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행본을 출간하며 - 어느 편집자의 브런치 탐방기

브런치 연재에서 단행본 출간까지

by 박정오

지난 2018년 하반기, 글쓰기 모임을 운영했다. 책 출간을 목표로 성실하게 글을 썼다. 덕분에 원고가 제법 쌓였다. 내가 현재 일하고 있는 ‘출판사’와 내 직함인 ‘편집자’에 관한 이야기였다. 개인 블로그를 오랫동안 운영하다 보니, 어느 시점부턴 독자층이 너무 협소한 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박정오라는 사람이 쓴 글을, 주위 지인 혹은 오래전부터 박정오라는 사람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읽었다. 온라인상에 나만의 공간을 만들고 특정 독자층을 만드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 있는 일이긴 했지만, 그럼에도 스스로 갇혀 있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러다 나라는 사람이 전혀 드러나지 않은 플랫폼에 새롭게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떤 연고도 없는 곳에서 내 글이 얼마나 읽히는지, 사람들이 얼마나 반응을 하는지 궁금했다. 무엇보다 내가 어떤 글을 쓰면 사람들이 공감하는지 알고 싶었다. 일종의 실험이었다. 한편으론 내가 쓴 글을 모아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욕심도 있었다. 책으로 될 만한 콘텐츠를 발굴하는 편집자이긴 했지만, 집으로 돌아오면 나 역시 책을 내고 싶은 작가 지망생이었다. 홀로 의지와 열정을 불태운다고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았다. 눈곱만큼의 가능성이라도 만들기 위해선 뭐라도 해야만 했다. 그게 나에겐 브런치 연재였다. 글 쓰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이곳에 나의 글을 연재하며, 그들과 당당하게 경쟁하고 싶었다. 한편으론 어느 눈 밝은 편집자가 나의 글을 봐줬으면, 지금은 부족하더라도 나의 성장 가능성을 발견했으면 싶은 마음이었다.


올해 1월 25일,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라는 매거진을 만들었다. 이후 <인터뷰하러 왔다가>라는 글을 처음으로 올렸다. 온라인상에 글을 올리는 건 익숙했음에도 꽤 떨렸다. 일기장이 아닌 하나의 ‘콘텐츠’를 연재하는 건 내게 낯선 일이자 커다란 도전이었다. 놀랍게도 글을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음 메인 화면과 카카오톡 채널 등에 노출 되어 1,000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했다. 구독자가 10명도 채 되지 않던 상황이었기에 1,000이라는 숫자는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거, 먹힐 수도 있겠는데? 홀로 기뻐하며 그동안 모아뒀던 원고를 일주일에 하나씩 올리기 시작했다.


약 6개월 동안 30편이 넘는 글을 연재했다. 첫 글을 올릴 때만 해도 쌓아둔 원고가 15개 남짓 있었으니, 브런치에 주기적으로 연재를 하며 나머지 절반을 더 쓴 셈이다. 나만의 글쓰기 실험은 놀라운 결과로 이어졌다. 30편 남짓한 글 중 10개가 넘는 글이 다음 메인화면에 노출되며 천 단위의 조회수를 기록하곤 했다. 그중 세 번은 ‘브런치가 추천하는 글’에 선정되었다. 무엇보다 <연봉 8천만 원>이라는 글은 무려 18만이라는 놀라운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내가 쓴 글이 독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깨달으며, 처음으로 자신감을 얻었다.


내 글을 끊임없이 시험대 위에 올리며 실험하는 한편, 현실에서도 내가 책을 낼 방법을 열심히 찾았다. 그러던 중 청년들의 창작물을 지원해주는 사업에 선정되며 책을 낼 수 있게 되었다. 책 출간을 목표로 원고를 쓰고, 그걸 새로운 플랫폼에서 연재하며 독자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책 제작비를 지원받는 등 톱니바퀴처럼 잘 맞물렸다. 운이 좋았던 셈이다.


지난 4월, 책 출간이 확정되며 본격적인 원고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원고 분량을 채우기 위해 어떤 글을 쓸지 계획을 잡았다. 내가 무슨 글을 쓸 때 독자들이 관심을 가지는지, 어떤 제목과 부제로, 어떤 내용으로 채우면 일면식도 없는 이들이 내 글에 반응하고 공감해주는지 알고 싶었다. 글쓰기는 기본적으로 고독한 작업이다. 열심히 쓰더라도 자신이 제대로 썼는지, 내용이 괜찮은지 확인할 길이 없다. 편집자로 일하며 글과 친숙하게 지내고 있지만, 글쓰기에 관해선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때 브런치 연재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브런치는 내 글의 관한 새로운 기준이 되었으며, 이를 참고해 글의 방향을 설정했다. 첫 단행본 출간에 커다란 도움을 받은 셈이다. 1월에 첫 글을 올렸고, 8월의 끝자락에 마지막 글을 올렸다. 원고를 다 올렸을 때쯤 책이 출간되었다. 그렇게, 브런치 매거진 <저도 편집자는 처음이라>는 한 권의 단행본으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다.


첫 책을 출간하며 자그마한 성과를 내긴 했지만, 편집자 이야기를 계속 쓸 생각이다. 편집자 생활을 하며 배우고 느낀 걸 혼자서 간직하지 않고 다른 사람과 공유하겠다는 처음의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더 나아가 책에 묻은 손때와 땀방울을 더욱 많은 사람이 알아줬으면 하는 간절한 바람도 여전하다. 부족한 글 실력에 비해 많은 관심과 응원을 받은 만큼, 글쓰기에 더욱 정진하는 거로 이 은혜를 갚으려 한다.


p.s

현재 사회초년생의 방황과 애환을 담은 <술 한잔해요>를 연재 중입니다. 한동안은 여기에 집중할 예정이며, 10월부터 다시금 편집자 이야기를 연재할 계획입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머리말 - 책에 묻은, 여물지 않은 손때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