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새로운 전략과 방법의 혜안이 필요
가을이다...
단풍놀이로 전국의 산들이 붉게 노랗게 물들어 가는 가을..
이 맘 때쯤 몇 년 전부터 TV에 대대적으로 아웃도어 광고가 나오다가 아웃도어 불황이 2-3년 전부터 깊어지면서 최근에는 아웃도어가 많이 사라진 상황이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국가별 인구수와 경제력에 비해 다른 나라에서 매우 의아해할 정도로 비약적인 성장을 거두어 왔다. 우리보다 나라의 면적 크기나 인구수가 훨씬 큰 국가보다도 아웃도어가 큰 시장이었기 때문에 해외 유명 브랜드들은 앞 다투어 한국 진출을 진행했다. 그러나 불황이 골이 깊어진 요즘 아웃도어 브랜드의 철수 소식이 계속해서 들려온다. 앞 다투어 아웃도어 매장을 오픈하던 백화점들도 아웃도어 매장을 줄이고 있고, 온라인 시장만 오픈하는 아웃도어 브랜드도 나오고 있다.
왜 한국의 아웃도어 시장이 어려워진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이번 글에서 필자가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이다.
몇 년 전 아웃도어 신규 브랜드 론칭을 위해 유럽에 간 적이 있다. 아웃도어 시장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는 필자가 본 아웃도어의 본 고장 유럽의 시장은 새로움 그 자체였다. 특히 프랑스 샤모니 근처에서 본 '퀘차'라는 저가 브랜드와 독일 대도시에 건물 한 채가 모두 아웃도어 멀티숍으로 운영되던 '글로브 트로터'(Globe trotter, 세계 여행자)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특히 글로브 트로터는 우리나라 모 기업의 아웃도어 멀티숍의 모델이 되는 매장으로 매장 안에서 카약을 탈 수 있는 시설이 되어 있고, 영하 40도의 극한을 체험할 수 있는 설비가 되어 있는 매장이었다. 독일 젊은 사람들은 백패커라고 해서 전 세계 배낭여행을 여름휴가로 즐기는데, 백패커 들의 천국이라 불릴 정도로 모든 것을 준비할 수 있는 매장이었다.
해외에서 그런 매장을 보고 한국에 왔을 때 한국에는 너무 많은 브랜드가 각각 매장을 단독으로 오픈하면서 로고만 다르지 비슷한 상품을 파는 것을 보았다. 전국에 대형 매장이 앞 다투어 오픈되고, 최고의 모델을 경쟁적으로 뽑고 수십억의 광고비를 써야 되는 것이 일반적인 성공 공식이 되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그에 비해 너무나 작은 규모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디렉터였기 때문에 규모의 싸움에서 경쟁이 되지 않는 현실에 어려움이 많았고, 회사의 결정으로 아웃도어 브랜드를 정리하고 아웃도어 업계를 떠났다.
업계를 떠난 후 3년 정도 지난 현재, 상황은 너무나 급변해서 아웃도어 업계가 크게 흔들리고 있고, 철수하는 브랜드도 많아지고, 방향을 잡지 못해 힘들어하는 브랜드가 대다수이다. 이 모든 것이 '규모의 경제'에서 나온 폐해라는 생각이 들뿐이다. 회사의 수많은 자금이 재고로 묶여 있고, 현금을 만들기 위해 염가로 재고를 처분하다 보니 고객은 할인이 아니면 제품을 사지 않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악순환으로 이어져 회사의 수익구조를 악화시킨다. 위탁 비즈니스의 패션업계에서 규모를 키워야 하기 때문에 재고를 더 만들어야 하고, 수십억의 광고비를 쓰는 구조가 결국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했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 아웃도어 업계는 향후 어떻게 재편될 것인가? 몇 가지 가설을 가지고 예측해 볼 수 있다.
우선 2017년 더 낮아진 경제 성장과 더불어 고령화, 인구 절벽 등의 한국 사회는 아웃도어를 비롯한 패션업 전반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더 이상 기존의 성공방식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브랜드마다 핵심 헤리티지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즉, 고유의 아웃도어 브랜드라는 정체성을 가진 브랜드만 살아남을 것이다. 유럽의 상황을 보더라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와 유통업체가 만든 PB 제품들이 양분하는 것을 보면서 느낄 수 있었다.
유통 구조의 형태도 변화가 예상된다. 영원무역은 최근 오픈마켓인 G마켓과 손을 잡고 '타키'라는 브랜드를 론칭했다. '타키'는 오프라인 채널보다는 온라인 채널에서 집중하고 있는 상황이고, G마켓에서 독점 브랜드로 운영하고 있다. 만약 '타키' 모델이 성공할 경우 온라인 중심으로 아웃도어 유통 구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아웃도어 브랜드 중 온라인에서 성공을 거둔 사례는 '칸투칸' 정도였는데, 최근에는 기본 대형 아웃도어 브랜드도 온라인 비즈니스에 적극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고, 현재는 재고 소진 위주로 영업을 하고 있지만, 재고가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시점에서는 다양한 아웃도어 브랜드가 온라인 채널과의 협업으로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캐주얼 시장을 중심으로 멀티숍, 셀렉트샵, 편집샵 등 다양한 형태로 불리는 형태가 점점 일반화되는 상황이 아웃도어에서도 다시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대형 아웃도어 업체가 많은 유통망을 운영하는 현재 상황에서는 멀티숍 형태의 비즈니스가 바로 당장 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미국, 일본, 유럽 시장을 보더라도 단일 브랜드 매장보다는 멀티숍이 일반화되어 있고, 점점 고객의 욕구가 세분화되는 상황에서 단일 브랜드가 모든 것을 채워주기에는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이 현재 상황이다. 다만 아웃도어 특성상 장비나 의류가 구매 후 재구매의 시기가 길고, 아웃도어 주 고객이 40-50대 연령대여서 트렌드에 민감하거나 재구매 횟수가 길지 않다는 측면이 멀티숍을 운영하는 브랜드에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급속히 성장한 시장은 커다란 광풍이 휩쓸린 후 다시 시장이 정상화되는데도 긴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한국 아웃도어 시장을 보면서 세상사가 참 앞길을 모른다 라는 생각과 잘 될수록 조심해야 하고,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건전한 성장과 더불어 브랜드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는다면, 단기적인 의사결정과 과도한 경쟁으로 결국 큰 어려움이 닥친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IMF 시절 가장 저렴하게 시간을 보낼 수 있는 방법이 등산이었고, 그 시절부터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성장했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상황이다. 다시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기 위해서는 이제는 물량 위주의 성공 공식이 아니라, 고객의 니즈를 철저히 분석한 세분화 전략과 더불어 중국 등 해외 시장을 계속해서 공략하는 전략, 다양한 유통채널을 통한 기회 발견 등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번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힘차게 도약하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