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진 않았지만 재미있는 시도를 해 보다
하반기 큰 프로젝트를 맡게 되었다. 6000억 정도 하는 사업부의 3개 브랜드의 통합 온라인 스토어 리뉴얼 프로젝트이다. 기대도 되면서 걱정이 크다. 5년을 내다보고 만들어야 하는 큰 프로젝트인데, 과연 이걸 해 낼 수 있을까? 하나하나 차근차근 준비하면서 같이 프로젝트를 하는 팀들과 좋은 기회를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온라인 스토어 리뉴얼을 앞두며, 프런트 페이지는 어떻게 설계할 것인지, 백 오피스(어드민)는 어떻게 구성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크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 시스템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조직 구성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쉽게 말하면 그릇을 만들어 놓는다고 안에 담길 음식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그릇이 시스템이라면 안에 담길 음식은 콘텐츠이다. 우리 조직이 계속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 또는 수급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콘텐츠라 하면 단순히 커머스 영역의 상품만을 의미하진 않는다. 양질의 영상이나 화보 등 이커머스 시대에 맞는 다양한 종류의 내용물을 의미한다. 과거 PPL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었던 부분에서 이제는 콘텐츠 커머스라는 의미로 더 확장적인 시도를 진행한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2017년 상반기 때 아주 어설프지만 재미있는 시도를 한 것이 있다. 단순한 PPL이 아니라 기획을 가지고 만든 일종의 콘텐츠 커머스라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 최고의 소셜 여행 커뮤니티인 '여행에 미치다'와 손 잡고 여행 콘텐츠를 기획했다. 제목은 '강원도 필수 액티비티 11개 정복'이다. 이 논의를 시작한 것이 올해 3월이다. 기획하게 된 의도는 여행이 주요 타깃 고객의 빅 트렌드인데, 고객에게 여행 정보를 주면서 그 가운데 우리 브랜드를 인식하게 하는 의도였다. 그러나 해당 기획에 대해서 예산이나 투입되는 자원은 충분치 않았다. 또한 내부적으로 이런 기획들은 브랜드의 공식적인 마케팅 활동으로 아직 진행하기에는 내부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다. 다만 상반기 봄 시즌에 우리 팀에서 기획 한 프로젝트가 성공을 거두면서 내부적으로 지난번보다는 진행하기가 수월한 부분은 있었다.
고객에게 무슨 가치를 제공할 수 있을까? 흔히 말하는 80%의 정보와 20%의 제작자의 의도를 가지고 기획을 해야 하는데, 여행 콘텐츠를 우리 고객의 눈높이에 가장 잘 만들 수 있는 곳이 '여행에 미치다'라고 생각하고 그들과 논의를 시작했다. 더 멋진 영상을 만들면 좋겠지만, 일정과 자원상 여의치 않아 그동안 가장 고객 반응이 좋았던 패턴을 분석해 보니, #강원도, #액티비티라는 키워드를 발견하게 되고, 이번 프로젝트의 커머스 채널로 선정된 11번가와 연결성으로 #11개 를 소개해 주자 라는 의견을 모았다.
기획 토의를 진행하면서, 콘텐츠 제작비를 내는 측과 콘텐츠를 생산하는 측의 입장을 잘 조율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다. 좀 더 팔려고 하는 상품을 노출하자는 의견과 고객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게 하자(덜 노출하자는 의미로 콘텐츠 제작 요청 사는 받아들일 수 있음)는 의견이 있어서 조율이 쉽지 않았지만, 고객 입장으로 다시 한번 생각해 보며 의견을 조율할 수 있었다.
솔직히 이번 기획은 나로서도 테스트를 해 보는 성격이 강했기 때문에 서로의 능력을 믿고 끝까지 진행하는 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영상이 만들어졌다.
이 영상을 보면, 강원도에서 즐길 수 있는 11개의 액티비티를 보여주는데, 그 가운데 브랜드의 상품이나 로고 노출이 자연스럽게 담겨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5월 31일 11번가에서 해당 이벤트를 진행하여 1억 정도의 매출이 나왔다.
이제 콘텐츠 커머스는 새로운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패션이나 신발 등에서 아직 큰 성공 사례는 없지만, 우리나라 굴지의 영상 방송 회사에서 콘텐츠 커머스 영역에 대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다양한 형태의 컨턴츠 커머스의 시도가 진행되고 있다.
(패션저널 'PPL을 넘어 콘텐츠 커머스'로 http://blog.naver.com/fcblog/221048203090)
솔직히 이런 기획들은 정말 다양한 아이디어 속에서 나올 수 있고,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소통과 협업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만큼 소비자의 니즈에 부합하면서도 콘텐츠의 전체적인 맥락과도 잘 맞아떨어져야 커머스까지 연결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힘든 영역만큼 재미있고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는 영역임에는 확실하다. 더 좋은 기획이 되기 위해 외부 파트너들과의 협업과 고객 니즈를 잘 파악하여 또 다른 성공사례를 만들어 보고 싶다. 콘텐츠 커머스 이제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