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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와소피 Jul 16. 2019

아이패드 미니와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만남 (2)

리디셀렉트 vs 밀리의서재

작년, 우연히 밀리의서재 광고를 접했다. 매월 한 권 값에 [2만 5천 권] '무제한'. 책 보유량이 지금은 삼만 권이 넘는다고 하니, 혹했다. 삼만 권을 전부 읽으려면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혹했다. 그리고 밀리의서재 구독 서비스를 알게 됨과 동시에 리디북스에서도 리디셀렉트라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험을 통해 리디북스의 뷰어 프로그램과 어플이 상당히 안정적이란 걸 알고 있기에 이거다 싶었다. 둘 중에 어떤 걸 구독할까 고민하다가 둘 다 구독하기로 결정했다. 뭐가 좋은지는 써봐야 알지! 


밀리의서재는 이 광고 이후에 25만명이던 구독자가 70만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검색하다 보니, 기존 구독자들은 해당 광고가 오히려 실패한 전략이라고도 평가하기도 한다.



'무제한'의 장점: 내 입맛에 맞는 책 선택하기


밀리의서재는 월 9,900원, 리디북스는 월 6,500원이다. 한 달에 제대로 된 책 한 권만 읽어도 독자 입장에서는 경제적으로 느껴진다. 즉 양질의 책 한 권만 읽어도 성공적이라는 이야기다. 경제적으로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책을 미리 열어보고 읽을 만한 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만족스러웠다. 평소 출판사 소개와 목차에만 이끌려 책을 샀다가 실망한 적이 많아서 종이책을 살 때도 서점에 가서 책을 훑어보고 사는 편이다. 내 돈과 시간은 소중하니까! 전자책의 경우 편리함을 위해 사는 건데, 어차피 서점에 가서 종이책으로 먼저 훑어보고 전자책을 구매해야 한다면, 전자책의 장점은 이미 사라진다. 그러니 무제한 서비스가 얼마나 반가웠겠는가! 직접 책을 펼쳐 보고 고르면 될 테니. 이후로는 끌리는 책들을 다운받아 살펴본 후 읽을 책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삭제한다. 이 점은 밀리의서재와 리디셀렉트가 모두 가지는 공통된 장점이다. 그럼 차이점은 무엇일까. 


밀리의서재는 처음부터 월정액 구독 서비스로 시작했다는 점,
리디셀렉트는 전자책 서점을 기반으로 출발했다는 점에서
차이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밀리의서재가 제공하는 '무제한'의 핵심: 서비스


아마 '전자책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전자책'이라는 형태보다는 '경제적'이라는 점에 더욱 끌릴 가능성이 높다. 내 경우도 경제적인 이유로 다시 발을 들였다가 전자책의 매력을 다시금 발견했으니까. 그러다보니 같은 비용을 내고 전자책 외에도 누릴 수 있는 서비스가 많아진다면, 독자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는 밀리의서재가 한 발 앞선다.


밀리의서재는 전자책을 많이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셀럽이 책을 요약해서 읽어주는 리딩북 서비스를 통해 책을 다 읽지 않아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하고, 작가들을 섭외해서 자체적으로 소설집을 발간하는 '밀리 오리지널' 서비스도 있다. 독자들이 각자의 서재를 만들고 포스팅하여 독자 간 도서리스트와 감상을 공유하는 서비스도 있다. 밀리의서재의 이런 서비스는 기존에 있는 알라딘 서재를 지향하는 듯도 하다. 구독자 간 느슨한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책을 읽다 보면 해당 서비스에 더 큰 애착을 가질 수도 있다. 교보문고 이용자에겐 없는, 알라딘 이용자에게만 있는 일종의 자부심 같은- 그런 애착 말이다.



게다가 최근 시작한 '밀리 플레이스'는 독자들에게 말 그대로 '프리미엄'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한창 트렌드였던 책맥(책+맥주)을 활용해 서울 60곳 매장을 밀리플레이스로 지정하고 정기 구독 회원이 방문할 시 하루에 맥주를 한 잔씩 무료로 제공한다. 누가 이런 서비스를 거부할 수 있을까! 


