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 7문7답

by 강언덕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 하우스갤러리 이야기가 구름의시간 출판사에서 출간되었습니다. 7문 7답으로 새롭게 출간된 책을 살펴보세요.

강언덕 저, 구름의시간


<그림의 종착지는 집입니다>, 구름의시간 출판사


1. 책의 제목이기도 한 ‘그림의 종착지는 집’이라는 말에는 어떤 뜻이 담겨 있나요?

우리는 보통 그림을 '미술관'이나 '갤러리'에서 만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저는 그림이 결국 도착해야 할 곳은 누군가의 집, 누군가의 일상 속 한 장면이라고 믿어요. 그림이 걸리는 곳이 온전한 커다란 벽면이 아니어도 괜찮고, 조명이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요. 살아가는 공간 안에서 숨 쉬는 그림, 그것이야말로 진짜 그림의 자리라고 생각했어요. ‘그림의 종착지는 집’이라는 말은 단지 장소에 대한 말이 아니라, 태도에 대한 말이기도 해요. 거창한 감상보다, 하루 끝에 눈길을 줄 수 있는 벽, 누군가를 기다리는 탁자 위, 부엌이나 일터와 같은 지난한 삶의 한켠일 수도 있고요. 저는 이렇듯 그림의 종착지는 집, 결국 우리 삶 한 가운데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우스갤러리2303에서 전시를 열고 있고, 이 책도 나오게 되었어요.


2. 하우스갤러리2303은 곧 작가님이 살고 있는 집이로군요. 집에서 전시를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집을 전시장으로 쓰게 된 데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아이를 키우기 위해 경력이 단절되었는데 얼마 후 코로나 팬데믹이 덮쳤어요. 집을 떠날 수 없는 이유가 하나둘 늘어났고 결국 저는 거꾸로 집을 일터로 삼기로 했어요. 하지만 단순히 물리적인 이유만은 아니었어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그림의 종착지는 집’이라는 생각을 보여주려니 집을 전시장으로 쓰는 것이 매우 당연한 이유가 되었지요. 저는 2020년부터 집에서 전시를 해왔고 현재 14번째 전시를 하고 있어요.


3. 집이 전시장이 될 수 있나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당황하는 얼굴들을 마주해요. 그들의 눈에는 의심과 호기심이 동시에 깃들어 있어요. 수도권 인구 70%가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제가 살고 있는 곳도 아파트에요. 커다란 집도 아니에요. 국민평형 30평대, 방 세 개가 있는 평범한 집이고요. 최소 반년 전에는 작가를 섭외하는데, 전시가 결정되면 작가들은 하우스갤러리를 방문해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고민을 시작하고, 작품 설치도 그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합니다. 작가들이 경험하는 전시장이 대개는 화이트큐브이기 때문에 집 전시장이 작가들에게도 낯설 수밖에 없지만, 모두 집을 전시장으로 해석하는 일을 매우 흥미로워해요. 그래서 늘 작품에 따라 새로운 전시장이 탄생해요. 전시 때마다 전혀 새로운 집으로 태어나 저도 너무 즐거워요. 하우스갤러리2303은 처음 전시를 시작했던 아파트의 주소 23층 3호에서 따왔어요. 유일한 공식 홍보처는 인스타그램인데 주소는커녕 지역도 언급되어 있지 않아요. 전시관람을 원하는 이들이 메시지를 보내면 저는 스파이가 지령을 전달하듯 주소를 알려줘요. 그런 불친절한 전제에도 불구하고 6년 동안 1700명이 넘는 관객이 방문했습니다.


KakaoTalk_20250524_144503099_01.jpg 서재정 작가 전시장에서, 강언덕


4. 이 책은 어떤 순간에서 시작되었나요?

