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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금 Oct 04. 2020

무서운 놈

작업실이 필요해



-얘들아, 내 소원은 작업실을 갖는 거야.

너희 둘 중 먼저 경제적 능력을 갖는 사람이 엄마 작업실 좀 마련해줘라.

-엄마, 내가 형보다 더 빠를 것 같으니 돈 벌면 3층 집 지어서 1층에 엄마 작업실을 만들어줄게.

-그래? 기대해도 되는 거지?

-그 대신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자물쇠를 걸어놓을 거야.

-뭐라고? 이런 무서운 놈이 다 있어?

-이름 한 번 날릴 글 한 편은 나와야 하잖아. 그때까지는 나올 생각 말아. 으흐흐흐....




정말 그런 날이 올까? 이름 남길 글 한 편.

글 쓰는 사람이라면 저 높은 곳에서 빛나는 별 하나는 꼭 따고 말겠다는 투지와 치열함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투지와 치열함이 결여된 나는 핑계 아닌 핑계로 작업실 하나 갖고 싶은 것으로 치부를 덮으려는 속마음을 드러낸다. 작업실 없어도 글만 잘 쓰는 작가도 많더라, 하면 꼬리를 내리고 감출 수밖에. 사실 어떤 작가는 방 하나를 작업실로 만들어 놓고, 아침 먹고 화장하고 외출복으로 갈아 입고 그 방으로 출근해서 하루 종일 글을 쓰고 있다. 확고한 그녀의 행동이 부럽다.

며칠은 해 보겠는데 날마다 방으로 정시 출근한다는 것은 자신이 없다. 차라리 가사 일과 분리된 집 밖의 공간에다 작업실 한 칸을 마련해서 거기서 집중하며 글 쓰는 것이 내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아이들이 모두 출가하면 꼭 마련해 보리라 마음먹고 있지만, 괜한 의무감을 아이들에게 툭 던져봤다.


작업실만 생겨 봐라. 

밖으로 나오지 못하게 자물쇠를 걸어 놓겠다는 섬뜩한 아들의 배려(?)로

나도 이외수 작가처럼 감옥생활을 자처하면서 글밥을 찰지게 지어볼 테다.

그런데 언제쯤 이루어질까?

그때 내 나이는?

그게 무슨 상관이람.

작업실이나 상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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