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글
(이번 글은 일부 취준생에게 좀 불편할 수 있는 내용이며 지극히 개인적 견해와 의견일 뿐입니다.)
사회로 떨궈져 나온 30대의 문송한 취준생 이야기
이어서
나는 20대 내내 취직이 하고 싶다!!라고 징징거렸지만 한편으로 진짜 취업을 하고 싶진 않았던 거 같다.
내면에는 사회에 나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이거 저거 따고 이만큼 더 채워야 하지 않을까??
한마디로 자존감이 지하 땅굴이었다.
30대가 되어 지금 취업이 절실 그 자체라
평일 백수의 장점 따위 퇴색한 지 오래.
가끔 놀아야 즐겁지
매일 평일 낮에 카페 가고 여행 가고 늦잠 자고 할 수 있는 게 아닐뿐더러
경제적 부분에서 어려움도 오고
무엇보다 제일 심한 건 자존감 박살
남들 멀쩡히 출근 퇴근하는 시간에 집에 있으면서 이게 뭐지... 어차피 늙으면 싫어도 내내 쉬어야 하는데 이렇게 일할 나이에 쉬기만 하는 게 의미 있는 건가 라는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취준 용기가 없던 20대의 나에게 돌아가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야 취업시장 나이가 깡패야! 까이면 어때 일단 들이밀어”
나는 객관적으로 학점도 꽤 높았고 명문대는 아니지만 학교로 엄청 까일정도도 아니었고 어학능력이 부족하거나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단지 취직은 하고 싶은데 사회가 무서워서 후퇴한 멘탈이 몹시 약한 자발적 백수였다.
이후 삼십 대가 되면서 각종 일들을 하면서 “아 저런 인간도 직장을 다니네...” 싶은 사람들을 사회에서 무지많이 보게 된다.
능력이라곤 없지만 샤바샤바 입을 잘 털어서 자리를 유지하거나 인성에 문제 있는... 정말 이런 인간도 기업에서 뽑아?? 싶은 도라이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러면서 스스로를 객관화하며 저 자리에 내가 가도 저 정도는 하겠다 싶은 자신감을 얻게 된다.
취업시장의 냉정한 현실을 말하자면 문과에서 특정 잘 나가는 학과, 좋은 대학 외엔 큰 변별력이 없다. (요샌 대학도 큰 의미 없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보수적 기업에서 타이틀은 중요하다.)
그리고 어릴수록 상사가 다루기 편하고 당연히 가르치기도 좋으니까 신입으로 좋다.
매년 대졸자는 쏟아져 나오면서 문과 취준생은 늘어가는데 나는 딱히 전공으로 취업할 수 없으며
엄청난 특기가 있는 것이 아니고 뭘 할지 잘 모름
이때 사람인 잡코리아 등을 보면
사람들이 중소 중소 까도 지원 경쟁률 보면 잉?????????? 싶을 정도로 몰리며
사원수나 매출액을 봐도 이럴게 아닌데 싶은 곳도 지원자 속출. 실무에 임원 면접까지 보고 자격증 이 정도는 있어야 한다고 웃기는 기준도 제시되어 있다.
나를 상품으로 대하는 취업시장이 냉정해서 싫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지금은 누구보다 스스로에 객관화가 됐다.
나는 상품으로 치자면 생산연도가 오래된 연식이 있는 상품
시장에 신상들이 계속 이런저런 스펙이 추가되어 내놔진다면 당연히 이를 골라 쓰는 기업 입장에선 더 까다롭고 입맛에 맞는 좋은 물건을 고르려고 한다.
내가 깎지 않아도 이미 너무 많은 물건이 있기에 스스로 가격을 후려쳐서라도 소비되려고 한다.
그리고 이 물건들에 엄청난 특징과 변별력이 있지 않는 한 대체품들도 넘쳐난다.
나는 중고거래 앱 열풍이 있기 전부터 꽤나 중고장터에 물건을 많이 팔아보고 잘 파는 편이었다.
그게 취업에 적용되리란 생각지 못했지만 현재 이력서를 쓸 때 꽤나 유용하다.
나 이거 이거 스펙 있다? 의 단순 나열이 아니라
나를 매력적으로 사고 싶게 만드는 변별력을 보여줄 문장이 필요하단 생각을 한다.
이러 이런 부분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이 제품을 추천함 이런 느낌으로 돋보이게 작성하려고 한다.
직업에 대한 비하는 절대 아니고(이분들이 쉽게 취업했다는 게 아님)
변별력이 없는 문과 취준생이 많이 지원하고 몰리는 분야가 인사, 총무, 경영지원 쪽
왜냐면 딱히 정해진 국가자격 기술이 있는 게 아니라 인문사회적 성향과 소양으로 어떻게든 지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걸 알게 된 것은 나도 이직 분야를 이쪽으로 정해서 너무 쉽게 생각했구나 현실을 깨우치게 되면서....
입사 지원하면서 여자 지원자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고 그래도 꽤 면접은 여기저기 다녔었는데 이젠 면접조차 부르지 않는 경우가 아주 많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때보다 더 나이가 들어서도 맞는 듯)
나는 여기저기 얕게 잡경험이 많다.
내가 추구하는 것은 한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에 이걸 굳이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신입일 때 경력 우대만 뽑을 거면 경력 어디서 쌓냐고...! 에 대한 고민을 했기에 쌩신입보다는 경험이 적당하게는 있는 게 좋은 듯하다.
요즘 대학생들은 학부시절에 공모전이나 자격증 인턴 등 활동을 많이 하고 졸업해서 자체적으로 미래 준비를 하는 거 같아서 매우 현명하다.
이미 졸업도 하고 이런 활동을 하기엔 나이가 애매한 취준생들은 사실 막막하다.
내가 거의 졸업 후 그렇게 긴 흑역사기를 보냈기에 이건 추후에 따로 써야 할 듯
일단은 아 이걸 왜 지금 알았을까, 20대초 취준 시작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걸! 하고 생각난 걸 써볼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