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이사랑 Jul 16. 2017

그래도 은혜고, 그래도 예수님

주일 설교를 듣고 다시 한번 개인적으로 정리하면서

주일 말씀을 다시 한번 기억하고, 나 스스로 정리하는 시간을 갖고자 한다. 이 글은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함이 아니라 나 스스로 지금 생각을 잘 정리하고 다시 한번 실천하기 위함이다.


이번 주에 부담되는 일이 하나 있었다. 바로 교회 청년부 수련회에 강의를 맡은 것이다. 솔직히 말하면 사랑하는 청년들에게 강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 하나님의 자녀로 정말 잘 준비해서 멋지게 주어진 각자의 삶을 잘 살았으면 하는 생각이 많았다. 그것에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런데 막상 그런 기회를 갖게 되니,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되나 참으로 고민이 되었다. 브랜드 MT를 갔던 월-화 일정에서도 화요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 강의 준비를 했다. 회사에서도 틈틈이 시간이 될 때마다 PPT 문구를 다듬고 의미 있고 축복된 시간이 되도록 해 주고 싶었다. 그리고 강의를 하기로 한 토요일, 가족들과 함께 간 베어스 타운의 일정을 서둘러 마치고 그곳에서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수련회 장소로 가족들과 함께 갔다. 미리 준비하려는 마음으로 1시간 3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다 같이 모이는 본당이 남자 숙소를 겸하고 있어서 여기서 강의를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정리가 안된 모습에 '강사 대접을 이렇게 하네'라는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청년부 디렉터의 '30분 정도 시간을 늦춰줄 수 있는지'를 물어보는 메시지는 더 속이 상하게 했다. 강사는 시간을 맞추려고 노력했는데, 시간 개념이 너무 없는 거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일정으로 청년들은 물놀이 시간을 가지고 있었고, 물놀이가 끝난 후 씻고 모일 시간이 필요했다. 남자 청년들은 그래도 빨리 정리가 되었는데, 여자 청년들은 시간이 좀 더 걸려서 원래 약속했던 시간보다 30분 지난 시간에 하나둘씩 모이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간식과 또 다른 시간을 갖고, 실제 강의를 시작한 것은 원래 약속한 시간보다 1시간 정도 지체된 6시부터 진행을 하였다. '이건 아니지 않나 싶었다.' 은혜도 중요하지만, 예의라는 게 있어야 하지 않나 싶었다. 그래도 아직 어린 친구들도 있기에 화를 내기보다는 다음부터는 시간을 잘 지키자는 가벼운 말과 함께 강의를 시작하였다. 

어제 내 강의의 제목은 '사랑하면 보입니다'이다. 힘든 우리의 일상 속에서, 그리고 빠르게 변화되는 세상 속에서 크리스천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담론을 정리한 것이다. 그런데 강의를 들을 수 있는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았다. 오후 시간에 물놀이를 하고 씻고 간식을 먹고 정말 졸음이 올 수밖에 없는 환경 가운데 강의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와... 내가 준비한 것이 뭐가 되는 것이지..' ' 이 친구들은 내가 정말 고민하고 준비한 강의를 이해할 수 있을까?' 이런 생각을 넘어 속이 상하기 시작했다. 강의를 하는 사람은 당연히 준비해야 하지만, 강의를 듣는 사람도 준비되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1시간 30분을 맡게 된 나는 여러 이야기를 하고 7시 30분쯤에 강의를 마쳤다. 강의를 들은 청년들의 반응도 궁금했지만, 솔직히 참 많이 아쉬웠다. 그리고 속이 상했다. 


그런데, 내 마음속에 점점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나는 왜 강의를 하려고 했지?', 깊은 내 마음속에 하나님이 내게 주신 은혜를 소개하기보다는 나를 높이고자 하는 마음이 있음을 깨달았다. 강의를 하면서 내가 소개한 내용들이 어느 순간 나를 드러내고, 나를 자랑하려는 마음에서 이야기한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더욱이, '사랑하면 보입니다'라는 주제로 강의를 하면서도, 나는 오늘 강의를 들은 청년들의 진짜 속 마음을 이해하며 강의를 준비했는가?, 그들을 진정 사랑하며 그들의 필요를 느끼며 이야기했는가?, 그저 내 생각과 내가 경험한 것이 전부 인 것처럼 소개한 것은 아닌가라는 자책이 들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런 나의 마음을 아시기라도 하듯, 오늘 주일 예배 목사님 말씀을 통해 '하나님을 만난 모세가 자기가 백성들에게 마치 하나님인 것처럼 느껴질까 봐 자신의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는 장면'의 본문 말씀을 이야기하셨다. 정말 주님의 은혜를 깨닫은 사람은 나 자신이 얼마나 절망 속에 소망 없는 존재로 살아갈 수 밖에 없던 자였는데 그런 나를 구원해 주시기 위해 아무런 죄 없는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 대신 달려 죽으심으로 말미암아 그 사실을 믿는 우리가 의롭다 여김을 받게 되었다는 사실을 날마다 되새긴다. 그런데 그런 사실을 깨달은 우리는 하나님을 믿게 되면서 여러 행위가 쌓이고, 헌금이나 봉사를 하면서 어느 순간부터 나의 행위와 헌금과 봉사가 나의 자랑이 되고, 그걸 가지고 하나님께 기도하며 나의 행위를 드러내고, 자랑하며 그것으로 내가 축복을 해달라고 하나님께 요구하기까지 한다. 어제 강의를 준비한 나의 모습이 꼭 이런 모습으로 보였다. 너무 부끄럽다. 하나님께 받은 은혜를 잘 나누고 왔으면 되는데, 그리고 그 은혜를 누를 수 있는 기회 주심에 감사해야 하는데 어느 순간 나를 자랑하려고 했던 불순한(?) 마음을 나도 모르게 갖게 된 나의 모습에 대해 깨닫게 해 주심에 감사했다. 오직 하나님의 도구로.. 하나님이 세워주시면 세워주시는 대로, 하나님이 낮춰주시면 낮춰주시는 대로 감사하며 하루하루 그분의 인도하심을 사모하며 가면 되는데, 아직도 난 부족한 게 많은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은혜를 주시는 하나님께 감사하며, 겸손의 모범을 보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오늘도 묵상하며 나아간다. 


교만한 마음이 들 때마다, 기억해야 할 것 그래도 은혜고, 그래도 예수 그리스도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생각한 것 실행하기(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