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안 보이죠?
- 내 말 들려요?
온라인으로 모인 글벗들.
앞으로의 각자 강의를 위해 배워야 하는 필수코스가 돼버린 줌(zoom).
일단 링크한 주소로 들어오는 것부터 시끌시끌하다.
얼굴이 보이면 소리가 안 들린다고, 소리는 들리는데 얼굴은 안 보인다고.
전화로, 채팅으로, 오디오로 나는 모든 기계와 감각을 동원해 알려주느라 바쁘다.
- 아, 보여요.
- 이젠 들려요.
- 하하하… 좋아요! 좋아.
이렇게 즐거울 수가 있을까? 그러나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즐겁지만은 않다.
우리는 직접 보는 것이 가장 확실하고 믿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확신하며 살아온 아날로그 세대다. 인터넷 쇼핑보다 직접 마트나 장에 가야 하고, 옷을 입어봐야 하고, 신발을 신어봐야 하고...
사람도 직접 만나서 그 사람의 인상과 태도, 제스처를 보면서 마음을 여는 것처럼 강의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 숨소리를 나누고, 표정을 읽고, 생 목소리를 들을 때 더 집중되고 소통된다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 더 빠르게 일상으로 깊숙이 들어오고 있음을 인지하게 된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끊임없이 새로운 디지털을 배우고 활용할 줄 알아야 신기술과 신문화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아날로그와 접목하여 우리 세대에 맞는 새로움을 창출할 수 있지 않겠는가? 아직은 우리들의 아날로그의 사고나 생활 방식을 기계에 온전히 빼앗기고 싶지는 않다. 당연히 그래야 인간과 기계가 다르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니까. 코로나가 비대면 수업으로 '줌'이라는 새로운 디지털 수업 방식을 가져왔지만 대면의 소중함을 누구보다도 아는 우리 세대는 언제든 포옹하고, 악수하고 눈 맞추며 웃는 그 현장으로 달려갈 준비가 돼 있다.
신념도 소신도 변화되는 기술 앞에선 조금씩 방향을 틀면서 부딪치지 않게 조정하고 변화시켜야 한다. 이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라는 변화를 맞이하고 변화에 맞게 삶의 틀도 바꾸어야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은 계속해서 만날 것이고, 그때마다 우리는 그에 따른 매뉴얼을 익히고, 적응하느라 한바탕 소란스러울 것이다.
신세계에 눈이 휘둥그레진 그대들이여,
달라져가는 문화 속에서 그래도 잊지 말 것은 무엇인지,
우리 그것만은 놓치지 말고 살아가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