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엄청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거예요.
모처럼 가족끼리 술자리를 마치고 집으로 가는 길, 어머니가 갑자기 산책하러 가자고 했다. 아버지와 동생을 먼저 보내고 어머니와 단둘이서 집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집에 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불안감이 앞섰다. 조금 전까지 행복을 얘기했던 상황이라 더욱 조심스러웠다. 공원 벤치에 앉았다. 어머니는 이런저런 걱정을 하나둘 쏟아내기 시작했다. 결혼과는 거리가 먼 듯한 두 아들에 대한 걱정, 불안정하고 힘든 길로 이미 발을 성큼 들여놓은 나에 대한 걱정까지. 어머니의 고민에 귀를 기울이며 공감하다가도 때로는 형을 변호하기도 했다. 특히 내 걱정에 대한 답변으로 그럴듯한 변명을 늘어놓으니, 누굴 닮아서 그렇게 말을 잘하냐며 웃었다.
우리 집의 오랜 문제였던 고부갈등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대화는 성큼 깊어져갔다. 할머니와 어머니의 갈등, 이를 중심으로 펼쳐진 친가와 우리 집안의, 복잡하고 미묘한 문제, 그로 인한 고민에 관한 얘기가 오갔다. 다만 내가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집안 문제 앞에서 나라는 존재는 한없이 나약했다. 직장에선 편집자 직함을 달고, 책을 기획해 전국 각지에 있는 독자 앞에 상품으로 내놓는 일을 하고 있었다. 아직 많이 부족하지만, 프로의 세계에 진입해 오로지 기획력 하나만으로 전국의 수많은 편집자들과 경쟁하고 있었다. 또한 직장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쓴 글을 모아, 단행본 출간을 앞두고 있었다. 전국의 쟁쟁한 글쟁이들과 글쓰기 하나만으로 승부를 가리는 치열한 세계에 뛰어든 셈이다.
그럼에도 친가에 가면 나라는 존재는 그저, 막내아들의 둘째 아들일 뿐이었다. 뭘 하고 사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그 누구도 궁금하지 않은 존재. 얼핏 듣기로는 출판사에서 일한다고 하는데, 박봉에 일도 고되고 안정적이지 않은 직장에 다니는, 한심하면서도 별 볼일 없는 존재. 그뿐이었다. 어머니께 당당히 말했다. 엄마, 저 정말 열심히 노력해서 엄청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벌 거예요. 엄마 호강시켜드리는 건 당연한 거고, 진짜 잘 되서 친척들한테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커요. 유령이나 그림자처럼 취급하던 애가, 이 집안에서 제일 잘되는 걸 보면 무슨 표정 지을지, 어떻게 받아들일지 궁금하거든요. 그러니까 엄마,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알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