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일지니..._기숙사 내부
코마츠 기숙사는 비교적 타 기숙사에 비해 자유로운 분위기의 기숙사였다.
적어도 욕실에서 대화 금지, 복도 대화 금지 등등의 까다로운 규칙까지는 없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편에서 말했듯이 정해진 일과는 어느 기숙사나 공통으로 있었고, 모든 기숙사가 엄청난 연식을 자랑하는 통에 내부가 몹시 낡아있었다.
나는 기숙사에 들어가기 전, 그 어떤 곳에서도 교토 여대의 기숙사 내부 사진을 볼 수가 없어서 걱정 반 두려움 반인 상태였는데 실제로 그 내부를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침대가 있을까? 책상은 있을까? 화장실에 비데도 있는 걸까? 등등 내가 가기 전에 했던 사치스러운(?) 고민 따위 쿨하게 비웃듯이, 코마츠 기숙사는 상상 이상으로 옛날식 건물이었다.
글로는 도저히 충분한 설명이 불가하기에 사진으로 이를 대신한다.
후다는 기숙사에서 나갈 때나 돌아올 때 반드시 이를 바꿔놓아야 했다. 이러한 시스템 덕에 기숙사 내의 친구가 방에 있는지 확인하기 편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통금 시간 이후로 사전 허락 없이 무단으로 빨간색으로 되어있을 경우 블랙리스트에 올라가는 무시무시한(?) 벌칙이 기다리고 있었다. 기숙사가 공동체를 중시했기 때문에 룸메이트 1명이 블랙리스트가 될 경우 방 전체가 벌을 받거나 피해를 입게 된다.
3인실은 미닫이 문, 2인실은 여닫이 문이었다. 한 층에 반드시 빈방이 1개 이상 있어 감기와 같은 병이 걸릴 경우 빈방에서 요양을 하며 병의 전염을 막는다.
세면대는 오로지 찬물밖에 나오지 않아 겨울에 일어나자마자 세수나 양치를 할 때는 심호흡을 하고 빠르게 해치웠던 전투적인 기억이 있다. 세면대에서 세수와 양치를 하고, 조리가 필요할 때는 싱크대 겸용으로 사용한다.
냉장고 또한 공용이었기 때문에 한 칸에 한 방씩 썼다.(즉 두세 명이 한 칸을 사용한다.) 자신의 방 호수와 이름을 반드시 기록하는 것이 원칙.
사진에는 없지만 옆쪽에 가스레인지 세개가 있고 전자레인지가 있어 간단한 인스턴트 식품 조리정도는 가능했다. 하지만 냉장고 사용 공간이 너무나도 제한적이고 장시간 홀로 사용해서는 안돼기에 완벽한 식사 준비는 사실상 불가능했다.
기숙사에서 가장 힘들었던 일중 하나가 바로 이것이었는데, 도무지 제대로 된 끼니를 만들어서 먹을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햇반을 돌리거나 라면을 끓여먹는 정도... 기숙사에서 생선은 당연히 금지. 충분한 야채나 과일 섭취는 꿈도 꿀 수가 없었다. 나는 주로 빵과 라멘, 혹은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웠는데 이러한 후유증으로 한국에 돌아와서 빵과 라면을 딱 끊고 인스턴트를 몹시 싫어하는 입맛이 되고 말았다.
내부를 보여주기에 민망하여 사진을 생략했지만 변기는 모두 좌변기이다. 손 씻는 세면대가 화장실 안에는 없고 말 그대로 칸칸히 변기만 있었다.
방 안에 화장실이 없고 층마다 공동으로 세면대와 화장실이 있다는 것이 처음 받은 충격이었는데 이후에 비데의 유무의 문제가 아니라 좌변기라는 사실에 나는 또 한번 충격을 받고 말았다.
한쪽 벽면에 옷장 다른 벽면에는 벽장이 있어 이불을 넣어놓는다.
세 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인데 딱히 분리가 되어있지는 않고 책장이 놓여 있어 책상 쪽만 분리가 되어있고 잠을 잘 때에는 다다미에서 요 세개를 깔고 잤다.
또 다른 고충은 룸메들과 경계 없이 함께 자다 보니 잠귀가 엄청 밝은 나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는 룸메의 부스럭 거리는 소리에 깰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개별 공간이 분리되지 않은 2~3인실의 장점은 자기 전까지도 계속 대화가 가능했고 정말 식구처럼 서로를 대할 수 있었던 것. 그래서 수많은 불편함과 단점에도 불구하고 나는 정이 넘치는 기숙사를 좋아하게 되었다.
기숙사 내에서는 방문을 잠그지 않고 생활했기에 다른 기숙사 친구들의 방에 초대받아 놀러 가기도 수월했다. 종종 같은 방인데도 이렇게 다르다니..!!라는 감탄사를 자아내게 하는 인테리어도 있었고 엄청나게 쓰레기장 같은 방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이 또한 방 주인의 성격과 닮아있어 재밌는 부분이었다.
5층에 위치한 아침 예불을 드리는 공간인 예불당. 검은색 문을 열면 불상이 있고 향을 피우게 되어있다. 오른쪽에 위치한 오르간은 불가를 부를 때 반주를 한다. 왼쪽에는 대형 TV가 있었는데 축구 등 스포츠가 있을 때 단체로 모여 관람을 하기도 한다고. 각 다다미 한 장에 한 방씩 (즉 세명이 앉는다)
기숙사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옥상이었다. 빨래를 너는 것을 좋아하기도 했고 옥상에서 보는 풍경이 정말 예뻐서 감탄을 자아내게 하고는 했다.
교토 여대 자체가 비교적 산속에 위치한 편이라 옥상에서는 산이 보였고 공기가 굉장히 좋았다. 아침 기상시간에 항상 환기를 시키라고 사감이 방송을 하곤 했는데 문을 열면 산 공기가 쏟아져 들어오는 느낌이라 상쾌했다.
그래서 방에 혼자 있을 때는 종종 창문을 열어놓고 있었다.
다른 쪽 방향으로 보면 민가와 J교사가 보였다. 수업이 끝나고 잠시 틈이 날 때 와서 빨래나 청소를 하기도 했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도 비교적 여유롭게 수업을 갈 수 있어 기숙사만의 엄청난 메리트가 있었다.
1년 동안의 교환학생 기간을 얘기하며 결코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기숙사 생활이었다. 처음에는 적응에 시간도 오래 걸렸고 불편함과 거부감도 있었다. 가기 전부터 기숙사는 원하지 않아!라고 완고하게 생각하고 속상해했었다. 하지만 막상 기숙사 생활을 하니 매일매일 즐거움이 더 많았다. 친구들을 만났고 누구보다 외롭지 않게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기숙사에 들어간 행운이었다고 생각한다.
일본에서는 느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따뜻한 정도 느낄 수 있었고 누구보다 특별한 추억도 선물 받았다.
그리고 무슨 일이던 겪어 보지 않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것도 배웠다. 기숙사를 포기했더라면 결코 알 수 없었을 많은 경험과 기억들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