한 수준의 위력까지는 필요하진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미국과 소련의 경우는 서로의 핵을 견제하고 억제하기 위한 전략으로 핵전력의 경쟁을 했죠. 하지만 핵전쟁 발발 시, 서로 핵무기로 보복할 경우 인류 전체가 위험한 수준에까지 이르게 되자 양국은 핵무기를 점진적으로 축소하는 방향으로 선회합니다.


통상 100Kt 이상 핵무기를 '전략핵무기'라고 부르는데, 전략핵무기는 전쟁 시에 직접 사용하기보다는 적대국에 위력을 과시하는 효과가  크다고 평가됩니다. 전략핵무기가 실제 사용된다면  도시 수준의 피해가 아니라 '아마겟돈'이라 부를 만한 거대한 규모의 인명 피해와 환경 파괴가 일어나겠죠. 인류 역사상 유래가 없는 이런 살상 공격에는 반드시 국제적인 차원의 보복, 해당국에 대한 섬멸 전쟁과 같은 조처가 따라올 것이 분명합니다.


북한이 핵무기 위력을 자꾸 높이는 실험을 한다면 이는 그 목적이 자위(自衛, 스스로 막아 지킴) 이상일 것이라는 추측을 불러올 것입니다. 현재까지 북한의 핵 개발은 대내외적인 안전 보장과 미국 및 국제사회에 대한 외교력 강화를 위한 전략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계속되는 북한의 미사일 실험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는 뉴스는 요즘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앞 절에서는 북한의 핵 개발은 자국의 안전 보장을 위한 것이라 했는데, 미사일을 발사하는 현실과는 맞지 않아 보이죠. 원자폭탄과 미사일은 엄연히 다르지만, 북한의 핵무기를 말할 때 '핵(탄두) 미사일'과 통용되기도 합니다. 왜 그런 걸까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떨어진 핵폭탄의 경우 말 그대로 비행기에서 투하했습니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 그러한 방식의 공격은 더 이상 효과적이지 않죠. 비행기가 어디에 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각종 레이더와 위성 기술이 발달해, 비행기가 투하 지점에 도달하기도 전에 공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공격하는 쪽이 필요한 무기는 바로 '미사일'입니다. 미사일은 적국이 폭탄의 소재를 미처 파악하기도 전에 날아가 공격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냉전 시기 미국과 소련은 미국과 소련은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바다를 지나서 상대국의 주요 도시까지 날아가 타격할  있는 미사일을 만드는  성공했습니다. 이와 더불어 미사일에 실을 정도로 핵폭탄을 작게 만들고, 미사일의 빠른 속도와 열에도 핵폭탄을 유지하는 기술도 개발되었죠. 이에 따라 핵무기는 전략핵무기와 전술핵무기로 나누어 부르게 되었습니다. 전략핵무기와 달리 '전술핵무기' 100kt 이하의 위력으로 조절된 핵미사일을 대개 지칭합니다. 핵미사일의 보유와 성능이   나라의 핵전력과 같은 의미가  셈입니다.


북한의 미사일 실험은 북핵 위기 시점과 비교적 맞물립니다. 제1차 북핵 위기였던 1993년, 그리고 제2차 북핵 위기가 있었던 2007년 즈음에 미사일 발사 횟수가 두드러지죠. 김정은 집권 이후에는 남북, 북미 간 대화가 경색된 시기로 가장 미사일 실험이 활발한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2017년 북한이 핵무력 완성 선언한 정확한 시점은 '화성 15호'라고 하는 대륙간 탄도 미사일(ICBM)의 성공이었죠. 하지만 화성 15호가 제대로 된 내열소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립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과 전력 증강 의도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 볼 수 있겠죠.



1984년에서 2021년 10월까지의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 실험 현황. (출처: 미국 전략국제연구소CSIS)






핵미사일로 적화통일을?


북한이 핵 개발을 하는 이유는 체제 안전보장과 협상력 강화라고 보는 평가가 우세적이지만, 계속되는 핵미사일의 실험은 북한이 핵무기로 통일을 꿈꾼다는 시나리오로 연결하는 연구자도 있습니다. 관련 주장을 요약하면 대략 아래와 같습니다.   


미국을 직접 타격할 수 있는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 개발과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한 뒤 기습 남침

핵미사일 사용을 위협하여 미국 및 지원국들의 증원과 참전을 방해

단거리 미사일, 중거리 미사일로 한국의 지도부와 군사지휘시설 동시다발적 타격해 기능 정지

한미연합작전으로 인해 위의 전략이 잘 수행되지 않을 경우 전면적인 핵미사일 공격을 통한 공멸전


우리 입장에서는 가장 최악의 북핵 시나리오일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북한의 핵 위력만을 따진 너무 단순화된 시나리오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이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무기를 여럿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기습 남침을 할 전력의 움직임은 미리 파악될 가능성이 높고, 남침 즉시 한미의 보복 공격이 이뤄질 수 있고요.


