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교정, 그 살벌한 세계

누가 이 노고를 알아줄까

by 박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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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떤 오탈자도 없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치명적인 오탈자가 아니길, 독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오탈자이길 바랄 뿐이다.”


저자가 처음 원고를 보내면 한글파일 상으로 1차 교정을 본다. 세세한 부분보다 큰 틀에서 보는 편이기에 기본 교정이라 부르기도 한다. 목차 순서에 맞게 원고가 제대로 배치되었는지, 큰 오탈자는 없는지 등을 확인한다. 각종 기호 및 부호를 통일한다. 이 단계에서 책 내용을 구체적으로 파악하긴 어렵다. 한글파일 자체적으로 맞춤법이 틀린 경우 빨간 줄이 그이기에 이를 적극 활용할 수 있지만, 정확하게 못 잡아내는 경우도 많다. 그야말로 ‘큰 것들’ 위주로 보는 셈이다.


그렇게 정리한 원고를 디자이너에게 넘기면 본격적으로 편집 디자인 작업이 시작된다. 인디자인 프로그램으로 한글파일 상에 있는 글을 책 판형에 맞춰 옮기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간혹 글이 밀리거나 글자 크기가 달라지거나 같은 글이 중복되는 등 사고가 발생하기도 한다.


원고를 그대도 옮긴 작업 파일을 PDF 형태로 저장한다. 우선 디자이너와 저자 사이에 이 파일이 여러 번 오간다. 이미 최종원고라며 보내긴 했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꼼꼼히 살펴보면 수정할 부분이 제법 많다. 디자인이나 구성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작업 기간을 고려해 둘 사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기도 한다. 혹시 1차 교정에서 오탈자 수정 및 부호 통일 등이 제대로 안 되었을 경우 다시금 편집자가 교정을 보며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다.


저자 쪽에서 ‘이렇게 인쇄 들어가도 괜찮다’라는 OK 싸인이 최종적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인쇄에 곧장 들어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최종 교정이 남아 있다. 인쇄 제작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 관문이다. 이제까지 봤던 교정과 차원이 다른 수준이다. 여기서 잡아내지 못한 실수는 더 이상 만회할 기회가 없다. 책을 한 번 찍을 때 보통 1,000부를 제작하니, 하나의 실수가 곧 1,000권의 책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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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한 커피 한 잔을 내린다.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최소 두 시간에서 세 시간은 이 작업에만 온전히 전념해야 한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하는 법이다. 이 세상에 오탈자 하나 없는 완벽한 책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다. 최종 교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실수를 최소한으로 줄이기 위한 작업이다. 완벽하기 어렵지만 완벽함을 위해 발버둥 쳐야 하는 일이다. 그렇기에 고도의 집중력이 필요하다.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우선 표지를 꼼꼼히 본다. 표지에 있는 오탈자는 그야말로 치명적이다. 다른 부분에 있는 오탈자는 2쇄 때 수정해서 반영하거나 다른 방법을 찾을 수 있지만, 표지만은 예외다. 오탈자를 발견하는 순간 책을 새로 찍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 어떤 실수도 용납되지 않는 영역이다. 제목과 부제, 뒷표지 문구, 앞날개와 뒷날개를 유심히 본다. 이상이 없으면 내지로 넘어간다.


내지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목차다. 소제목에서 오타가 없는지, 목차에 명시된 순서 및 페이지와 실제 순서 및 페이지가 일치하는지 등을 확인한다. 가장 많이 일어나는 사고는 순서가 다르거나 목차 소제목과 실제 해당 페이지 소제목이 다른 경우다. 다음으로 머리말, 나오는 말 등 책의 앞뒤를 장식하는 글을 꼼꼼히 봐야 한다. 사람들이 서점에서 책을 집었을 때 표지 다음으로 가장 많이 보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그 외 판권지에 기입된 정보도 확인한다. 발행일이 맞는지, 책 제작과 관련해 기입된 정보가 정확한지 등을 본다.


