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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08. 2020

표현하면서 삽시다



- 밥상 다리 하나가 고장났다고 니네 엄마가 버리라고 하더라.

내가 고칠테니 버리지 말라고 했지.

그런데 엄마는 그냥 버리라고 하도 그래서 내가 어디다 감춰놓고

부속품을 사러 동대문 시장 일대를 뒤지고 다녔어.

그러다 광장시장 2층에 상을 파는 곳을 발견했지. 

그곳에서 상 다리 네 개를 샀는데 그 집 사장이 나 보고

 "어려워서 못하실 거예요" 하더라. "걱정말아요." 대꾸하고 나왔어.

집에 와서 상 다리 하나를 교체하는데 어렵긴 좀 어렵더라.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하나를 달고 보니 나머지 셋은 금방 되는 거야.

완벽하게 상 다리를 펴서 엄마에게 보였지.

"어때, 좋죠? 안 버리기를 잘 했지?"

내가 그랬더니 니네 엄마가 흘끗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안 하는 거야.

야, "좋네요." "고생했어요." 이런 말하면 어디가 덧나냐? 자존심은 있어 가지고.

- 아버지, 겉으로는 말 못하셨지만 속으로는 분명 "고마워요, 당신이 짱이에요." 그랬을 걸요.

- 정말 그.. 랬.. 을까?

- 아버지, 속으로 하는 말도 들으셔야지요. 호호.




아버지가 전화하셨다.

힘들게 상 다리를 구해 어렵게 수선해 놓은 밥상을 보고,

아무 말도 않는 엄마가 야속해서,

내게 속마음을 털어 놓으신다.

유독 아버지에게 속마음을 전하는 것에 인색한 엄마.

우리들한테는 "너의 아버지 같은 사람은 없어. 내가 호강하지." 이러면서 말이다.


- 아버지, 속으로 하는 말도 들으셔야지요.


이런 되지도 않는 말이 어디 있나?

나도 표현하지 않으면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을 알지 못하면서.

표현하지 않는데 알 수 있다는 건 거짓말이거나 은폐일 것이다.

그걸 알았다면 이젠 표현을 잘 하면서 살아야겠다.

오해하지 않게, 섭섭하지 않게.


- 아버지는 잘 하고 계시네요.

울 아버지, 짱이에요. 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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