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소비재 특히 패션업에 17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다. 한 번의 이직을 통해 2곳의 회사를 다니고 있고, 물류, 재무, 전략기획, 오프라인 영업(백화점, 상설점), 온라인, b2b 홀세일, 직영점, 그리고 브랜드 매니저까지 다양한 세일즈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양한 경험을 했다는 것은 보는 시각을 확장시킨다. 물류를 통해 상품의 흐름을 알게 되었고, 재무팀에서의 경험을 통해 돈의 흐름을 보게 되었다. 오프라인 영업을 통한 오프라인 DNA와 온라인 비즈니스를 통해 온라인에서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알게 되었다.
더불어 브랜드 매니저로서의 경험은 하나의 목표를 위해 팀원을 어떻게 조직하고 동기 부여하고 여러 가지 어려운 문제를 풀어가는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이런 나에게 다른 회사의 비즈니스를 직간접적으로 경험해 보고 분석하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겉으로 보이는 것뿐 아니라, 산업의 특성 그리고 여러 시장의 관계자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를 통해 숨어 있는 문제의 본질을 보게 되는 것이다.
4년 전 쓴 글인데, 여러 곳에서 인용되었던 무신사의 글도 그런 면에서 비즈니스의 본질을 보게 한다.
https://brunch.co.kr/@hilove/101
오늘 이야기할 '원더 플레이스 (Wonder Place)'는 모 캐주얼 브랜드 대리점으로 성공을 거두셨던 '김영한 대표'가 2011년 창업한 캐주얼 멀티 브랜드 숍이다. 2019년 1400억까지 성장하며 영업이익 100억까지 냈던 회사가 2021년 8월 시장에 매물로 나왔다는 기사가 떴다.
https://marketinsight.hankyung.com/article/202108230992u
10~20대에게 잘 알려진 원더플레이스를 잘 모르시는 분들은 쉽게 생각하면 '오프라인 무신사'라고 생각하면 쉽다. 우리나라 패션 트렌드에 스트리트 패션이 유행하면서 많은 온라인 브랜드가 탄생하였다. 무신사 인기 순위 10위안에 들어가는 다양한 브랜드들이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이다. 이러한 브랜드들은 자신의 제품만을 판매하는 모노샵을 오픈하기에는 상품 구색이 다양하지 못하기 때문에, 주로 자신의 자사몰과 무신사와 같은 온라인 셀렉트샵 채널 그리고 오프라인 멀티숍을 통해 전개하는데, 그 시장을 잘 만들고 성공시킨 곳이 바로 '원더 플레이스'였다.
이런 멀티숍은 기본적으로 이익구조가 좋지 않다. 오프라인을 오픈하기 위해서는 큰 공간의 매장이 필요하고, 그 공간을 채우기 위한 브랜드들을 대부분 구입해서 판매한다(위탁일 수도 있지만, 좋은 브랜드는 위탁으로 물건을 주지 않는다.) 즉 판매관리비도 고정비 성격의 비용이 많기 때문에(임대료, 직원 급여, 각종 부착물 등의 비용 등) 고비용 구조에 제품 원가도 매입원가 자체가 높기 때문에 매출원가율도 높은 비즈니스 구조이다. 이러한 비즈니스는 잘 팔리는 상품을 가져와서 빠른 회전율로 판매를 해서 이익을 남겨야 하는 모델인데, 다행히 2019년까지는 이 부분이 잘 맞아 들어가면서 확장을 해 나갔고, 시장에서 의류 중심의 멀티 브랜드 숍이 오프라인에는 원더플레이스가 강자였기 때문에 성장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실제 원더플레이스가 잘 되는 곳은 명동이나 홍대와 같은 상권이었는데, 국내 고객들도 많이 있지만, 관광객들이 많이 있는 상권이었고, 원더플레이스 내에서는 큰 규모의 매출을 하는 상권의 매출에는 관광객에 의한 매출도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든다.
원더플레이스도 오프라인의 중심의 비즈니스 구조를 탈피하고 매입 브랜드 위주의 고 매출원가 구조의 비즈니스 구조를 탈피하고자 2가지 방향을 가져가는데, 바로 온라인 채널 강화와 자사 PB 브랜드 강화이다. 온라인 채널 강화를 위해서 외부 전문가와 그 팀을 영입하게 된다.
http://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82464
또한 자사 PB를 강화하기 위해 스타터, 아웃도어프로덕트 등 다양한 라이선스 브랜드를 확보하게 된다.
http://www.apparelnews.co.kr/news/news_view/?idx=189651
그런 와중에, 코로나19가 발생하게 된다. 그리고 그 결과로 2020년 처참한 성적표를 받게 된다.
1400억 하던 매출은 998억으로 약 400억이 줄게 되고, 영업이익은 109억에서 -132억으로 약 240억 하락하게 된다. 그야말로 총체적인 문제에 빠지게 된다.
우선 코로나와 같은 환경에서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것, 즉 오프라인 중심의 영업 채널을 온라인으로 전환하지 못한 부분, 자사 PB를 강화하여 핵심 상품으로 집중하지 못한 채 매입 위주 브랜드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부분이 가장 큰 원인으로 파악된다.
다만, 온라인 차별화 전략으로 앞 세운, 원더 딜리(당일배송)와 원더코인의 부분에 대해서 고비용 구조 차별화 방식이었다는 아쉬움이 크다. 고객은 패션 아이템의 당일 배송에 대해서 얼마나 큰 효능을 느낄 것인가? 당일배송이 고객이 느끼는 고객의 효능이 큰 부분은 사실이지만, 그만큼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을 회사가 부담하면서 이 부분을 차별화 포인트로 두는 것이 과연 맞는가 라는 생각이 든다.
최근 원더플레이스 자사몰을 보면, 자사 PB 브랜드를 앞세워 집중하려는 것이 많이 보인다. 수익 악화와 현금 부족 등으로 타브랜드를 매입하기보다는 아웃도어프로덕트, 스타터, 펀다멘탈리스트 등의 PB를 자사몰에서도 좋은 위치와 집중 홍보를 하는 것이 많이 눈에 띈다. 매출도 중요하지만 수익구조를 탄탄히 만들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소 늦긴 했지만 내실을 기하는 전략이라고 생각이 든다.
'원더 플레이스'를 보며 비즈니스 구조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코로나 19와 같은 재앙 속에 쉬운 비즈니스가 있을 순 없지만, 온라인 자사몰과 PB의 내실과 브랜딩이 잘 되어 있다면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다소나마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