즉, 밀리의서재는 전자책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책을 둘러싼
 '문화'에 동참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리디셀렉트가 제공하는 '무제한'의 핵심: 책


밀리의서재가 서비스에 강점을 두고 있다면, 리디셀렉트는 확실히 책으로 승부한다. 책을 소개하는 페이지에서부터 알 수 있는데 리디셀렉트는 책 소개, 저자 소개 밑에 독자 평점과 리뷰가 위치해 있다. 반면, 밀리의서재는 독자 태그, 해당 책에 관한 구독자의 포스트, 같은 분야의 인기 도서, 저자 및 역자의 다른 도서 소개 순으로 배치하고 맨 마지막에 책과 저자를 소개한다. 메뉴를 봐도 리디셀렉트는 화면에서 바로 신간 업데이트, 카테고리에 접근할 수 있다면 밀리의서재는 검색으로 들어갔을 때 카테고리를 확인할 수 있다.



독자에게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도 온라인 서비스의 장점이다. 특히 요즘은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개인의 독서 패턴 별로, 혹은 독자들의 연령이나 성별 등 특성에 따라, 다양한 주제 별로 큐레이션을 할 수 있다. 큐레이션 서비스에서도 차이를 보이는데 밀리의서재는 자신들이 '어떤 책을 제공하는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리디셀렉트는 이 책을 읽으면 '무엇을 얻을 수 있을지'를 기준으로 책을 추천하고 큐레이팅 한다. 



밀리의서재는 약 3만 권의 책을, 리디셀렉트는 약 3천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다. 작년에 처음 두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는 리디셀렉트의 책이 밀리의서재에 비해 조금 밀리는 느낌이었다. 


구독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책이 많아야 선택권이 많은 것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전체적인 책 보유량보다는 내 입맛에 맞는 책이 있는지가 중요하다.

리디셀렉트의 책은 각 분야별로 엄선한 듯하다. 유명 작가나 베스트셀러에만 매진하지 않고 기본기에 충실한 책들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고 있다. 10년 간 전자책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쌓아 왔을 출판사와의 신뢰관계가 구독 서비스에도 빛을 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도 든다. 



'무제한'의 한계: 이 세상 모든 책이 무료인 건 아니다.


해당 서비스가 '제한적으로' 선택한 도서 내에서
'무제한'으로 고를 수 있다는 의미이지, 
세상의 '모든' 책을 '무료'로 제공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그렇다. 사실 너무 당연한 건데, 사람이 이렇게나 공짜를 좋아한다. 구독 서비스는 콘텐츠를 제한적으로 제공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결국, 구독 서비스에 포함되지 않은 전자책이 필요한 경우에는 다른 전자책 서점을 이용해야만 한다. 전자책에 매력을 느껴 전자책을 보고싶어진다면, 구독 서비스를 보완할 수 있는 전자책 서점이 필요해진다. 리디셀렉트와 리디북스는 하나의 어플을 사용할 수 있어, 책을 구매하든 구독하든 하나의 플랫폼에서 볼 수 있다. 리디셀렉트가 보유한 3천 권의 책은 타사에 비해 비교적 적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리디북스에는 무려 240만 권의 책이 있다. 결국, 나는 리디셀렉트를 택했다. 




리디북스를 비롯한 전자책 서점들은 10년 간 다양한 책이 옷을 벗어던진 승부를 하는 전자책 시장을 개척해 왔다. 이에 부응하여 출판사들도 여러 전자책 플랫폼 속에서 말할 수 없는 혼란을 겪으며 지금까지 왔을 것이다. 그럼에도 전자책은 아직도 종이책의 보조 수단 정도로만 인지된다. 종이책 없이 전자책으로만 출판된 책은 독자들에게 닿기 어렵다. 이번 글을 쓰며, 무려 27년 전인 1992년 8월 26일 경향신문에 "본격 [전자책시대] 열린다"는 기사를 보았다. 아직 그 미래는 오지 않았다. 그러나 리디셀렉트를 론칭한 리디북스를 보니, 새로운 흐름을 좇아가면서도, 여전히 담백하게 '내용'을 담아내는 전자책에 다시금 미래를 걸고 싶어 진다.



*덧. 요즘(2019년 말-2020년 초) 리디셀렉트 업데이트를 보면서 좀 실망하고 있어요. 위의 글을 보신 분이라면 저 내용은 2019년 중반에 해당하던 내용이라는 점 참고해주세요!



글. 오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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