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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취업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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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Nov 16. 2019

열심히 일만 한 당신에게

놀고 싶은 직장인에게

나는 남들보다 졸업 후 오래 놀았다.

3-5년 정도?

본의 아니게 백수 생활이 길었고 중간중간 직장 생활도 짧았다.


내가 일하는걸 남들보다 월등히 싫어하는 사람인가 고민해보면 딱히 그런 건 아닌 거 같다.

나는 노는 게 너무 좋은 타입도 아니고 노는 시간이 주어져도 조용히 집에서 꾸물꾸물 에너지 축적하는 걸 좋아한다.

고맙게도 진짜 친한 친구들은 나를 한심하게 보기보다 너는 안 맞는 일은 죽어도 안 하는 성격인데 그 맞는 걸 찾는데 오래 걸린 거 같다고 한다.


나와 정반대로 대학 졸업 후 바로 취업을 하고 이직을 했어도 백수 생활을 해보지 않은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는 늘 회사를 가기 싫어했고 놀고 싶어 했다. 그 마음이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니다.


오래 놀아본 사람 입장에서 말해주자면

(위안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친구가 부러워하는 평일 낮에 운동하고 늦잠 자고 식당 가고 카페 가는 일이 여유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매일이 되면 사실 특별하지 않다.


실제로 나는 여행객들이 즐거워하는 공항에서 일을 하니까 공항에서 그 어떤 설렘도 기쁨도 느낄 수가 없었다..


평일에 길게 해외여행을 가는 걸 부러워하지만 일을 하지 않으면 그럴 재정적 상황이 안된다.

즉 일을 하지 않으면 돈이 없는데, 백수인 채로 쉬면 (집이 잘살지 않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제한적인 채 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서민의 돈과 시간의 딜레마이다...

(부자는 해당사항 없음)


동네 산책하고 평일 카페 가는 것도 한두 번이지 한 5년 동안 그렇게 산다면...

어느순간 내 스스로가 무가치하다고 느껴진다.


물론 은퇴하고 나면 여유롭고 좋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창 젊을 때 또래들은 미래를 위해 돈을 축적하고 사회생활을 하며 발전하고 앞으로 가고 있는데 나 혼자 멈춰 서서 평일 여유를 누린다면 사실 그 시간이 즐겁고 행복하지도 않다.


장기백수인 나는 놀면서 사라지는 시간이 아까웠다.

차라리 돈을 벌면서 제한된 휴식시간 안에서 돈을 쓰면서 놀고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하다가 공휴일이나 주말이라는 제한된 시간이 있어야 그 휴식시간이 가치 있게 느껴지고 그 시간에 뭘 할까 고민하게 된다.

적어도 5년을 계속 놀면 특별할 거 없는 무기력한 하루가 된다.


취업 후에도 또래보다 모아놓은 돈이 없다는게 마음에 걸렸다.

내가 논 그 시간을 돈으로 환산했다면 지금보다 더 풍족한 통장과 미래 준비가 가능했을 텐데 그 시간이 아쉽고 아깝다.


쉬면서 해외여행을 다니고 싶어도 돈이 있고 쉬어야 가능한 일이고 돈 없이 쉬는 건 아주 재밌기만 한건 아니고 생활고가 생긴다.


고로 쉴 만큼 쉬어본 나는 말하고 싶다.

당신의 노동은 헛되지 않았다고.

회사가 엿같고 내 시간을 돈으로 맞바꿔서 아까웠을지라도 그 시간을 쉬었다고 해서 매일매일이 즐겁고 가치 있지만은 않았을 거라고

일을 했기 때문에 쉼의 소중한 걸 알고 쉬는 시간을 충전으로 쓸 수 있지 막연히 쉬기만 하는 시간이 너무 길어지면 사람이 우울하고 무기력해진다.


이제 와서 돌이켜보니 백수로 보낸 시간이 아쉽긴 해도 직접 겪어봐야 노동이 주는 가치를 알 수 있었기에 나한테 필요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물론 아닌데? 난 계속 놀고 싶은데?? 하는 사람도 있으니 이게 정답은 아니다.

하지만 늘 상대적인거니까

많이 논 입장에서는 일하면서 돈버는게 부러웠고

일만 한 사람은 노는게 부러운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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