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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이사랑 May 11. 2017

영감을 주는 공간

마스다 무네야키의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를 읽고

아직 한 번도 직접 가보진 못했지만, 이 공간에 가기 위해 연차를 내서라도 가려고 하는 곳이 있다.

바로 일본 다이칸야마에 있는 '츠타야 서점'이다. 지인들의 SNS상에서, 출장을 다녀온 지인들로부터 일본에 가면 꼭 가본다고 하는 곳이다. 최근 어떤 지인의 SNS에서는 일본의 대부분의 매장들이 '츠타야'를 따라 하고 있다는 표현을 적은 것을 보았다. 일본을 넘어서 한국에서도 '츠타야 서점'에 영감을 받은 곳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나는 그런 츠타야가 너무 궁금했다. 그러던 중 '츠타야 서점'을 창업한 '마스다 무네야키'의 '지적 자본론'이라는 책을 알게 되었고, 책으로나마 츠타야가 생각하는 기획이라는 무엇이고, 츠타야 서점이 나온 배경과 지금까지의 모습을 알게 되었다.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은 그 궁금증의 연장성에서 발견한 책이고, 구입 해 놓은 후 한동안 다른 책에 밀려 읽지 못하다가, 2-3일 만에 단숨에 읽게 되었다.


츠타야 서점에 대해서 다들 가보고 싶어 하고, 배우려 하는 이유에는 우리가 모두 공감하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가 커다란 물결로 성장하고, 오프라인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를 쇠퇴와 더불어 점점 하락의 길로 가면서, '어떻게 하면 고객이 오게 하는 매장'이 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다. 이제 단순한 매매의 기능에서의 오프라인 매장은 끝났다 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불어 SNS가 발달하고, 점점 더 짧고 임팩트 있는 메시지와 영상에 길들여져 있는 요즘 세대들은 책을 찾지 않으면서 도서 시장은 계속 축소되고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런 와중에 필자와 같이 이 서점을 보기 위해 '일본행'을 감행하려는 것은 이상한 이유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그것은 츠타야 서점이 추구하는 기획의 방향과 철학 때문이다.

그러한 내용이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라는 책에 잘 나와 있다. 이 책에는 마스다 무네야키가 어떻게 시대정신에 맞는 '영감을 주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기획하고, 진행했는지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단순한 실용서가 아니라 어떤 생각(철학)을 가지고 기획했는지에 대한 내용이다.


우리는 연결된 세상에서 살고 있다. 연결은 우리에게 편리함을 주었지만, 그 연결로 인해 더 피곤해지는 삶을 살게 되었다. 업무와 일상이 구분이 되지 않아, 의지적으로 끊지 않으면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불필요한 연결을 방치하게 된다. 책에 나온 내용인데, '비즈니스 ON TIME에는 고객과 연결되어 있지만, 비즈니스 OFF TIME에는 자신을 바라본다'라는 눈에 띄었다. 츠타야는 바로 비즈니스 OFF TIME에 자신을 돌아보고, 삶을 돌아보는 공간의 역할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이 타깃으로 하는 고객은 '프리미어 에이지' 세대이다. 그들은 50~60대 나이에 많은 것을 이뤄 놓은 '멋진 중년'들이다. 마스다 무네야키와 비슷한 연령대의 사람들로, 젊은 세대들의 동경의 대상이 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은 단순한 공간이 아니라 지식의 창고이자, '영감을 주는 장소'이다. 푸른 숲 속에 영감을 주는 장소로 '도서관'을 생각하였고, 4000평의 공간에 다이칸야마 '츠타야 서점'을 기획하였다. 


  츠타야 서점은 고객에게 편집권을 돌려준다는 개념으로 30여 년간 운영되었다. 1호 점부터 도서, 영화, 음악을 모두 파는 매장으로 진행하였고, 회원비를 내면 쉽게 구할 수 없는 영화, 음악, 도서를 빌릴 수 있는 대여업을 진행하였다. 오프라인은 한계적으로 모든 상품을 구비할 수 없는데, 디지털화된 자료를 바탕으로 제품으로 나오지 않는 영화나 음악까지 '버닝'이라는 기술을 가지고 DVD를 제작해 준다. 그래서 그들은 '츠타야 서점에 가면 모든 영화가 볼 수 있고, 모든 음악을 들을 수 있고, 모든 책을 찾을 수 있다'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이야기한다. 희소성의 법칙으로 이러한 희소성 있는 '콘텐츠'는 고객을 모이게 하는 힘이 된다. 이 곳 밖에 구할 수 없다 라는 것이 이끄는 힘을 아는가?

  또한 단순한 서점이 아닌 '라이브'를 느끼게 해 주는 카페를 항상 같이 설계하여 운영한다. 그래서 츠타야 서점은 스타벅스와 함께 오픈하는 경우가 많고, 다이칸야마의 경우에는 요즘 HOT한 '블루보틀' 커피점과 더불어 꼭 들려야 하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카페는 실시간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볼 수 있는 장소이다. 그 '라이브'한 경험은 '온디맨드' 세대와는 다른 방향의 요소이지만, 그러기에 더 매력적인 요소가 된다. 멋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우리에게 삶의 활력과 에너지를 준다. 

  츠타야 서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단순한 상품 판매자가 아니라, 고객과 소통하는 추천인, 즉 큐레이터 역할을 한다. 그들은 판매하는 제품에 대한 박식한 지식뿐만 아니라, 소비자의 기호를 가지고 제품을 추천하는 능력까지 구비하고 있다. 

  츠타야의 건물은 츠타야의 철학을 보여주는 공이다. 자연광과 츠타야만의 건물구조를 통해 건물을 보면 츠타야를 생각나게 한다. 다이칸야마 프로젝트에 80개의 업체가 건축 경연 대회에 참가하여 선정된 업체와의 대담의 내용을 보면, 건물 하나를 지은 데에도 브랜드의 철학을 내포하는 그들의 모습이 놀라울 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을 적용해야 할까 생각해 보았다. 나의 단계적 비전 중에는 한국의 '츠타야 서점'을 만들겠다는 소망이 있다. 집이 비좁아 책을 더 사서 보려면 팔아야 하는 현실적인 비애 속에서, 누구나 와서 책을 볼 수 있는 곳이면서도, 영감을 주고 토론과 아이디어가 넘치는 공간을 만드는 소망이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회사의 LAB 매장에 다녀온 적이 있다. 멋진 기기와 멋진 인테리어로 가득한 곳이었지만, 사실 스타벅스의 리저브 매장을 많이 카피했고, 그 매장 안에 책이 없다 라는 사실에 같이 있던 지인이 '이 회사 대표의 철학을 볼 수 있다 '라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굳이 필자가 아니어도 '우리나라에 '츠타야 서점'과 같이 영감을 주는 장소가 많아지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을 해 본다. 매장은 단순한 판매의 공간이 아니라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곳이다.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려면 그 안에 '철학'이 있어야 한다. 내가 공간을 만들려면 나 자신만의 '철학'이 분명해야 한다. 그 철학은 좋은 책들과 더불어 늘 생각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츠타야 서점'은 마스다 무네야키의 '철학'이 담겨 있는 공간이면서 마스다 무네야키 '자신'인 것이다. 


최근 교보문고를 비롯한 서점에서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확대하고, 책 외에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는 다양한 상품을 강화하는 것 또한 '츠타야 서점'의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 이러한 공간들이 더욱 많아져,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철학을 공유하며, 그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곳들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 또한 그런 공간을 만들기 위해 계속 공부하고, 준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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