표지와 목차, 머리말, 나오는 말 등의 확인이 끝나면 우선 한숨을 돌린다. 치명적인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책 내용에 관한 건 시작도 하지 않은 상태다. 큰 틀에서 작업이 끝났을 뿐이다. 한편 이 작업은 앞으로의 작업에 대한 하나의 척도가 될 수도 있다. 여기서 수정할 게 많았다는 건 본문에서도 오탈자가 많을 수 있음을 의미 한다.


본문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교정은 우리가 보통 독서하듯 술술 읽는 것과는 사뭇 다른 작업이다. 독서는 말 그대로 책을 읽는 행위이지만 교정은 본문 속 오탈자를 찾는 일이다. 책 내용에 너무 빠져들어 이야기에 따라가다 보면 본연의 역할을 놓치기 쉽다. 내용이 재미있는지, 표현이 좋은지 등을 고려하기 시작하면 집중력이 흐트러지기 쉽다. 이 책이 어떤 내용이든 텍스트 자체의 문법적인 옳고 그름을 따져야 한다. 독자들이 몰입할 수 있도록 재미난 이야기와 표현 등으로 무장한 글을 주어 동사의 일치, 시제의 일치, 적절한 띄어쓰기 등에 초점을 맞춰 봐야 한다는 의미다.


따분하면서도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더군다나 최종 교정은 더욱 힘들다. 독자가 이 책을 만나기 전 마지막으로 점검하는 일이기에 출간 과정에 있어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고되고 힘들지만 필수적인 과정이다. 다만 편집자는 이런 고된 작업을 하라고 월급을 받는 존재다. 편집자의 역량은 이 일을 얼마나 능숙하게 잘해낼 수 있는지에 따라 평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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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교정이 끝난 파일을 디자이너에게 넘겨준다. 최종 인쇄파일을 받는다. 수정이 모두 반영되었는지 마지막으로 점검한다. 인쇄 결정이 떨어진다. 인쇄소에 작업 파일을 넘긴다. 인쇄 제작에 들어갔다는 답변을 듣는다. 한 번 더 볼 걸 그랬나, 괜히 불안해진다. 눈이 빠지도록 꼼꼼히 교정 봤다지만, 확인하지 못한 오탈자가 여전히 득실거릴 게 분명하다. 그 어떤 오탈자도 없길 바라지 않는다. 다만 그것들이 치명적인 오탈자가 아니길, 독자들의 눈에 잘 띄지 않는 오탈자이길 바랄 뿐이다.


인쇄 제작이 끝나면 창고에 입고된다. 사무실로 책을 몇 부 내린다. 떨리는 마음으로 책을 확인한다. 책 표지부터 목차와 머리말, 나오는 말을 다시금 확인한다. 이후 본문을 천천히 훑어본다. 체크하지 못한 오탈자가 또 보인다. 체크해두었다가 2쇄 때 수정하기로 한다. 큰 사고가 없으면 작업이 일단락된다. 힘이 빠진다. 이토록 살벌한 세계에 오래 있다 보면 정신 건강이 안 좋아질 것만 같다. 매번 수명이 단축되는 느낌이다. 누가 이 노고를 알아줄까. 글은 작가가 썼고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했다. 내가 한 일은 거의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그러다 판권지에 적힌 내 이름을 우연히 발견한다. 이 책의 편집을 맡은 사람은 누가 뭐래도 나다. 내 이름 석 자가 뚜렷이 적혀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그 누구보다 치열하게 내 역할을 했음을 증명하는 흔적이다.


내 노력이 드러나지 않아도 좋다. 이렇게 별 사고 없이 책이 나온 것만 해도 만족한다. 아무쪼록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주었으면, 더 나아가 이 책을 통해 각자의 삶에 있어 조금이라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길, 소박한 바람을 가져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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