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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04. 2020

참 실없네



-엄니, 뭐하십니까?

-응, 공부

-맨날 공부만 하십니까?

-그러게. 그냥 빈둥빈둥 살아도 괜찮을 나이에 난 왜 배우려고만 하지?

-열심히 사는 모습이 좋습니다.

-외로우니까 공부만 하는 거야. 아, 나도 남친 있으면 좋겠다. 마음이 몰랑몰랑해지게.

-아, 남친이 생기면 마음이 몰랑몰랑해지는 겁니까? 하하.

-그럼! 너도 여친 있으니까 잘 알잖아.

-난 잘 모르겠는데... 오히려 귀찮던데. 하하.





뒤늦게 미술 공부하느라 돋보기 쓰고 몇 시간째 미술사 책과 씨름하고 있다.

눈이 침침해져 사물이 두세 겹으로 겹쳐 보인다.

오늘은 그만 봐야겠다고 책을 덮는 순간에 지방에 있는 아들에게 전화가 왔다.

나는 마음에도 없는 로맨스 얘기를 꺼냈다.

외롭다는 말에 마음이 멈칫했을 것이다.

그리고 남자 친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 정말일까? 아니면 농담일까? 

머릿속 회로가 순간적으로 복잡하게 엉켜버렸을 것이다.


큰 아들은 내가 남자 친구 생기는 것을 대놓고 반대한다. 자기가 나를 끝까지 책임진다나?

아이고, 아직도 내가 너를 책임지고 있는데 언제쯤에나? 

코웃음이 나오지만 큰아들로서의 책임을 지려고 하는 모습은 가상하다.

-엄마, 멋진 남자 친구 만들어봐요. 내가 밀어줄게.

작은 아들은 엄마가 외로운 게 싫은 지, 엄지까지 쳐든다.


어차피 남친 있어도 제대로 관리도 못할 거면서.

나도 너처럼 귀찮아할 거면서.

실없는 말 때문에 실없이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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