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사랑 Aug 18. 2017

20년 넘게 지속할만한 가치가 없다면...

제2의 무신사를 만들겠다는 롯데의 발표를 보며

최근 패션업계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회사는 바로 '무신사'이다. '무진장 신발 사진이 많은 곳'이라는 의미로 20여 년 전에 지금의 (주)그램의 대표로 있는 조만호 씨가 만든 커뮤니티에서 시작한 회사이다. 필자 또는 몇 년 전부터 이 회사와 거래를 위해 미팅을 몇 차례 한 적이 있어서 회사에 대해서 조금은 알고 있다. 


무신사는 거래액으로 3000억 가까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2016년 결산 자료로는 매출액 472억 원, 영업이익 217억 원, 순이익 167억 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보이고 있는 우리나라 최고의 온라인 패션 셀렉트 샵이다. 영업이익률이 무려 46%이다. 세계 최고의 패션 기업인 자라(zara)의 이익률이 아무리 높아도 20%이고, 어떻게 이런 이익률이 나오는지 궁금해하시는 분이 있을 것이다.


그것은 이미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으로써의 선두 고지에 올라 있다는 증거이다. 무신사는 커뮤니티로 시작한 곳이다. 고객들이 패션이나 신발 정보 등을 얻고자 모인  사용자 기반의 커뮤니티에서 시작하여 패션 콘텐츠 등을 만드는 매거진 기능을 하다가 5년 전부터 커머스를 시작하였다. 커뮤니티가 이미 형성되어 있고 콘텐츠 등이 가득한 곳에 고객 등은 쉽게 유입된다. 그리고 고객이 모인 것에 채널이 형성되고, 많은 패션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자신들의 제품을 소개하며 판매한다. 문제는 대한민국이 워낙 좁다 보니, 무신사를 제외하고 거래를 할 수 없는 브랜드들이 많고, 무신사는 이미 막강한(?) 파워를 가지고 고객들이 무신사 내에서 구입을 할 수밖에 없는 장치 등을 마련한다. 무신사에 기댈 수밖에 없는 브랜드 들은 그 안에서 더 열심히 판매를 하기 위해서 노력하고, 무신사는 시스템 외의 투자 없이 판매된 수수료를 얻을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문제는 이러한 외부 공시 자료만을 가지고, 나도 무신사처럼 만들어야지, 왜 우리는 무신사처럼 되지 못하느냐고 이야기한다. 모두 다 무신사처럼 되고 싶다. 필자가 현재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브랜드도 지향하는 바가 무신사이다. 그런데 문제는 고객이 왜 우리 쇼핑몰에 들어오는 이유가 명확한지에 대해서는 별로 내세울 것이 없다. 무신사의 멤버들은 커뮤니티 기반부터 시작한 분들이기 때문에 무신사의 고객에 대해서 정말 잘 알고 있다.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어떠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하는지, 그런데 단순히 비즈니스적인 접근법으로 들어가면 그것이 쉽게 1년 안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지금의 무신사가 만들어지기까지는 20여 년 고객과의 관계가 있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커뮤니티에서 매거진으로 그리고 그것을 커머스까지 연결한 무신사의 리더들의 결정 또한 고객의 필요를 통해 비즈니스의 기회를 발견한 것이라 생각된다. 


롯데에서 '제2의 무신사'를 만들겠다는 기사를 접했다. 롯데는 하드웨어적으로 우리나라의 전 유통채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제1의 유통회사이다. 백화점, 면세점, 마트, 홈쇼핑, 슈퍼, 편의점뿐 아니라 최근에는 11번가의 협상을 통해 이커머스에서도 우리나라 1위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유통의 최강자 롯데는 지금 매우 위급한 상황일 것이다. 백화점이 무너져 있고, 사드 폭풍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다 주던 면세점 비즈니스는 적자를 기록했다고 한다. 중국 롯데마트도 영업금지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고, 옴니채널을 외치고 있지만, 그렇게 큰 효과를 보고 있지 못하는 생각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커머스는 회사의 사활을 걸고 반드시 잡아야 하는 영역임에는 분명하다. 그러나 그동안의 접근법으로 롯데가 이커머스를 접근한다면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커머스야 말로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가 강해야 하는 영역이다. 고객은 정말 쉽게 빠져나간다. 백화점에 가면 옷이 없으면 밥이라도 먹고, 시간을 보내면서 돈을 쓰게 되지만, 이커머스는 순간의 결정을 하도록 돕지 않으면 쉽게 이탈하는 곳이다. 고객에게 흥미를 주고 감동을 줄 수 있는 콘텐츠가 지속되게 공급되어야 한다. 멋지고 간편하게 화면을 만들고 결재가 편한 것은 기능의 문제여서, 쉽게 따라잡을 수 있다. 

http://www.apparelnews.co.kr/2011/inews.php?table=internet_news&query=view&uid=67202


문제는 결국 고객이다. 무신사에서 사던 고객을 롯데로 옮겨야 하는데... 그것이 쉽게 가능하겠냐는 것이다. 고객을 누구보다 잘 아는 무신사와 깊게 경험해 보지 않는 롯데가 돈을 투자하여 멋진 시스템을 만들고, 좋은 조건을 통해 신진 디자이너 등을 유입한다고 해서 단기간에 승부가 나질 않을 것이다. 물론 무신사가 계속 잘 될 것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무신사 또한 현재 받고 있는 수수료가 결코 낮지 않기 때문에 제2의 강력한 업체가 나타난다면 그로 인한 이탈의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무신사가 엄청난 도덕적인 잘못을 해서 고객이 이탈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2의 무신사를 만드는 업체는 무신사를 따라잡고 이기려면 긴 호흡을 가지고 움직여야 한다. 아마존이 지금의 위치가 오게 된 것은 그들의 전략을 20년 넘게 유지했고 고객이 정말 원하는 것에 지속적인 투자를 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가 지금의 위치가 오게 된 것은 지속적으로 'no late fee'(우린 연체료 없어요)를 외쳤기 때문이다. 롯데가 무신사가 벌고 있는 수익을 부러워하며 목표로 무신사를 만들겠다고 접근한다면 돈만 낭비하는 투자가 될 것이 뻔하다. 20년 넘게 그들의 쌓아온 고객 정보와 고객과의 신뢰, 그리고 파트너 업체들과의 관계는 어떤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롯데가 이렇게 접근하면 어떨까? 무신사와 같이 되고 싶어 하면서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매거진을 만들어 오는 업체가 몇 군데 있다. 그들과 손을 잡고 긴 호흡을 가지고 하나씩 성공사례를 만든다면... 즉 그들이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잘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 어떨까? 왜 우리나라 대기업은 모든지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걸까? 차라리 그 돈으로 잘할 수 있는 곳에 시드머니를 주고, 투자를 하면 어떨까 생각이 든다. 롯데는 유니클로와 자라를 우리나라에 유치시킨 곳이다. 그로 인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 하드웨어를 가진 업체로서 콘텐츠를 확보하는 기회도 누렸다. 하지만 이커머스는 단순히 브랜드를 유치하는 개념이 아닌, 고객과의 소통이 너무나 중요한 비즈니스이다. 그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무신사가 지금 하는 모습이 너무나 부럽지만, 그들을 이기려면 20년은 지속할 수 있는 명확한 고객 가치가 있어야 한다. 숫자로 몇 년을 이야기하는 것이 우스울 수 있지만, 그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지속할 수 없다면 아무래도 회사 이미지가 좋지 않은 롯데가 만든 제2의 무신사가 잘 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롯데의 행보에 좀 더 관심을 가져야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