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위한 변명

2023.4.

by 알록


[주의 : 가상 인터뷰임]


결국 백종원은 예산의 ‘백종원 국밥거리’에서 그의 이름을 떼기로 했단다. 예상했던 일이었어.

그가 운영하는 유튜브에서는 돼지국밥집 사장들과의 견해차를 좁히지 못한 것이 결정적 이유라고 하는데,

틀린 말은 아니다. 인정한다.


영상에 달린 댓글을 누가 읽어줘서 들어보니 천운, 로또를 발로 찼다거나 떠먹여줘도 안 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당일 삶은 고기만 팔자라는 약속도 못 지키는 나를 비난하는 글도 엄청나다. 이래서 악플러 고소를 하는구나.


그런데 나도 할 말이 있다. 내가 국밥만 삼십년이다.

이 정도 연차가 되면 나도 내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돈도 싫고 너무 손님이 많은 것도 반갑지 않다.

음식은 손맛인데 이정도면 위생적이다. 옛날엔 더 했다. 다시 안와도 상관없다.

리뷰? 인터넷 안 하니 악플 따위 신경 안 쓴다. 그럼에도 내 음식이 맛이 없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거듭 말하지만 음식은 손맛이다. 백종원 할아버지가 와도 안 바꿀 거다.

이 나이에 내가 돈을 더 벌어서 뭐하겠는가. 자식들 좋은 일 시키는거지.

새벽장보고 밥 때 놓쳐가면서 늘은 것은 습진이며 온 몸에 성한 관절이 없다. 매일 먹는 약만으로도 배부르다.


하도 백종원 백종원 하기에 무슨 소리를 하는지 들어봤다. 다 맞는 말씀이다.

손님들이 많아지니 잠깐은 좋았다. 그러나 일주일만에 불면증이 생겼다.

내일은 또 무슨 지적을 받으려나 불안해서 잠이 안온다.

내가 국밥만 삼십년인데. 그냥 적게 벌고 마음 편하게 살련다.


이제 나를 잊어줬으면 한다.


(주의 : 이 글은 내가 국밥집 할머니의 입장에서 스스로 변호를 해본 것으로 사실이 아닙니다. 비난이나 펌 금지!!)




변화와 혁신이 모두에게 필요한것도, 모두를 이롭게 하는것은 아니다.


(202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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