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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05. 2020

피자 박스나 접어?

-엄니, 뭐하시나?

-텔레비전 본다.

-오늘은 텔레비전 섭렵하시나 보네.

-매일매일 집에만 있으니 책 보는 것도 지겹고, 1시간 반 걷고 들어오면 또 뭘 해야 하나 싶다.

 사람이 점점 무력해지네.

-엄마, 피자박스나 접어요.

-피자박스? 기생충에 나오는 그 가족들처럼? 

-한 장당 백 원이면 만 장 접으면 백만 원은 될 걸.

-그래? 너 대전에서 올라와서 엄마랑 피자박스 접자.

-그럴까? 공부 때려치우고 박스 사업이나 할까……




둘째와의 통화내용이다.

코로나 19로 두문불출한 지 한 달이 넘었다.

우리들의 3월은 오롯이 서지 못하고 시간 조차 코로나에 감염되어 정지되어버렸다.

봄은 들판마다 산나물을 내놓고, 매화와 산수유, 진달래를 걸어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봄도 코로나의 영향을 단단히 받고 있다.


일주일에 세 네번은 강의하고, 사람들 만나고, 차 마시고, 영화 보고, 도서관 다니고...

일상 생활을 당연히 여기며 살아왔는데, 그만 정지하라고 한다.

정지가 아니라 금지다.

인간의 숭고한 자유를 코로나가 억압하여 모든 활동을 금지시켰다.

이처럼 무기력할 수가 있을까?

무조건 칩거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바쁘다 바빠~

그 세속적 언어를 남발하던 일상은 언제쯤 돌아오는 걸까?


피자 박스라도 접어?

에잇,  '기생충' 영화나 다시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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