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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05. 2020

나 노래할래

쉬운 길이 어디 있을까



 둘째 아들이 고1 때였다.


- 엄마, 나 공부하기 싫어! 나도 형처럼 음악 할래.

- 음악? 악기를 다루겠다고?

- 아니, 보컬!

- 엉? 내 아들이 노래를 잘하는 줄 미처 몰랐네.

- 이제부터 배우면 돼.

- 재능을 배우겠다고?

- 나도 형처럼 놀면서 자기의 일을 해 보고 싶어.

- 놀면서? 형도 엄청 노력해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음악을 하는 거야.

- 나도 할 수 있어.

- 그래? 그럼 네가 꼭 하고 싶다면 해야지.

 그런데 이것 하나만 알아둬. 실용음악의 보컬은 몇 백대 일의 경쟁을 뚫어야 하고

 일반 대학의 경쟁은 높아야 3:1, 4:1이라는 것. 

- 그렇게나 세? 정말이야?

- 네가 직접 알아봐. 엄마가 거짓말하는지.






아무리 봐도 둘째 아이는 음악보다 공부인데,

베이스 기타를 들고 무대에서 열정을 뿜어내는 형이 노는 것처럼 보인 것 같다.

느닷없이 노래를 하겠다고 폭탄을 터트린다. 장난처럼 성악가 흉내를 내서 배꼽 잡았던 일은 있었지만 진지하게 노래하는 모습을 보지 못한 나는 몹시 당황했다. 벌써 부터 입시에 대한 부담이 컸던 모양이다. 어찌 쉬운 길이 있을까마는 그 심정충분히 이해된다. 그래도 자신의 몸에 맞는 옷을 입어야 자신감 있게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몇 백대 일이라는 더 큰 폭탄 소리에 고개를 쑤욱 집어넣고 다시 공부에 집중한 아들은 지금 석박사 과정을 밟고 다. 길에서 아들은 아슬아슬 난관을 넘고 있다.


형은 아직도 비포장도로를 달리고 높은 산을 넘고, 험난한 바다에 표류하면서 언제 안전하게 뭍에 오를지 모를 그 음악의 길을 가고 있고, 엄마 또한 글의 멍에를 매고 흔들리는 갈대처럼 살고 있고.

너는 미지의 세계를 열기 위해 안갯속에서 키를 찾느라 허우적거리니 

어느 하나 쉬운 길이 없구나. 

아들, 오늘은 다 집어치우고 신나게 춤출까? 

네가 노래할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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