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리적 사고란 무엇일까? 캐나다의 철학자 조지프 히스의 말을 빌리자면 그것은 '언어로 구성되어 있는 사고'다. 논리적 사고는 어떤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과 순서를 말이나 글로 드러낼 수 있다. 이를테면 "소크라테스는 죽는다"라는 주장을 하기 위해 누군가는"소크라테스는 사람이다." "모든 사람은 죽는다"라는 근거를 제시했다. 이 논리적 추론은 누구나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논리적 사고를 거쳤다고 해서 그 결론이 무조건 '참'인 것은 아니다. "사람은 반드시 죽는다." "나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므로 나는 죽지 않는다"와 같은 문장도 똑같이 말하고 쓸 수 있지만 '참'은 아니다. 이 문장의 진위 여부를 알기 위해서는 논리적 검토 뿐 아니라 현실에서의 과학적인 검증이 필요하다. 논리적 사고는 언어에만 머무른다는 한계를 가진다. 하지만 그렇다고 논리적 사고가 완전히 필요없다고 단정하기 이르다. 논리적 사고는 (1) 우리가 무엇을 논의하고 있는지 서로에게 정확히 전달하게 하며, (2)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지 명확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힐데와 소피의 책은 돌이켜보면 '통일'을 논리적으로 사고해보자는 시도와 다름 없었다.
먼저 힐데와 소피는 '통일'의 의미를 명확히 하고 싶었다. 힐데는 박근혜 대통령이 말했던 '통일대박'과 김대중 대통령이 말했던 '통일'은 전혀 다른 의미였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대개는 두 사람이 사용하는 단어가 똑같다는 이유로 전자와 후자의 통일은 같다고 치부되곤 했다. 힐데와 소피의 첫 번째 알고리즘은 이 애매함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6가지 체제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고안된 이 알고리즘은 통일과 관련된 주요 이슈들을 모두 다루지 못하는 한계가 있었다.
통일이 과연 옳은 선택인지, 아닌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검증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힐데와 소피는 이 알고리즘이 미래 남북관계 형태를 총 6가지 방안으로 나누는데 성공하였다면, 이제는 그 방안들 마다의 검증을 위한 작업을 고민했다. 힐데는 각 방안이 의지하고 있는 근거를 따져보자고 했다.그들은 통일 문제에 자주 등장하는 7개의 키워드를 골라보았다.
{ 민족, 안보, 사회통합, 이산가족, 경제, 북한에 대한 시각, 정치체제 }
소피: 알고리즘을 통해 미래 남북관계 형태를 도출해내는 것이 1부라고 한다면, 2부는 통일 이슈에 대한 세부적 의견을 분류하는 것이고, 이건 동시에 알고리즘에 대한 일종의 점검이다, 그죠?
힐데: 그렇지. 자신의 입장이 명확하지 않았던 사람에게 1부의 알고리즘은 다소 불친절하게 느껴질 수 있으니까. 세부적인 이슈에서 자신의 의견을 확인해보면 자기 입장을 더 명확히 알 수 있을 거고 이를 근거로 1부에 도출된 결과가 정말 본인의 선택과 일치하는지 따져볼 수 있을 거야.
소피: 2부에도 각 키워드마다의 질문을 구체화하면 더 명확하게 입장을 분류할 수 있겠어요.
2부에도 키워드 마다의 알고리즘은 필요했다. 이를테면 첫 번째 키워드인 '민족'의 경우, "북한 사람과 남한 사람은 한 민족인가요?"로 질문이 시작하는데 여기서남북이 한 민족이다고 답한 사람은 "한 민족은 한 국가에서 살아야 하나요?"라는 질문을 이어 받게 된다. 다시 여기서 한 민족이 한 국가에서 같이 살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래도 다른 나라보다는 더 특별한 관계여야 할까요?"란 질문을 받게 된다. 이런 식으로 '민족' 키워드에도 1부처럼 의사결정 나무 구조가 탄생했다.민족 키워드의 4가지 의견은아래 표의 첫줄에서 보여지듯이 통일 찬성론자인A와 현상유지B, 연합제C와 평화체제D를 가르는 구분이자 근거로 작용한다. 힐데와 소피는 7가지 근거와 6가지 미래 형태를 하나 하나 맞추어 보며 6×7의 매트릭스를 완성했다.
매트릭스를 완성하자 힐데와 소피는 그들이 만든 이 논리구조가 실제 상황에 얼마나 효과적으로 쓰이는지 알고 싶어졌다. 작은 세미나를 직접 열어보자며 하고 있을 때, 마침 대구에서 전화가 왔다. 이전에 힐데와 소피가 일했던 단체 소장님이셨는데, 작년에 진행했던 통일교육캠프를 올해도 힐데와 소피가 맡아주었으면 한다는 내용이셨다.
힐데와 소피는 소장님의 제안에 당장 콜을 외치고, 책의 알고리즘을 활용한 수업 자료를 준비에 돌입했다. 책과는 달리 수업은 수십명의 사람이 동시에 알고리즘을 참여해야 했으므로 인터넷 설문사이트를 이용하고, 원고가 미처 다 나오지 않은 2부는 PPT를 이용한 강의로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에게 나누어 줄 1부의 선택과 2부의 선택을 비교할 수 있는 표가 있는 전단도 준비했다.
실험(?)의 현장
그리고 대망의 날. 힐데와 소피는 통영에 도착했다.
바닷가가 내다보이는 호텔 세마나실에서 50명에 가까운 학생들을 만났다. 모두 통일교육 선도대학에서 통일교육을 한 학기 정도 받은 학생들이었다. 그들을 상대로 1부 설문을 받아보니 {흡수통일 15명, 연방제 6명, 합의통일 8명}으로 나왔고 {현상유지 9명, 평화체제 3명, 연합제 3명}이 나왔다. 과연 일선에서 진행하고 있는 통일교육의 '통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해석이 충분히 가능한 흥미로운 결과였다.
1부 결과를 토대로 학생들을 조별로 앉게 한 다음 2부를 진행했다. 힐데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1부보다 더 고조된 2부의 분위기를 읽었다. 호기심을 가지고 자신에게 집중하는 청중의 표정. 힐데가 좋아하는 분위기였다. 학생들은 힐데가 설명하는 입장과 근거를 관심있게 쳐다보며 나누어 준 종이에다 자기 의견을 적기 시작했다. 신이 난 힐데는 자못 당당하게 "1부의 결과와 2부의 근거가 다른 사람 있나요?"란 식의 질문을 던졌다. 바로 학생들은 1부와 2부의 선택을 직접 눈으로 비교하기 시작했다. 1부에 흡수통일(A)이었지만, 2부에서는 B나 D를 선택했다는 증언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왔다.
이 과정을 흥미롭게 옆에서 지켜 본 소피는 학생들이과연 자신의 의견을 마지막에 바꿀지 궁금했다. 놀랍게도 3분의 1의 학생들이 처음과 다른 입장을 선택했다. 결과를 종합해보니 연합제와 평화체제를 선택한 학생이 첫 시작 때보다 많아졌다. 소피는 놀라웠다.자신의 선택을 바꾼다는 것은 그것을 뒤집을 만한 다른 사고가 교육 중에 이뤄졌다는 증거였다. 힐데와 소피는 순간 자신감이 들었다. '그래, 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