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편'을 마치며
경력(經歷)[명사] 1. 여러 가지 일을 겪어 지내 옴. 2.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
어쩌다 '경력단절여성'이라는 단어가 만들어졌을까? 인터넷 포털 사이트 지식백과에도 등록되어 있는 경력단절여성은 기혼 여성 중 결혼, 임신, 출산, 육아 등으로 직장을 그만둬 비취업 상태에 있는 여성을 일컫는다. 사회는 경력단절여성을 사회취약계층으로 정해 여러 가지 지원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나 역시 그 경력 단절이 두려워 시어머니와의 동거를 시작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일터에서의 경력이 단절되고 나면 다시 복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경력(經歷)의 단어 뜻이 '겪어 지내 온 여러 가지 일'이라는 의미라면, 아이를 낳고 시어머니와 동거하며 겪어 지내온 일들이 회사에서 4개 팀의 팀장을 거쳐오며 겪어 온 여러 가지 일에 뒤지지 않는다. 그런데 어찌하여 비경제적인구라는 이유만으로 경력이 단절되었다는 표현을 만들었을까? 내가 시어머니와 살며 터득한 관계의 노하우를 글로 풀어낸 것만 6만 자가 넘거늘 아무리 생각해도 경력단절이란 표현은 부적절하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경력단절여성을 지원하는 것이 잘 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다. 일터에서 재취업에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는 것은 인정하기 때문에 공공의 지원 정책들은 이어지는 것이 옳다. 다만 '경력단절여성'이라는 사회적 명명으로 인해 이 사람의 일의 성과 역시 낮지 않을까 하는 인식이 생길 것에 대한 우려 이다. 단절의 반대어로 연결, 계승이 있으니 '경력계승여성' 등의 대체어가 필요하지 않을까?
경력단절의 의미를 넘어서기 위해서 <4인 4색 엄마들의 동거의 기술>은 엄마 경력 7년차의 엄대리라고 명명했다. 엄마도 경력이 쌓여가면서 엄주임 시절에 모르던 것을 엄대리 시절에 배우고, 엄대리 시절에 경험하지 못한 여러 가지 일을 경험하며 엄과장으로 성장한다. 세상의 모든 경험은 경력이 된다.
육아에세이로 분류 되어 쓴 글인데 마무리가 다소 투쟁적이다. 글을 써 내려가며 동거의 기술로 소개하길 '싸움의 대상이 누구인가?'를 명확히 하라 하였는데, 나 다음 세대로 아이를 키울 엄마들을 위한 글을 마무리 하려다 보니 사회 전반의 인식과 정책 방향들이 싸움의 대상으로 인식되었나 보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전에 모르던 나를 만나고, 전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사회를 만난다. 누군가는 비관하며 헬조선에서는 아이를 낳지 않겠다 다짐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아예 나라를 떠나기도 한다. 하지만 이 땅에서 시어머니와 함께 두 아이를 키우고 있는 나는 그래도 이 곳에서 아이를 낳고 키우며 더 나은 사회를 함께 만들어가자고 말하고 싶다. 아이를 낳기 이전의 삶으로 되돌아 갈 수 있다면 아이를 낳으며 깨달은 삶의 지혜와 노하우를 전수해 가며 다음 세대의 아이들은 보다 나은 세상에서 살아 갈 수 있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접하고 <동거의 기술-시어머니편>으로 브런치북을 발행할 생각을 하니 부족한 사람의 첫 글을 읽어주신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첫 글을 시작으로 쓰고 싶은 여러가지 주제가 줄줄이 있어 조만간 기획 마치면 또 연재를 시작하겠습니다.
글을 마무리 하며, 작은 바람 하나를 적어둡니다.
마음 속에 간직해 두면 나중에 지키지 않을 약속이 될 것 같아서요.
처음 시작한 이 글이 적든, 크든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 수익금은 함께 쓰고 있는 네 명의 작가들보다 더 어렵고 힘들게 아이를 키우고 있을 미혼모 분들을 위해 쓰일 수 있었으면 합니다.
이 작은 바람에 동참하실 수 있도록 책 출간까지 쭈욱 달려보겠습니다.
응원해 주신, 그리고 응원해 주실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