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미소 Jun 10. 2021

아 존나 외롭다

이렇게 마음이 외로울  어디로 가야 하나요 

울리지 않는 전화기 화면을 바라봅니다

한손엔 핸드폰, 한손에는 칼을 쥐고

눈을 가리고 저울과 칼을 들던 어느 동상처럼


그러나 초연하지는 않습니다. 바다는 파도가 지나갈 것을 알기에 더욱 괴롭습니다. 괴로움에도 끝이 있다는 것은 희망이 아닙니다

다시 찾아올 괴로움을 기다리는 일입니다.

괴로운 것보다, 괴로움이 잦아드는 망각에 괴로워합니다

또다시 이것을 잊고 웃으며 해가 갤 겁니다. 그것이 괴롭습니다

다시 괴로울 것을 알고도 괴로움을 잊는다는 것


죽고 싶다는 말 대신, 은색, 하늘색 은색 하늘색 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은색에 비추인 하늘색

차갑고 시린 은색이 위로가 됩니다. 희망이 됩니다. 도피처가 됩니다.

동시에 떨림이 되고 울음이 됩니다.

무서움과 유혹은 함께, 줄다리기를 합니다


삽으로 가슴 언저리를 파내는 기분

파도파도 끝이 없는 더러움을 퍼내는 기분

아무리 냄새가 나도 아무도 맡을 수 없는 혼자만의 악취를 풍기는 기분

끄적여 봤자 보아주는 눈은 없고,

그래, 있거나 말거나 이젠 상관없다

나는 은색과 하늘색 하늘색과 은색을 생각한다


나는 죽고 싶다

소멸하고 싶다

그러나 살고 싶다

존재하고 싶다

하지 않는 것을 원하는 것이기에 아마도

나는 죽지도 살지도 않나보다

나는 무얼까


어떤 물질일까 만져본다

꼬집어도 본다

뭔가 있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히키코모리"라는 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