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교토소녀

교토 여자 대학교 기숙사(1)

기숙사의 일과_무슨 기숙사가 이래?

by Hima
전기(前期) 룸메이트 리에, 유키


교토 여자 대학교 기숙사에 입소하던 날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어색한 발걸음으로 들어선 낯선 공간과 나에게 집중되던 수많은 시선들.

총 4개의 기숙사를 통틀어 유일한 한국인 유학생은 나 뿐이었다.

나는 3인실을 배정받았고 3학년인 이토 리에, 신입생인 다나카 유키와 한 방이 되었다.

엄연히 따지자면 내가 나이는 가장 많았지만 리에가 선배였고 유키는 나와 동급생(신입생)인 셈이었다.

기숙사는 전기/후기로 나뉘며 방과 룸메이트가 바뀌는 시스템이었다.


이전에 설명했듯, 교토 여대는 불교학교였고 기숙사의 규율은 특히나 엄격했다.

내가 들어간 기숙사의 이름은 '코마츠 기숙사'였다.

대략적인 나의 기숙사 하루는 이랬다.


<<오전>>

◎7:00 오하요고자이마스.라는 사감의 우렁찬 안내방송과 함께 불이 켜지며 기상

◎7:10 아침 대청소 시간. 이불 개고 옷 입고 방마다 매주 정해진 구역을 청소한다.(화장실, 복도, 부엌, 세면대, 다리미실 등) 청소 후 잽싸게 화장실, 세면대에서 간단히 세안. 보통 예불 후 아침을 먹는 아이들이 있지만 나는 부지런을 떨어 이때 토스트를 굽고 아침 먹음

◎7:30 사감의 아침 점호, 방문을 연채 문 앞에 모두 정좌하고 사감 선생님에게 아침 절(おじぎ:御辞儀)을 한다. 4층까지 사감 선생님이 점호를 끝내면 잽싸게 모두들 4층으로 올라가 예불당으로 간다. 방 호수 별로 전원이 앉아 노래를 부르고 예불을 드린다.

◎8:00 예불이 끝나면 쓰레기를 버릴 사람은 1층에서 분리수거를 한 후 하루가 시작된다.

<<오후>>

◎5:00 수업이 끝나서 돌아올 경우, 기숙사 목욕가능 시간(목욕이 준비되었다는 안내 방송이 나온다.) 이때부터 대욕탕을 이용할 수 있는데 물이 가장 깨끗한 편이기도 하고 따뜻해서 5시부터 대기를 한다.

◎6:00 드라이, 저녁을 모두 해결한 후 빈둥거리거나 관광책자를 본다. 혹은 공부를 마저 한다.

◎10:00 야간 점호. 아침과 마찬가지로 사감 선생님이 모든 방을 돌고 절을 하며 마무리

◎11:00 기숙사 전체 소등(이미 자고 있음 zz)


이 생활에 적응하기까지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마지막에는 거의 몸이 습관화되어 기상시간 전에 일어나 양치를 마무리하는 노련함(?)을 갖출 수 있었다.


그리고 기숙사를 추천해준 친구에게 엄청나게 감사하게 된 사실은 기숙사를 통해서 친구들을 사귀었기 때문이었다. 사실 방마다 문이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열거나 잠그지 않고 생활해서 오고 갈 수 있었고 같은 층, 같은 학년, 혹은 기숙사 별 이벤트를 통해 서로 친해지는 계기가 계속해서 생겼다.

덕분에 나는 누구보다 외롭지 않은 1년을 보낼 수 있었다.


2층에 있는 1학년들끼리의 친목 모임
IMG_3737.jpg 엔니치(縁日). 일종의 1학년들이 선배들과 선생님들에게 하는 학예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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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5874.jpg 기숙사에서 단체로 놀러간 할로윈 시즌 USJ(버스 대절+식사+파티+입장료 포함 저렴하게 기숙사생들이 이용할 수 있다.)
IMG_6258.jpg 기숙사 친구들끼리 학교 근처 식당을 예약해서 했던 할로윈 파티
기숙사에서 4년을 보낸 졸업생들의 송별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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