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쓰는 시간
독자가 어떤 남북관계 방안을 지향하는 지,
결정트리(Decision Tree)를 통해 알아보는 책
힐데와 소피는 이번 책의 얼개를 이렇게 정했다. 결정트리에 어떤 질문을 위치할 것인지 정하는 것이 첫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힐데와 소피가 사람들에게 던지고픈 질문은 "자장면"이냐, "짬뽕"이냐가 아니었다. 개인의 기호 수준을 넘은 사회정책의 향방을 묻는 것이었다. 이런 물음이 한 단어로, 한 문장으로 깔끔하게 떨어진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소피: 왜 이렇게 어려운가가 했더니. 이거 봐요.
힐데: 이게 뭔데?
소피: 온라인행정학사전에 나오는 정책 결정 과정 도식도에요. 우리 질문 하나당 이런 과정 한 개씩 있는 거나 마찬가지라니까요.
힐데: 헐. 난리다 난리.
위 프레임에 따르면 정책 결정의 시작은 '소망가치'를 현실과 대비해 문제상황을 인식하는 데서 출발한다. 소망가치가 '인간 존엄성 수호'라면, 문제상황은 '열악한 근무환경'이 될 수 있다. 이 간극에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목적가치', 이를테면 '노동자 편의시설 증설'이 도출된다. 하지만 이 과정이 말처럼 쉽지 않은 이유는 문제상황에서 대개 1) 시간적 배경, 2) 공간적 배경, 3) 사회적 배경[과거 경향의 파악]을 살펴봐야 하고, 더 나아가 문제의 대안을 설계 과정에서 1) 수혜 받는 자, 2) 수혜 받지 못하는 자, 3) 손해 보는 자와 같은 이해관계[현실 여건의 분석]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대안 그 자체에 대해서도1) 생산성, 2) 효율성, 3) 공정성 4) 지속가능성 등을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최적의 대안 선택].
그런데 이 모든 과정을 진행하기 이전에 물어야 할 것이 있다. '소망가치'는 누가 정하는가? '목적가치'는? 힐데와 소피는 논리적으론 그것을 국가가 대답하기 전에 '개인'이 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개인이 자신의 소망가치에 따라 문제상황을 인식하고, 개인끼리는 물론 사회도 '목적가치'에 합의할 수 있다.
모두가 소망하는 가치는 '통일'인가?
어떤 사람의 소망가치는 통일이기 이전에 '번영'일 수 있고, 어떤 사람은 '민족성 회복'이기에 통일일 수 있다.힐데와 소피는 소망가치와 관련된 다양한 생각들을 모으고 이를 지도처럼 그려, 생각들 간의 차이와 관계를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싶었다. 마인드맵처럼 말이다.
많은 경우에 인간이 문제를 인식하고 판단하는 방법은 그의 신념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직관적으로' 결정한다. 그러나 개인의 직관적인 판단으로만으로는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사회문제를 논의하기 어렵다. '직관'이 어떤 근거로 그런 판단에 이르렀는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5 WHY" 분석법이란 것이 있다. 이 분석법은, 이를테면 직관에서만 머무는 문제상황과 소망가치를 구조적으로 인식하게끔 도와준다. "나는 내 사업을 하길 원한다"라는 목표가치[표면적동기]에 5번의 질문을 더했더니 소망가치[근원적동기]는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내게 제일 중요하다"였음이 밝혀지는 것처럼 말이다.
1WHY 단계에 그치는 것이 '직관'이라면 두번째, 세번째 질문으로 이어지는 것은 '이성'의 과정이라 할 수 있겠다. 이성적 사고를 통해 자신이 본래 의도한 동기를 알아낸 것이다. 자신에게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의 확보'가 중요하다면 단순히 자영업자의 길보다 근무시간이 자유로운 회사로 이직하는 결정도 내릴 수 있다. 소망가치에 따라 목표를 타협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생각'을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합의(혹은 타협)의 영역도 발견할 수 있다. 『계몽시대 2.0』을 쓴 캐나다에 사는 철학자 조지프 히스는 이렇게 말했다.
관점을 바꿔 생각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상대화해 보는 능력은 직관이 가질 수 없는 능력이다. 타협은 언제나 이성적인 통찰을 필요로 하며, 1차적인 충동을 누를 수 있는 사람만이 타협을 존중할 수 있다. (...) 사람들이 합리적인 관점에서 평가를 하도록 만드는 것, 그래서 각자도생을 한다면 결과가 훨씬 나쁘리라는 암울하지만 분명한 사실을 이성적으로 인식하도록 만드는 것만이 타협을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계몽시대 2.0』, 358쪽)
힐데와 소피가 마주한 문제는 정책결정 과정도나 5WHY 처럼 어떤 하나의 가치에 기반하거나, 어떤 하나의 답을 찾는 작업은 아니다. 힐데와 소피는 하나의 가치를 선정하기 이전에 가질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을 분류하고자 했다. 이를 그들은 '프레임 맵핑(Frame mapping)'이라 부르기로 했다. 통일의 문제를 이 방법론에 대입하면, 먼저 통일에 대한 개인의 지향은 무엇인지 질문한다. 그 다음에는 각 개인이 선택한 지향을 구조적으로 배치한다.
이를테면 이 책의 '소망가치'는 각 개인이 선택한 지향을 구조적으로 배치해보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의 문제상황은?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이견의 충돌 혹은 이견의 방치 상태다. 통일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구조적으로 정리하고, 개개인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는 툴의 개발할 수 있다면 이 책의 소망을 이룬다.
그러니 정리해야 할 것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