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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Apr 02. 2022

입사 일 년 차

다시, 신입

어느덧 업무 일 년 차가 되었다.

“언제쯤 적응하고 사람 구실 할 수 있어요?”라는 내 질문에 “3개월쯤 익숙, 6개월이면 적응, 1년이면 주기별로 다 해봄”이라고 답한 전임자(퇴사자) 말대로 아무것도 몰라 깜깜하던 내가 3개월이 되니 뭐가 좀 익숙해지더니 6개월에는 더 알 거 같고 1년 차가 되니 또 새로웠다.


그래서 완벽 적응했습니다!

라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현재 업무분장으로 인해 새로운 업무를 맡게 되었다.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하는데 기존 내 업무보다 더 넓고, 많고, 본격적인 회계 업무 담당자가 되었다.

그래서 현재 다시 업무 인수인계서를 성경삼아 모든 일을 배우고 처음 하는, 다시 쌩 신입이 되었다.

처음에는 왜 저에게 이런 시련을 주세요.. 이제야 내 업무 적응하고 알 거 같은데 암담하고, 나 나가란 건가, 왜 날? 내가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 별별 부정적인 생각을 다 하고 손이 떨렸다.

(기존 업무가 수비수라면 향후 할 업무는 공격수가 되는 수준의 매우 리스크가 있는 큰 변화였다.)


어쨌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으나, 나에게 회계 전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성장하길 바란다는 상사의 말대로 생각하는 게 정신건강에 좋을 거 같아서 다 할 수 있도록! 이란 마음으로 배우기로 했다.


안 가고 싶은 날이 없었다 하면 거짓말이지만, 긴 시간 쉬었던 만큼 대체로 감사하는 마음으로 다녔고 놀랍게도 내가 입사 후 7명이나 나가고 그만큼 새 사람이 들어왔다. 퇴사자들을 볼 때마다 기분이 묘한데 와~ 나간다 부럽다… 는 마음은 들긴 하는데 나도 나가야지란 마음은 안 든다.

왜냐면 퇴사하면 평생 백수 할 수 없어 결국 또다시 취업을 해야 하는데… 난 그 과정이 너무 싫고 힘들었다

그래서 궁극적 목표는 퇴사 후 은퇴

이직이면 몰라도 재취업하지 않을 수 있을 때 그만두고 싶다.


퇴근길에 나를 처음부터 다 가르쳐준 직속 상사(선배)가 카카오톡 메시지 카드와 선물을 보내주며 1년간 고생했다고 앞으로도 잘해보자는 말을 했다.

퇴근 지하철에서 그걸  순간 만감이 교차하면서, 이때껏 고생하며 가르쳐준 사람이 그런 말을 해준 거에 감사하면서 죄송하면서도 여러 가지 감정과 감동을 느꼈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정말 바로 옆에서 키워준(?)분에게 받는 축하라  남달랐다.

입사하고 제일 많이 혼났고 채찍질 당해서 마냥 무서웠던 선배님이라 더 그랬다. (지금도 자주 혼나긴 하는데 내가 너무 못하니 그럴만했다고 생각하고 악감정 없이 사이좋게 지내고 있다.)

오래 다니라는 무언의 압박 같긴 하지만 어쨌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해서, 적어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에선 도망치지 말아야지. 해봐야지. 용기가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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