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신입
어느덧 업무 일 년 차가 되었다.
“언제쯤 적응하고 사람 구실 할 수 있어요?”라는 내 질문에 “3개월쯤 익숙, 6개월이면 적응, 1년이면 주기별로 다 해봄”이라고 답한 전임자(퇴사자) 말대로 아무것도 몰라 깜깜하던 내가 3개월이 되니 뭐가 좀 익숙해지더니 6개월에는 더 알 거 같고 1년 차가 되니 또 새로웠다.
그래서 완벽 적응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현재 업무분장으로 인해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는데 기존 내 업무보다 더 넓고, 많고, 본격적인 회계 업무 담당자가 되었다.
그래서 현재 다시 업무 인수인계서를 성경삼아 모든 일을 배우고 처음 하는, 다시 쌩 신입이 되었다.
처음에는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세요.. 이제야 내 업무 적응하고 알 거 같은데 암담하고, 나 나가란 건가, 왜 날?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별별 부정적인 생각을 다 하고 손이 떨렸다.
(기존 업무가 수비수라면 향후 할 업무는 공격수가 되는 수준의 매우 리스크가 있는 큰 변화였다.)
어쨌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회계 전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성장하길 바란다는 상사의 말대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아서 다 할 수 있도록! 이란 마음으로 배우기로 했다.
안 가고 싶은 날이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긴 시간 쉬었던 만큼 대체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녔고 놀랍게도 내가 입사 후 7명이나 나가고 그만큼 새 사람이 들어왔다. 퇴사자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한데 와~ 나간다 부럽다… 는 마음은 들긴 하는데 나도 나가야지란 마음은 안 든다.
왜냐면 퇴사하면 평생 백수 할 수 없어 결국 또다시 취업을 해야 하는데… 난 그 과정이 너무 싫고 힘들었다
그래서 궁극적 목표는 퇴사 후 은퇴
이직이면 몰라도 재취업하지 않을 수 있을 때 그만두고 싶다.
퇴근길에 나를 처음부터 다 가르쳐준 직속 상사(선배)가 카카오톡 메시지 카드와 선물을 보내주며 1년간 고생했다고 앞으로도 잘해보자는 말을 했다.
퇴근 지하철에서 그걸 본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이때껏 고생하며 가르쳐준 사람이 그런 말을 해준 거에 감사하면서 죄송하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과 감동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정말 바로 옆에서 키워준(?)분에게 받는 축하라 더 남달랐다.
입사하고 제일 많이 혼났고 채찍질 당해서 마냥 무서웠던 선배님이라 더 그랬다. (지금도 자주 혼나긴 하는데 내가 너무 못하니 그럴만했다고 생각하고 악감정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오래 다니라는 무언의 압박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선 도망치지 말아야지. 해봐야지. 용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