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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힐데와소피 Jul 15. 2019

아이패드 미니와 전자책 구독 서비스의 만남 (1)

리디셀렉트 vs 밀리의서재

현재까지 힐데와소피 브런치 최고의 인기글은 <보증금은 없지만, 아이패드는 사고싶어>이다. 왜 그런가. 굳이 분석할 필요도 없다. '아이패드'라는 키워드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 번이고 사람들이 검색하는 키워드이다 보니, 종종 우리 페이지로 발을 잘못 들인다. 잘못 들어오셔서 다른 글을 읽고 매력에 빠져 구독해주신다면 좋을 텐데. 그래 더 분발하자! 



굳이 또 아이패드 얘기를 꺼낸 이유는, 아이패드 미니의 가장 큰 쓸모가 오늘의 주제이기 때문이다.(결국 나는 아이패드 미니5를 샀고. 예상 보증금을 대폭 낮춰 서울로 이사도 왔다.) 아이패드 미니는 전자책을 읽기에 적당한 크기와 무게를 갖고 있다.  동시에 레티나 디스플레이로 인해 좀 더 또렷하게 보이고, 트루톤 적용으로 눈도 조금 더 편안하게 느껴진다. 물론 전자 잉크를 적용하는 전자책 리더기만큼 책과 가까운 느낌은 아니지만 아직 전자책 리더기의 버퍼링은 조금은 답답하게 느껴지서 아이패드 미니로 읽는 것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더불어 다양한 전자책 어플을 한 기계에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도 한몫한다. 마지막으로, 월정액 전자책 구독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모든 환경이 완성되었다. 



시간의 흐름을 담은 예술품, 종이책


종이책은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눈으로 볼 수 있고, 손으로 잡을 수 있는 형태로 만든, 일종의 종합예술품이다. 즉, '인쇄'를 빼고는 책을 논할 수 없다. 인쇄술 하면 바로 생각나는 인물이 있으니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 그가 1440년경 그가 발전시킨 활자 인쇄술 덕분에 많은 글이 동시다발적으로 찍히고 세상으로 퍼졌다. 출판, 책의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당시에는 같은 내용을 동일하게 인쇄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대한 발전이었다. 그러나 구텐베르크가 지금의 인쇄술을 본다면 자신이 15세기에 태어난 것에 감사할지도 모른다. 이제는 위대한 한 가지의 발전과 기술만으로는 살아남을 수가 없다. 


Photo by Dmitrij Paskevic on Unsplash


사람들이 읽을 만한 한 권의 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기획-내용-디자인 및 편집-인쇄-마케팅 다섯 박자가 모두 맞아야만 한다. 


내용, 디자인, 편집, 글씨체 및 크기, 판형, 두께, 무게, 종이 질감, 인쇄 형태 및 상태 등 다양한 역할의 사람과 기술이 필요하다. 게다가 한 사람이 책을 쓰던 형태를 넘어 기획자의 기획을 통해 함께 책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수많은 책이 시장에 쏟아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졌으니 무엇보다 마케팅이 중요해졌다. 누구나 책을 만들 수는 있지만, 누군가가 읽는 책을 만드는 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게 종이로 만들어진 후 사람들에게 선택된 책은 오랜 시간 책장에 꽂히게 된다. 때로는 세대를 건너고, 장소를 건너, 기억과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채 여기저기로 흘러간다. 그러다 보면 종이책은 점점 예술품에 가까워진다.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내용에 충실한 전자책


이런 와중에 전자책은 기존의 종이책과 다른 노선을 걷고 있다. 전자책은 종이책을 만들기 위해 거치는 다섯 박자에서 두 가지가 빠진다. 요즘 사용되는 전자책 뷰어는 독자가 직접 글꼴, 글자 크기, 문단 너비, 문단 간격, 배경색 등을 조정한다. 맞춤형 편집이랄까! 잡지나 만화책 등 이미지가 많아 pdf로 올라오는 게 아닌 이상, EPUB 규격으로 각자의 기기에 맞춰 읽을 수 있다. 디자인 및 편집 과정이 축소됨과 동시에 인쇄기를 돌리는 인쇄 과정은 사라진다. 


Photo by freestocks.org on Unsplash


물론 인쇄를 하지 않기 때문에, 인쇄되는 새로운 기기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바일 기기가 흔해진 요즘 큰 제약은 아니다. 스크린을 오래 보는 데 피로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지만, 나의 경우는 스크린으로 글자를 보는 데 굉장히 익숙하다. 중학생 때부터 밤이고 낮이고 해상도 낮은 컴퓨터와 4color 핸드폰과 흑백 mp3에 수많은 팬픽을 txt파일로 만들어 넣어 읽어 왔기 때문에, 아이패드 미니를 통해 전자책을 읽는 지금의 환경은 완벽에 가깝다.


물론 책 덕후들은 여전히 종이책을 고집한다. 그리고 사실 종이책의 전 과정을 거친 뒤에야 전자책이 나오기 때문에, 전자책을 완전히 독립적인 출판 과정이라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나는 전자책 시장이 넓어지는 게 반갑다. 편리하다는 점이 가장 크지만, 그보다도 오래된 책이든 최근 나온 책이든, 저자가 유명하든 그렇지 않든, 대형 출판사든 독립 출판사든, 두꺼운 책이든 가벼운 책이든 전자책 뷰어를 통하면 옷을 벗고 동등한 조건에서 내용으로만 승부한다는 점에서 전자책이 책의 본연의 가치를 드러내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그래서 '시간의 흐름을 담은, 손으로 만져지는 예술품'이 그리울 때는 종이책을, '어디서든, 내용에만 충실한 책'이 읽고 싶을 때는 전자책을 집어 든다.



전자책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지금처럼 전자책을 많이 읽기 전, 이미 두 번 정도 전자책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다. 첫 번째는 2010년, 리디북스가 서비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였다.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도 이미 전자책 서비스를 시작했기 때문에 전자책에 대한 접근성은 이미 높았다. 그러나 그 관심은 굉장히 빨리 시들었다. 읽을 만한 책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전자책으로 내는 출판사가 너무 적어서 전자책 시장이 발전하기는 할까- 의문이 가득했던 시기이다. 


두 번째는, 2015년. 당시 외국에 나가 있었는데, 영어로만 책을 읽다 보면 한국 책이 그렇게 그리울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는 책을 많이 가져갈 수 없다 보니, 자연스럽게 전자책을 구매해서 읽었었다. 지금은 거의 이용하지 않지만, 당시에는 교보문고를 이용하고 있어서 교보문고에서 전자책을 구매했었는데. 당시 교보문고 전자책 뷰어 어플은 최악이었다. 중간중간 꺼지는 지경이라 책을 볼 수가 없었다. 이제 많이 나아졌을 거라고 생각하면서도 돌아갈 수 없는 건, 그렇게 준비 안된 뷰어를 내놓고 전자책을 팔았다는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리디북스를 이용했다. 리디북스는 당시에도 굉장히 안정된 뷰어 프로그램을 개발한 상태였고, 전자책 보유 권수도 점점 증가하고 있었다.  


이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전자책 시장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양질의 도서 보유량, 안정적인 뷰어 프로그램, 전자책에 입문할 기회, 이렇게 세 가지가 마련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이 세 가지 조건이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시기가 오고야 말았다.


>>2편으로 이어집니다.


https://brunch.co.kr/@hildeandsophie/33




글. 오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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