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도 받고 글쓰기도 배우고

다음 글쓰기 피드백은 언제쯤 받을 수 있으려나

by 박정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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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두 번의 피드백은 각각 6개월 동안 적용하며 어느 정도 클리어한 거 같은데, 이번 피드백은 어림도 없다. 내 글쓰기 수준에 비해 너무도 어려운 숙제를 부여받았다. 완전 스파르타 교육이다. 다음 글쓰기 피드백은 언제쯤 받을 수 있으려나.”

- 정오가 간만에 맥주 한잔하자 길래, 요즘 무슨 일 있나 싶더라고. 맨날 내가 먼저 먹자고 하니까. 그래서 퇴근하고 회사 근처 맥주집에 갔거든. 그런데 한다는 말이, 자기 글쓰기 상담을 하더라고.


대표님과는 회사 사장과 직장인의 관계이지만, 한편으론 글쓰기 멘토와 멘티의 관계이기도 하다. 물론 이런 관계는 멘티 쪽에서 일방적으로 만든 것이다.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질척거리면서 뭔가 뽑아 먹으려고 한다. 그 사람이 심지어 회사 대표님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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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는 책 만드는 일을 한다. 그러한 책은 대부분 글로 구성되어 있다. 글의 1차 생산자가 작가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그 창작물을 가공하는 편집자 역시 큰 틀에서는 2차 생산자라 말할 수 있다. 작가들의 글을 다루기 위해선 그들 못지않은 글쓰기 실력이 있어야 한다. 내 글쓰기 실력이 형편없는데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의 글을 지적하는 건 아무래도 어렵다. 하물며 그들이 글로 먹고사는 집단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러니 편집자에겐 글쓰기 실력이 필수다. 글을 잘 쓴다고 누구나 편집자를 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대부분의 편집자는 글을 잘 쓴다. 적정 수준의 글쓰기 실력을 가지고 있더라도, 그 자리에서 머무는 순간 오히려 도태되고 만다. 예술에는 정답도 없고 완벽함이 없는 것처럼, 글쓰기 역시 마찬가지다. 편집자 직함을 다는 순간부터 글쓰기 수양을 멈출 수 없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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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회사 SNS를 관리하며 처음으로 글쓰기 피드백을 받았다. 글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틀린 게 없도록 쓰는 게 우선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조사를 줄이고, 단문 위주로 쓰고, 이왕이면 능동 형태로 쓰면 좋다고 했다.


입사 전 까지만 해도 주위에 나보다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제야 내 글이 군더더기 투성이라는 걸 깨달았다. 내 글에 쓸데없는 조사가 이렇게나 많았다니! 쉼표는 왜 또 이렇게 많지. 이렇게 계속 쉬다 보면 호흡 조절이 안 되어서 글을 읽다가 포기할 것만 같다. 문장 길이는 왜 또 이렇게 길담. 못해도 세 번은 끊을 수 있을 거 같다. 게다가 수동태가 넘쳐난다. 누가 보면 수동태 성애자인줄 알겠다. 이후 단문 위주로 쓰되 불필요한 조사 사용을 대폭 줄였다. 퇴고를 거듭하며 비문을 없애려 노력했다. 6개월이 흘렀다. 글이 비교적 깔끔해졌다. 이 전에 비해 글이 쉽게 잘 읽힌다는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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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모임을 운영하며 본격적으로 내 글에 대한 피드백을 듣기 시작했다. 깔끔하게 잘 쓰긴 하는데 너무 내 생각, 내 이야기만 가득하다고 했다. 대표님께 도움을 요청할 때가 되었다고 확신했다. 퇴근 전, 대표님 자리로 갔다. 머뭇머뭇 거리니 무슨 할 말이 있냐고 물으셨다. 대표님, 오늘 저녁에 혹시 다른 일정 있으십니까? 다행이 없다고 하셨다. 그럼 저랑 맥주 한 잔 어떻습니까?


처음부터 내 의도를 드러내면 위험하다. 자칫하다간 너무 비즈니스적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자연스레 글쓰기 얘기를 꺼냈다. 현재 글쓰기에 대한 내 고민을 이야기했다. 대표님께 두 번째 피드백을 받았다. 글에 다양한 사람이 등장하면 좋겠다고 했다. 자신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하는 에세이는 상대방의 공감을 사기에는 좋지만, 자칫하다간 일기장 수준에서 머물 수 있는 위험이 있다고 했다. 다른 사람이 등장하면 글이 훨씬 더 풍성해질 수 있다고 했다.


다시금 내가 쓴 글을 돌이켜보았다. 죄다 내 이야기다. 혼자만의 고민이나 생각들이다. 심지어 다른 사람과 함께 겪은 일조차 철저히 개인의 깨달음과 성찰로 전환해버렸다. 타인에 대한 이해가 현저히 부족했다. 대표님의 피드백을 적극 반영했다. 6개월이 흘렀다. 항상 내 생각, 내 이야기로만 가득하던 내 글에 주위 사람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글의 볼륨감이 커지며 이야기가 비교적 풍성해졌다. 이 전에 너무 내 중심이라는 피드백을 들었던 글쓰기 모임에서, 내 글이 눈에 띄게 재밌어졌다는 칭찬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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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깔끔해지고 볼륨감도 커졌다. 내 글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자신감이 붙었다. 예전에 쓴 글을 보니, 지난 1년간 얼마나 큰 변화가 있었는지 새삼 느껴졌다. 이제 SNS 글쓰기를 넘어 출간을 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다. 하지만 그 벽은 높았다. SNS에서 쓴 글이 반응이 좋은 것과 실제 책을 출간하는 일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참, 사업 발표 때문에 대표님과 1박 2일로 서울 출장을 갔다. 일정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맥주 몇 캔과 안주를 조금 샀다. 캔 맥주를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회였다. 다시금 글쓰기에 대한 내 고민을 이야기했다. 글을 좀 더 간추려서 꼭 필요한 내용 위주로 적는 연습을 하면 좋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난 두 번에 비해 한층 더 어려워진 피드백이었다. 이후로 글을 쓸 때마다 필요 없는 내용은 최대한 빼려 하는데, 그럼에도 글이 너무 장황했다. 하고 싶은 얘기가 이리도 많은가. 당장 지금 이 글도 그렇다. 그냥 대표님께 6개월마다 피드백을 들으며 열심히 글쓰기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하면 될 것을, 이 짧은 내용을 장황하게 풀어서 쓰고 있다. 아직 세 번째 피드백은 조금도 적용하지 못하고 있구나. 지난 두 번의 피드백은 각각 6개월 동안 적용하며 어느 정도 클리어한 거 같은데, 이번 피드백은 어림도 없다. 내 글쓰기 수준에 비해 너무도 어려운 숙제를 부여받았다. 공짜로 글쓰기 수업을 들으려는 의도를 들킨 걸까. 그래서 확 어려운 숙제를 내주며 당분간은 글쓰기 얘기를 꺼내지 못하게 하려는 걸까. 갈 길이 멀다. 다음 글쓰기 피드백은 언제쯤 받을 수 있으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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