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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사랑 Jul 04. 2019

운동장을 넓게 쓰는 사람

축구 경기를 보면 가끔 중계를 해 주는 캐스터나 해설자가 이런 이야기를 할 때가 있어요.


' 이 팀은 운동장을 넓게 쓰고 있네요...'

' OOO 선수는 시야가 넓어 운동장을 넓게 쓰고 있네요...'


최근에 끝난 U-20 월드컵 경기에서 골든볼을 수상한 이강인 선수의 패스를 보면

'와 이 선수는 어떻게 저런 시야를 가지고 있지. 어떻게 저렇게 패스를 하지...'


누구나 예상하는 패스의 길이 아니라 새로운 패스의 길을 보여주며, 정확하게 공을 연결하는 선수들을 보면 감탄을 하게 됩니다.


어제 '최인아책방'에 오랜만에 다녀왔어요. 최인아 책방에서 최근 책을 낸 저자들을 초청하여 '저자 강연회'를 계속 기획하여 진행하고 있는데, 저는 '생각법' 관련된 강연회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까?' '저 사람은 어떤 생각을 했길래 저런 일을 할 수 있을까?'


책을 낸 저자의 생각을 들어오고, 책을 읽으면 더 이해가 쉬운 편이어서 '7월의 저자와의 만남'을 보자마자 신청을 하게 되었죠. (회사 퇴근하고 가는 동안 자리가 나서 지하철에서 앉아서 졸면서 갔더니 피곤도 풀리고 좋더라고요..)


오늘의 저자 경연회의 저자는 '디자이너의 생각법: 시프트'의 저자 '이상인' 님이었어요.

브랜딩 디자이너로 시작하여 다른 사람들보다 일찍 '디지털'시대의 디자이너로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두고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제는 모든 사람이 쉽게 쓸 수 있는 디지털 생태계에서 어떤 디자인 시스템을 구축하느냐를 구현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 클라우드 + 인공지능 부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하고 계시는 분이시죠.


그런데 저는 그의 삶의 여정을 보면서 '일하는 자세'에 대해서 더 공감이 되고 좋았었습니다. 단순히 맡겨진 '디자인'업무를 잘하면 되는 것에서 벗어나, 현재보다 더 나은 지향점을 위해 더 나은 제안을 하는 것이 디자인이라는 본질적이고 광범위한 디자인의 역할을 계속 시도하며 살아온 저자의 자세가 더 인상적이었어요. 그리고 질의응답에서 '최인아 대표님'의 한마디가 팍 와 닿았어요.


'실력 있고 일 잘하는 사람은 운동장을 넓게 보고 사용한다'라는 이야기였죠..


단순히 디자인이 어떤 것을 보기 좋게 아름답게 하는 것에서 벗어나, 더 고객지향적으로 바꿀 수 있도록 도메인을 구축하고 그 안에서 고객들이 경험하며 쌓인 데이터를 가지고 '더 나은 디자인'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려면 내게 주어진 영역 외에 더 많은 부분에 관심을 가지고 고민하고 각 유관부서와 소통하고 연결되며 일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주어진 업무를 벗어나 또 다른 영역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현재보다 더 나은 지향점을 향해 나아가는 것은 단순히 어떤 특정한 사람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해요. 저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어서 좋았고, 나는 어떤 모습의 사람인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시스템이 잘 갖춰진 대기업에서 일하다가 답답함을 느꼈어요. 주어진 부분만 할 수 있는 것이 편하고 익숙한 부분도 있지만, 더 단계가 줄어들고 디지털 한 세상에서는 더 많은 연결과 협업 그리고 다양한 경험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오히려 작은 회사지만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회사, 제조와 판매 채널을 가지고 있는 회사가 더 많은 연결과 협업을 해 볼 수 있다고 생각하여 현재의 회사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지금 이 시점에 어떤 생각으로 나의 관점과 생각을 전환(시프트) 해야 하는지 이상인 저자를 보면서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저의 그동안의 선택이나 지금의 모습이 나름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선택이었다는 생각을 하며 감사했습니다. 강연 때 찍은 사진을 올려봅니다. 저자의 여정 가운데 어떤 생각의 과정을 거쳤는지 볼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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