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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06. 2020

아무리 베어봐라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응원하며



- 윙~~~ 윙~~~








아파트 단지 안의 산책로에 제초작업이 한창이다.

나무와 나무들 사이로 구불구불 길이 난 빨간 산책로.

초대하지 않은 풀들이 배짱 좋게 산책로까지 나와 즐비해지자 예초기가 등장한다.

예리한 칼날에 뭉텅뭉텅 잘려나가는 가냘픈 몸둥아리들.

확, 코끝으로 몰려오는 냄새.

그것은 풀들의 피냄새다.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처절하게 밀리고 있는 전쟁터.


잡초라 불리워지는 그들은 오히려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이름없는 풀이고, 방해하는 풀이고, 밟아버려야할 풀이라는 세상의 힘에

강력히 저항하는 약자의 생명이다.

잘려나가고 뽑혀 나가도 다시 기세등등하여 맞선다.

가꾸지 않아도

보살피지 않아도

비좁은 흙 한 줌만 있어도 결코 숨지 않고 당당하다.


누구도 막을 수 없다.


조선의 민초들이 그러했고

지금의 미얀마 민초들이 그렇다.

잘라내 버리고 뭉개버려도 그들의 뿌리는 깊어

다시 일어나 물결을 이룬다.


풀에도 꽃은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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