또한 북한이 핵전쟁을 통한 공멸전까지 염두에 두고 전쟁을 일으킬 것이라는 생각 역시 곰곰이 따져 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통일을 원하지만 전쟁을 원하지 않듯이, 북한도 북한의 국민들을 생각하면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가장 먼저 생각할 것이라 보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한국이야 민주주의 국가이니 전쟁 억제가 자연스럽게 가능하지만, 북한은 독재국가이니 사정이 다르다고 볼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독재국가라고 하더라도 국민을 상대로 전쟁을 일으키는 명분과 설득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특히 전 국민이 전쟁에 참여해야 하는 전면전의 경우 더욱 그렇겠죠. 북한의 핵에 대한 '과도한' 공포는 북한을 오로지 전쟁을 위한 비정상 국가라고 보는 우리의 편견이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만에 하나라도...


안전 보장이 만 분의 일의 위험 상황을 대비하는 것이라면 북한의 핵미사일에 대한 준비도 필요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이 계속될수록 이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죠. 보수 진영에서는 핵무장을 통한 핵균형론, 전술핵의 배치, 나토(NATO)식의 핵 공유 등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는 핵무기를 축소하는 방향이 방향이 아니라 미소 냉전 시기처럼 핵균형을 통한 억제 전략에 가깝지만, 현재 북한의 계속되는 핵미사일 실험이 이러한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죠.


현재 우리나라의 미사일 방어 체계는 크게 3축 체계로 설명됩니다. 하나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가 연합하여 선제 타격하는 킬 체인(Kill Chain) 전략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KAMD)라 하여 날아오는 적의 미사일을 공중에서 요격하는 방어 미사일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2017년 경북 성주에 설치된 싸드(고고도 미사일 방어, THAAD)와 주요 미군기지에 설치된 패트리어트(PAC-3)가 이에 해당하고, 이지스 함선과 한국형 미사일 방어 미사일도 개발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대량응징보복전략인데 상대방이 선제공격을 한다면 말 그대로 이에 상응하는 혹은 이보다 더한 보복으로 대응하는 전략입니다.



출처: "비대칭적 한국형 3축 체계, 북한 핵 대응 “구조적 문제”, 굿모닝충청, 2017.10.19



하지만 이러한 방어 시스템이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을 모두 타격할 수 있지는 장담하지 못합니다. 북한의 핵미사일이 늘어날수록 방어체계가 실효성도 떨어질 수밖에 없죠. 국방부는 2022~2026 국방중기계획에서 전방위 위협 억제 강화를 위한 '한반도 권역 상시 감시체계'를 발표했습니다. 정찰 위성과 레이더의 추가 배치, 기존 패트리어트 성능 개량, 천궁 등 한국형 미사일 요격무기 대폭 도입, 스텔스 전투기 도입,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 착수 등의 목표를 같이 제시했죠. 물론 이런 전력 증강에는 당연히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국방비는 매년 증가해왔지만 특히 북한의 핵무력 완성이 선언된 시기인 문재인 정부 들어서 국방비의 증감률은 7.5%에 달했죠.



출처: "문재인 정부가 ‘보수 정권’보다 국방비 늘리는 이유는?" 한겨레, 2019.01.11 / 국방부




북핵, 남북의 딜레마


'안보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A 국가가 자국 보안을 위해 무기를 구입하거나 개발하면, 옆에 있는 B국가가 불안감을 느끼고 역시 무기를 개발하거나 구입하게 됩니다. B국가의 새로운 무기를 보고 A 국가가 다시  성능이 좋은 무기를 만들고, B국가 역시  무기를 만들고...  국가가 군사력을 경쟁적으로 획득하려는 악순환이 발생하는 것이죠. 문제는 이러한 군비경쟁이 역설적으로 안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는 점입니다. 상호 간의 불신이 높아지고, 만에 하나 갈등이 발생하더라도  폭력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가장 이상적으로는 A와 B 모두 평화적인 대화와 군비 감축을 선택해야 옳지만, 현실 정치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더 많습니다. A와 동맹인 C, B와 또 다른 경쟁관계인 D 등, 국제관계는 복잡한 관계로 서로 얽혀 있는데다 생존과 이익이라는 현실의 논리가 앞서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입니다. 이상적인 북핵 억제 방안도 남북과 북미 간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겠지만 현실이 이상만큼 잘 되지 않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관심하게 보고 있다면 오히려 안보 딜레마의 구조 속에 놓여 있는 많은 시민들의 생존과 이익이 나쁜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더 높아지겠죠.


'북한이 핵을 아직까지 포기하지 않고 개발하는 이유는 결국 전쟁을 준비하기 위함이다', '아니다, 북한은 미국과의 동등한 거래를 원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핵무기를 개발한다', 북핵에 대해 크게  입장이 나뉘고 있지만 어느 하나가  옳다고 판단할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북한 또한 어느 입장을 고수하면서 지난 30년을 보내진 않았을 겁니다. 북핵 문제의 해결은 북한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을 점검하는데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북핵 문제를 어느 한쪽이 해결해야 하는 것이 아닌 안보딜레마의 문제로, 남북 상호 간의 문제로 인식하고 공동으로 해결하려는 자세가 필요할 것입니다.





글. 김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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