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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와소피 Jun 25. 2019

2019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왔습니다

2019년 서울국제도서전을 다녀왔습니다. 가기 전날부터 꽤 들떴었는데, 최근 출판계의 새로운 시도와 변화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요! 과연 오고 나니, 북적북적 뭔가 새로운 열정이 가득한 분위기라 즐거웠습니다.


대형출판사의 부스의 경우, 작가 의존한 홍보보다는 자기 출판사만의 색깔을 드러내고 싶어 하는 시도들이 인상 깊었는데요. 민음사는 인상적인 '인간실격' 전시로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부스 내에는 그냥 대표도서만 나열한 느낌이 들어 좀 아쉬웠습니다. 휴머니스트는 가장 볼 것이 많은 부스(책의 취향 상)였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한 군데 담으려 한 느낌이었습니다. 대표작가 소개와 신작 알림, 그리고 내부 브랜드 소개까지 말이죠. 특히 휴머니스트 내부 브랜드인 '자기만의 방'은 휴머니스트와 상관없는 부스라 느낄 정도로 이질감이 느껴졌는데요. 내부에서 이런 브랜드가 있다는 것이 신선하게 다가왔지만 기존 출판사 브랜드와의 연결고리가 좀 더 필요해 보였습니다


(좌,우) 휴머니스트의 부스 | 휴머니시트의 임프린트 브랜드 '자기만의 방'


체험을 강조한 부스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매거진B와 배달의민족이 함께한 부스는 국제도서전 중에서 가장 실험적인 부스라 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복싱 스파링 무대와 매거진B부스와의 연계성은 어떤 건지 쉽게 이해할 수 없었지만 말이지요. 그래도 '단!짠! 요리인류'의 프로그램과 어우러져서 요리책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특히 이욱정PD의 큐레이션으로 전시된 해외 요리책들은 우리나라도 이런 책들이 많아지면 어떨까란, 상상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요리 문화에 대한 관심사가 높아지는 요즘 필요한 출판의 영역이겠다란 생각이 들더군요.




온라인 출판을 대표하는 브런치 부스는 어쩌면 그냥 지나칠 수 있었지만 곱씹어 보면 가장 인상 깊은 부스였습니다. 내부 부스는 독자가 관심 있어하는 주제를 선택하면 브런치에 게재되었던 글을 추천해주는 간단한 아이디어로 진행되고 있었는데요. 사실 이 아이디어가 다른 부스들과 근본적인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바로 '독자'중심의 큐레이션인 것이죠. 사실 브런치는 수많은 작가들이 개별적인 출판을 하는 플랫폼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글을 읽고 싶어 하는 독자들에게 그런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온라인 큐레이션 공간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간단한 수준에 큐레이션이었지만, 보다 정교하게 개인화된 큐레이션이 가능해진다면. 그리고 그것이 오프라인 공간에서 어떻게 활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더구나 브런치를 사용하고 활용하는 작가들의 지지가 꽤 견고하다는 인상도 주었습니다. 브런치를 통해 자신의 책을 만들어 본 사람들의 효능감의 효과가 천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랄까요.




그밖에도 책의 내용과 주제에 흥미를 느낀 부스는 한국대학출판협회였습니다. 최근에 관심가지고 읽었던 일제강점기에 대한 자료들이 눈에 띄었거든요. 물론 한 일 년을 넉넉히 잡아야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책들이 대다수였지만, 그래도 이런 자료들이 여전히 연구되고 출간되고 있다는 사실에 놀라웠습니다. 대학교에서 출간된 책들은 마케팅이 전혀 되질 않으니, 이런 책들의 존재가 전혀 보이지 않았던 거죠. 그런데 분명 이런 책들은 어떤 관심사를 깊이 공부하거나 사유하고자 할 때 필요한 자료들일 것입니다. 대학에서 나오는 연구 저작물들이 어떻게 더 '보이게', '읽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무엇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미있는 연구들인데 좀 아쉽잖아요..)




이번 2019 서울국제도서전에 빼놓을 수 없는 부스는 단연 성심당이겠죠. 국제도서전 관람에 지치는 이들이 쉬어가게 하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게 한 성심당. '도서전에 웬 빵집이고, 장사냐.'란 반응이 바로 튀어나오긴 했지만 도서전을 두어 시간 둘러보고 나니 성심당에서 빵을 사고 있는 저희였습니다. 북페스티벌이라면. 페스티벌이라면. 자고로 먹고 마시는 것이 빠질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책 만드는 빵집이라는 이유도 좋고 말이죠. 서울국제도서전이 앞으로 많은 독자들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면 그 방향성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선택이었다고 평가해보렵니다.


아차차. 그리고 독립출판 섹션! 열성적이고 에너지 넘치는 섹션이었습니다. 모든 매대 앞에 2~3명씩 계시면서 출판사나 서점의 책을 소개해주시더라고요. 큰 공간을 거의 비워놓으며 사용하는 몇몇 부스와 비교되며 괜히 흐뭇해졌습니다.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모이고, 책으로 대화하는 자리. 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더 많이 만나고픈 마당이었습니다.  





글. 김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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