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통채널별 단독상품의 홍수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필자는 우리나라 대표적인 스포츠 브랜드의 홀세일(기업 대기업의 거래)과 온라인 유통을 책임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과 잦은 미팅을 진행하고 있는데, 점점 다양한 형태의 요청들이 많아지고 있음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그중에 하나가 바로 '단독상품'이다. 그동안 브랜드들은 오프라인 중심의 유통을 진행하면서 단독상품에 대해서 큰 관심이나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그나마 했던 방식이 이월상품을 파는 아웃렛 채널에 기획상품을 만들어 부족한 재고를 보충해 주는 아이템 보완 정도가 단독상품의 방법이었다.
그러나 판매 채널이 정말 다양해지면서, 또한 온라인 시장이 점점 커지면서 경쟁은 치열해지고, 그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방법으로 유통업체-브랜드 간의 단독상품이 점차 다양해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작년 이맘때쯤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제품이었던 '평창 롱 패딩'을 들 수 있다. 평창 올림픽을 겨냥하여 롯데백화점과 '톱텐', '지오지아'로 유명한 '신성통상'이 기획한 '평창 롱 패딩'은 최초 기획 3만 장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롯데백화점이 평창 올림픽 스폰서가 되면서 상품개발을 하는데, 그때만 해도 브랜드들은 큰 관심이 사실 없었다. 그러다가 제조 역량을 가진 '신성통상'과 거래가 성사되어 만든 것이 바로 '평창 롱 패딩'이었다. 평창 올림픽의 특수와 더불어 작년 겨울 큰 추위 그리고 롱 패딩이라는 트렌드에 힘입어 '평창 롱 패딩'은 큰 대박을 일으키게 된다.(최초 물량기획이 적어서 롯데백화점이나 신성통상이 매출이나 이익적으로는 많이 아쉬웠던 기획이긴 했다.) 사실 이러한 유통업체-브랜드 간 단독상품은 홀세일(직매입) 거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매우 자연스러운 상품개발 방식이다. 그러나 한국은 아직 온라인 오프라인 채널이 공존해 있고, 위탁 구조가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유통업체-브랜드 간의 단독상품은 크게 발달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점차 스포츠 시장에서도 그 비중이 커져가고 있고, 특히 휠라가 홀세일과 온라인 비즈니스를 집중하는 전략으로 한국 시장 전략을 변경하면서 이러한 흐름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휠라는 미국에서 이러한 형태로 비즈니스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것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에, 재고 리스크가 적고 유통업체 입장에서도 이러한 제품에 좀 더 집중하고 이익률이 좋다는 장점으로 마케팅에 집중하기 때문에 서로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생각하며 유통업체와 더 적극적으로 협업을 제안하고 있다. 보통 이러한 상품들을 '단독 SMU(SPECIAL MAKE UP)'라고 표현한다.
단독 SMU 상품들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제조사는 홀세일 거래를 통해 재고 리스크를 줄이고, 유통업체는 단독 SMU 상품을 개발하여 다른 곳에서는 안 파는 나만 파는 상품들을 확대하여 소비자를 유인하고 판매 증대를 통해 이익률을 증가시킬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마트 쪽에서도 확대되고 있고, PB 상품군들이 프리미엄과 가성비 상품군으로 확대되면서 이마트의 '피코크', '노브랜드'처럼 제조 역량이 있는 제조사와 유통업체와의 협업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브랜드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상품개발 측면에서 좀 더 채널 관점으로 유연한 사고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대형 브랜드일수록 우리가 아직 모르는 시장의 기회가 있음을 인식하고 유통채널별 고객 특성에 맞는 상품군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 롯데닷컴과 휠라가 이러한 방향을 가지고 MOU 협약을 맺는 것은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롯데닷컴과 제조 역량을 가진 휠라의 협업으로 눈길을 모은다.
https://www.insight.co.kr/news/183911
또한 제조 역량 관점에서 기존 소품종 대량생산 방식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시장의 테스트를 진행하고 판매 반응이 있는 제품에 대해서 제품군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시장의 기회를 확대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유연한 생산 라인을 보유해야 하고, 테스트 상품군과 본 상품 간의 사전 설계, 같은 원단 소재로 고정화하여 어떤 상품이 반응이 오더라도 유연하게 생산할 수 있는 상품 설계가 필요하다. 그래야 실제 반응이 오더라도 제품을 계속 이어서 팔 수 있고, 시장의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유통업체 또한 기존 거래구조인 위탁 판매를 통한 수수료 챙기기에서 상품기획을 통한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보여야 한다. 최근 신세계백화점과 노스페이스 사례는 작년 평창 롱 패딩에 이어진 패션 단독상품의 성공사례로 보인다. 이제는 유통업체도 단순히 판매수수료만 취하는 기존 방식에서 탈피, 고객을 유입할 수 있는 상품개발 능력을 강화해야 하며, 이러한 역량이 더욱더 필요한 시기이다.
http://biz.newdaily.co.kr/site/data/html/2018/09/19/2018091900204.html
필자는 2년 전에 백화점의 추락과 관련된 글을 브런치에 소개한 적이 있었다. 2년이 지난 현재 한국의 백화점이 미국이나 중국처럼 급격히 몰락하고 있지는 않지만 계속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고 있고, 일부 백화점 건물은 매물로 나오고 있는 소식이 전해진다.
https://brunch.co.kr/@hilove/5
단순히 상품개발 능력으로 백화점과 같이 추락하고 있는 유통 채널을 성장시킬 수는 없겠지만, 다른 곳에서도 팔고 있는 같은 상품으로는 더 이상 고객을 모을 수 없음을 인식하고, 단독상품채널 확대를 더욱 준비해야 한다. 제조 역량을 가진 브랜드 또한 채널별 상품 라인에 대한 정의를 하고, 새로운 기회를 모색하기 위한 여러 가지 시도를 해야 한다. 필자가 속한 브랜드에서 진행한 협업 사례를 마지막으로 소개하고자 한다. 이 협업을 통해 양사의 거래량은 크게 증가하였고, 단독 상품군들이 더욱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8030602109976817006&ref=na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