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오늘 밤 여친 만나서 데이트하고 낼 들어올게요.
- 낼? 어디서 자고?
- 오늘 밤 같이 있을 거야. 우리 자주 못 만나서…
- 딸 가진 부모는 외박하는 거 안 좋아해. 그러니까 밤늦게라도 들어와.
- 여친 부모님도 허락해 주셨어.
- ……
- 그리고 여친이 원하는데 내가 집에 들어가라고 하면 오해해.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해서 헤어질 수도 있거든요.
이번엔 첫째 아들이다.
아, 외박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나는 어느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일까?
아직 결혼을 약속한 사이도 아니면서 이렇게 당당하게 외박을 선언해도 되는 것일까?
딸을 가진 부모보다 아들을 가진 부모가 더 성교육을 해야 하고, 생명과 책임에 대한 엄중한 교육이 더 필요한 시대라고 여겨왔는데, 정작 아들들은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라는 듯 내 생각을 가차 없이 밀어낸다.
여자 친구가 함께 있자는데 집에 들어가라고 권하면 사랑이 식었다고 오해하는구나.....
사랑의 측정도 많이 달라졌네.
더 이상 교육이 교육이 될 수 없고, 교훈이 교훈이 될 수 없는 자유분방한 이 시대.
나는 아들에게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왜 이 시점에서 참다운 어른이란 무엇이며 나는 어른일까를 생각하는 것인지.
눈이 있어도 못 본 척 감아줘야 하고
입이 있어도 침묵해야 하고
뜨겁게 올라오는 마음도 찬물에 헹궈야 하는,
난 이미 어른다운 어른과는 멀어진 것 같다.
- 아들, 고맙다. 솔직하게 말해줘서.
그리고 꼰대라고 말해도 어쩔 수 없다. 사랑에는 책임도 따른다는 것을 잊지 마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