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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Jan 05. 2021

양성이야? 음성이야?

코로나 19



- 언니, 큰일 났다. 나와 같은 부서의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이 났어. 그런데 내가 엄마 집에 김장 김치 가지러 간 날에도 그 직원과 같이 근무했는데....

- 그래서?

- 지금, 부서의 전 직원이 코로나 검사받고 집으로 가는 길인데 빠르면 낼, 늦으면 모레에 결과를 알 수 있대.

만약...... 아, 어쩌지? 나 때문에 엄마, 아버지까지 걸리면.

- 아직 결과 나온 게 아니니 미리 불안해하지 말고 기다려보자.






 직장 다니는 막내 여동생이 막 코로나 검사를 받고 불안과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전화를 했다. 직원이 확진자라는 판정을 받기 3일 전에 동생은 제부와 같이 친정집에 왔었다. 친정 부모님과 저녁을 먹고 김치를 갖고 제 집으로 돌아갔다. 다음 날엔 둘째네가 다녀갔고, 나 또한 갔었다.

동생은 미리 알려야겠다고 가족 카톡방에 그 소식을 올렸다. 카톡방이 술렁였다. 여든이 넘은 부모님을 걱정하는 소리로 채우다가 회사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하느냐에서 우리는 죄인이 되었다는 얘기까지 풍랑을 만난 배처럼 요동을 쳤다. 결국 우리 집에도 올 것이 온 것일까? 


 한 친구는 지인과 만나 밥을 먹었는데, 지인의 남편이 확진자가 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는 부랴부랴 남편과 같이 코로나 검사를 받았다.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2주 동안 집에서 자가 격리하라는 통고를 받았다. 친구는 안방에서, 그녀의 남편은 다른 방에서 재택근무하면서 감방 아닌 감방 생활을 했다. 이게 무슨 난리냐며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격리 상황을 받아들이느라 한숨을 토해냈다.

또 한 친구는 결혼한 아들 내외가 코로나 확진자가 되어 시설로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본인은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집에서 2주간 자가격리를 해야 했다. 혼자 사는 친구는 좋아하는 산책의 즐거움도 반납하고, 오직 집에서 창밖만 내다보며 외로움을 달래갔다. 


친구들을 보면서 어떤 약속도 외출도 자제하면서 창궐하는 코로나를 피해보려고 나름 노력해왔다. 그러나 막냇동생과 접촉한 부모님, 부모님과 접촉한 둘째네와 나. 일상의 평범한 연결고리가 죄책감의 연결고리로 일순간 바뀌면서 불안으로 극대화되었다. 막내 제부와 둘째 동생 부부가 다니는 직장에서의 감염 파급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동생한테는 미리 걱정하지 말고 기다려보자고 했지만 그리 편하게 기다려지지 않는 이유가 바로 감염의 파급효과가 크기 때문이다. 제발 막냇동생이 양성으로 나오지 않기를 간절하게 기도할 수밖에.


- 언니!

- 양성이야? 음성이야?

- 음성! 많이 불안했지? 헤헤헤....


 '음성'이라는 말에 고조되었던 불안감이 하향곡선을 타고 빠르게 내려온다. 다행이다. 가슴을 쓸어내린다. 

그러나 어디서 누구에게 감염될지 모르는 깜깜한 세상은 계속되고, 깜깜한 세상에 빛이 된다는 백신도 온전히 신뢰할 수 없으니 당장 '음성'에 웃었지만,  '양성'은 언제든지 우리 호흡기를 점령할 수 있다는 것을 각성하고 또 각성해야 할 것이다. 한바탕의 소동이 지나가고 나니 사회적 거리가 가족의 거리로 코미디 같은 명제를 남겨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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