하우스갤러리2303은 삶과 예술의 경계 위에서 지어졌어요. 당연히 쉽지 않았어요. 집을 그대로 전시장으로 쓰다보니 사생활이 모두 오픈되는 것에 대한 불편함과 두려움도 있었고 가끔씩 몸과 마음이 힘들 때도 있었거든요. 저는 사실 극내향의 사람이거든요. 무엇보다 세상에 없는 방식의 일이다 보니, 이런 형태의 나의 일도 일이 될 수 있을까, 내가 아무것도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었지요. 제가 무너지려 할 때마다 이 일을 지속하게 한 것은 놀랍게도 그림이었고, 또 사람들이었어요. 저는 그 빛나는 순간들을 잃고 싶지 않아 조금씩 글을 써왔어요. 2년 전에 출판사 구름의시간 대표님이 전시장에 관객으로 오셨는데 하우스갤러리에 관한 이야기를 책으로 내볼 것을 제안하셨어요. 어렴풋이 책으로 써야겠다 생각은 했지만, 한번도 책을 내본 적이 없어서 과연 제가 할 수 있을까 처음엔 걱정이 컸어요. 조금 오래 걸리긴 했습니다. 이 책은 하우스갤러리2303이 만들어지게 된 이야기이자, 이곳에서 만난 수많은 작가와 그림, 사람에 관한 이야기에요. 그들에게서 받은 응원을 통해 사라지지 않고 버텨낸 하우스갤러리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다시 응원과 위로가 되기를 바라고 있어요.


5. 작가님의 첫 책이라니, 전시를 만들며 글을 쓴다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 같아요.

제가 글을 쓰면서 작가님들의 창작의 고통을 비로소 이해했습니다. 하하하. 그리고 처음에는 전시와 글이 별개일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글을 쓸수록 제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전하려고 하는 메시지를 그림을 통해 전시로 구현할 수도 있고, 글로 쓸 수도 있는 것이더라구요. 전시경험은 시각과 청각, 촉감 등을 공감각적으로 수반하는 경험이지만, 한정된 시간 속에 충분히 이야기를 전달하지 못할 때가 있어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는데, 글이 그 틈을 메꿔줘서 정말 훌륭한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요즘은 훌륭한 미술 대중서들도 많이 나오고 있지만, 기존 미술계의 글들이 조금 어려운 경향이 있다고 생각해요. 저는 철저하게 눈높이를 제 아이에게 맞췄습니다. 밤새 제가 쓴 글을 처음 읽는 사람도 아이였어요. 초등학생이었던 아이가 중학생이 되었지요. 글을 쓰고 나서 어떠냐고 물어보면 아이가 감상평을 얘기해 줘요.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면 글을 완성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근사하고 멋있는 글 같은데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하면 저도 모르게 탄식이 흘러나왔어요. 어쩔 수 없이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시 썼어요.


6. 다시 그림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그림이 왜 필요한가요? 사람들이 좋아하는 그림은 무엇인가요?

지난 몇 년간 미술시장이 커지면서 그림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하지만 저는 그림을 재테크의 수단으로 보지 않아요. 물론 그림은(잘만 고른다면) 장기적으로는 우상향이라고 생각하지만, 제가 생각하는 그림의 가장 중요한 미덕은 경제적 가치보다는 예술 본연의 가치에요. 예술은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어주는 가장 아름답고 의미있는 존재니까요. 형식이 아름다울 수도 있고, 그것의 주제, 세상을 향해 던지는 질문이 의미있을 수도 있어요. 하우스갤러리를 하면서 중요한 사실을 깨달았는데 사람들은 그림을 볼 때 결국 자기 이야기를 읽습니다. 하나의 그림을 놓고서도 사람들은 각자의 관점으로 그림을 보고 자기 이야기를 투영해 그림의 의미를 완성해요. 작가가 건네는 이야기는 50%에 지나지 않아요. 책에서 그런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KakaoTalk_20250421_023453374_08.jpg 정화백 작가 전시장의 관객


7.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무엇을 느끼고, 어떤 생각을 떠올리길 바라나요?

하우스갤러리2303에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좋겠어요. 그리고 그림이 가지는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라요. 누군가에게 미술은 감탄하며 우러러 보는 뮤지엄 글라스 속 오브제일 수도 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이생에서 나와는 절대 상관없고 욕망할 수도 없을 만큼 값비싼 명품일 수도 있어요. 과거의 저는 전자에 가까웠고 때로는 후자가 되기도 했어요. 누군가에겐 그저 인스타그램 사진 속 배경으로 족할 수도 있지요.

저는 그림을 집에 들이고서야 진정한 그림의 힘을 경험했고 그림의 종착지는 집이라는 결론에 다다를 수 있었어요. 이 책을 통해 삶이 예술로 들어가고 예술이 삶으로 들어가는 무수히 아름다운 에피소드들이 저에게 준 감동 그대로 독자들에게 온전히 가닿기를 바라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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