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체적 방법1: 사회과학 게임북

#11 쓰는 시간

by 힐데와소피


게임북은 독자가 선택을 통해 스토리에 참여할 수 있는 책(혹은 소설)을 말한다. 이야기는 일반적으로 번호가 매겨진 단락 또는 쪽 번호를 통해 다양하게 뻗어 나간다.



위키피디아 영문 페이지에서 나오는 '게임북(gamebook)'에 대한 정의다. 힐데와 소피는 독자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어내고, 통일 문제에 대한 독자만의 의견을 도출하기 위하여 이번 책에 '게임북'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래서 먼저 해야 할 일은 게임의 구조인 '알고리즘'을 만들어야 했다.


알고리즘은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해진 일련의 절차와 방법을 공식화한 형태"를 뜻하는데, 컴퓨터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뜻의 컴퓨터 과학 용어로 흔히 쓰고 있다.



알고리즘 하면 떠오르는 예시 1(수학 문제 해결을 위한 알고리즘), 2(컴퓨터 언어로 표현된 알고리즘)



힐데와 소피는 "통일을 찬성하시나요?"을 첫 질문으로 선정했다. 독자는 '그렇다(통일 찬성)', '그렇지 않다(통일 반대)'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게 되고, 자신의 선택에 따라 래 남북관계의 구체적인 형태를 도출하기 위한 질문들을 만나게 된다. 그 구분점들을 힐데와 소피는 북한 인권, 북핵, 총 투표, 종전선언, 남과 북의 통일방안로 이슈를 나누었다.


처음엔 이 모든 것은 중심에서부터 병렬적으로 뻗어나가는 가지에 가까웠다. 하지만 곧 이 알고리즘은 선후관계를 가지는 의사결정 나무(decision tree)의 형태를 따르게 되었다. 힐데와 소피는 미래 남북관계의 구체적인 형태는 총 6가지로 통일을 찬성하면 <흡수통일, 연방제, 합의통일>, 통일에 반대하면 <연합제, 평화체제, 현상유지>로 정리하였다.


돌이켜보면 이 모든 도식화의 과정은 힐데의 사고 구조 덕분이었다. 힐데는 소피와 대화를 할 때면 늘 스케치북과 같은 큰 종이를 책상 위에 펼쳐놓고는, 대화의 얼개를 적어나갔다. 반면 소피는 대화에서 섬광과 같이 찾아오는 영감을 중요시했다. 소피는 인터넷 서칭을 하거나 서점을 둘러보면서 무언가 새로운 아이디어를 받게 되면 남들 몰래 미소를 짓곤 하는 부류의 사람이었다. 소피는 머릿속에서 맴도는 것들을 일상에 마주치는 실제 이미지, 사물 등에서 구체화되는 단초로 발견하곤 했던 것이다.


아무튼 소피가 그 이미지를 얼렁뚱땅하게 말하기 시작하면, 힐데는 "잠깐만"을 말하며 스케치북을 펴곤 했다. 힐데는 대화 속에서의 분명히 정의된 표현을 좋아했는데, 이를테면 소피가 말하는 '새로운 구조의 책'이란 무엇이며, '와 이건 힙하다'라는 표현의 뜻은 무엇인가 하는 것이었다. 둘의 대화가 계속될수록 소피의 영감이 가르키는 내용도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상호보완적인(?) 둘의 의사소통은 아래와 같은 책의 알고리즘으로 결실을 맺었다.



힐데와 소피가 만든 <나는 통일을 땡땡합니다>의 알고리즘


소피: 와. 이렇게 정리하고보니 있어보인다.

힐데: 어우. 힘들었다. 힘들어.


책의 알고리즘이 완성되자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각 분기점마다의 질문과 내용을 명확히 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북한 인권', '총선거', '종전선언', '연방제' '유럽연합'의 단어를 정의하고 관련된 역사를 균형감 있게 정리히는 작업을 해야 했다. 여기에는 성실함도 성실함이지만, 하나의 문제를 다각도로 바라보는 시각, 비판적 사고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런 속담이 있지 않은가?



중도 제 머린 못 깎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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