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여행
- 정말 혼자 갈 수 있어요?
- 해 보지 뭐. 못할 건 또 뭐야?
- 와, 언니 대단해요. 멋져요.
- 멋져보려고 하는 건 아냐. 내 용기를 보고 싶어서 그래.
- 언니의 용기에 건배!
나는 어쩌자고 혼자 자유여행을 해 보겠다고 후배들에게 선언했을까?
영어는 콩굴리쉬에, 뚜벅뚜벅 잘 걷는 체력도 아니면서.
남편이 하늘나라로 간지, 3년 만에 나는 근육종양 수술을 받았다.
죽음이라는 것이 혜성 어디쯤 있다가 서서히 다가 오는 것인 줄 알았는데,
느닷없이 쏜살같이 달려와서는 남편을 데려갔고,
그 다음은 내 주변을 얼쩡거렸다.
그때 난 죽음이 얼마나 우리 삶에 가까이 있는지,
내일을 알 수 없는 불확실함 속에 살고 있는지,
호기롭게 다음을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을 가슴 저미도록 뼈에 새겼다.
나는 죽음에 반항하고 싶었다.
죽음이 아닌 내가 나를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었다.
떠나자, 낯선 곳으로!
체코의 프라하와 오스트리아 빈, 찰스부르크로 가자.
열흘 동안의 혼자서 자유여행이다.
몇 날 며칠을 비행기표와 숙소를 예약하고, 이동할 때마다 필요한 셔틀버스와 트램을 알아놓고,
환전하고, 유심칩을 구매하고, 돌아볼 곳에 대해 공부하고...
가기도 전에 에너지를 다 쏟아 부었더니 탈진이 될 정도였다.
그리고 2017년 11월 28일 출발!
아, 지금 생각해도 나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죽음이 준 용기다.
두려웠던 죽음이 오히려 내게 용기를 줬고, 두려움을 넘은 모험이 시작되었다.
- 우리 엄마 연세인데, 어떻게 혼자 여행을 하러 오셨어요? 대단해요.
- 나는 혼자 여행하는 거 무서워서 여행사이트에서 같이 갈 친구를 구해서 이렇게 같이 왔는데.
나도 그 나이에 혼자 여행할 수 있을까요?
프라하의 민박집 4인 여자 도미토리에서 만난 20대 친구들의 말이다.
다시 혼자 떠날 수 있냐고 물으면 글쎄, 지금은 죽음이 좀 떨어져 있어서 그런가.
무식하고도 무모했던 용기가 어디로 숨어 버린 걸까.
하지만 언제든 필요하면 용기를 찾을 것이다.
너무 꽁꽁 숨지 않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