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요미즈데라 앞 잇부야(一布屋)
2학기가 되어 어느 정도 교토에 적응을 했고, 시간적 여유가 있음을 깨닫고 나는 본격적으로 아르바이트를 찾기 시작했다.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여러 가지 아르바이트를 찾아보면서 나만의 기준을 세울 수 있었다.
첫째, 백화점 쪽은 따로 교육을 받아야 해서 외국인 유학생을 잘 뽑지 않는다.(첫 번째로 찾은 아르바이트였는데 전화상으로 이러한 이유를 설명해줘서 납득할 수 있었다.)
둘째, 기왕 교토에서 살고 있으니 교토에서만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보자(교토여대 학생들은 주로 근처의 관광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러한 조건을 찾아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아르바이트가 기요미즈데라(청수사) 앞 기념품 가게 '잇 부야'였다.
교토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라고 할 수 있는 기요미즈데라 앞에는 많은 기념품 가게들이 있다. 그런 가게들의 주 고객들이 관광객이었기에 한국인인 나를 채용한 것이었다.(내 뒤로 들어온 아르바이트생은 중국인이었다.)
가게는 1층은 매장, 2층은 교토에서 만든 천으로 가방이나 지갑 등 잡화를 직접 만드는 공방, 3층은 창고로 되어 있었다.
나는 1층 매장에서 손님들을 접객하고 재고 확인을 하거나 공방의 잡일을 도왔다.
아르바이트를 하며 가장 당황스럽고 힘들었던 일은 바로 가격표가 없다는 사실..
바코드로 찍는 시스템이 아니라 내가 모든 상품들의 가격을 하나하나 외워서 입력해야 했는데 가게의 상품들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종류가 다양해서 처음에 가격을 외우는 기간이 필요했다.
재고가 없는 상품이나 다른 종류를 원하는 손님들을 위해서 오고 가며 창고를 관리하는 것도 내 일이었다.
또한 1층 업무가 한가할 때는 2층 공방에서 잡일을 돕기도 했다.
가게는 점심시간은 따로 없고 교대로 한 명이 1층 가게를 보고 나머지 사람들은 2층에서 도시락을 알아서 파팟 하고 먹는 시스템이었다.
기요미즈데라는 11월 단풍 시즌 되면 엄청 붐비는 성수기이므로 그 시기가 가장 바빴다.
평소에는 관광지라 손님들도 관광객이라 다들 느긋하게 즐기러 와서 계산이 굼뜨다고 화내지 않고 실수해도 버럭 하는 손님은 없는 쾌적한 환경~
처음에 한자로 되어있는 직원들 성을 읽는 게 조금 어렵다고 했더니 사 카구치상이 친절히 이름 한자로 쓰고 다 후리가나 달아주고 특징도 적어주셨다. 예를 들어 사카구치/마스크 이런 식으로(사 카구치상은 계속 마스크 쓰고 있음)
처음 면접 볼 때 사장님이 가게 스텝들은 다들 좋은 사람이니까 무섭지 않아요~라고 하셨는데 인사치레가 아니라 정말이었다(!)
주로 공방에서 일하는 아주머니들이나 창고에서 재고 확인을 하는 스텝들이었는데 나이대가 있으시다 보니 한참 어린데다 외국인인 내가 귀엽기도 하고 안쓰러우셨는지 기숙사에서 제대로 식사를 못하는걸 알고 따로 밥도 챙겨서 먹여주시고... 놀러도 가고 많은 배려를 받았다.
또한 가게에서는 점심 먹고 2층에서 휴식시간(티타임)이 있는데 가게가 전국으로 상품을 팔기 때문에 거래처 여기 저기서 들어오는 전국구 오미아게(특산물)를 맛볼 수 있었다.
가게 사람들이 너무 친절하고 좋아서 일하면서도 즐겁게 내 가게인 것처럼 일할 수 있었다.
후에 알게 되었지만 이러한 아르바이트 환경이 일반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 그대로 꿀알바였다.
교토의 지역 특성을 살린 아르바이 트면서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어 일본에서 '나는 인복이 많은 행복한 사람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었다. 기숙사 친구들과 아르바이트 스텝들 모두 나에게는 참 다정하고 고마운 사람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