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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ima Nov 09. 2023

입양

당신이 알고 있는 입양, 그렇지 않은 입양

갑자기 오랜만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퇴사를 했고, 현재 입양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너무나 한정적, 폐쇄적 업종이라 글을 쓰는 게 조금 두렵기는 하다.)


입사 전 입양?이라고 생각하면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거 같다.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일, 가족이 생기는 일

이런 식으로 편견인지도 모르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현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만 부모님이 간절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도 아이가 간절해야 한다.

'좋은 일' '사회공헌'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가 너무 간절해서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입양을 해야 한다는 것


가끔 그런 분들이 있다

"부모 없는 불쌍한 애들 제가 키워준다는데 왜요"

강아지도 이런 마음으로 키우면 안 된다.

어릴 때 예쁘지만 커서 안 예쁘면 버릴 건가?

측은지심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지기에 사람의 인생은 길다.

아이가 사춘기가 와도, 생부모를 찾고 싶다 해도, 향후 아이가 후천적 장애가 발생해도 내 자식이기에 이를 수용하고 사랑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입양은 결코 짧지 않다.


그렇기에 입양을 할 때 양부모를 집요하게 검증한다.

가족관계, 건강, 학력, 직업, 종교, 부채 등등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가를 최선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필수적 관문인데

내가 왜 이런 검증을 당하냐 불쾌해하는 사람도 많다.


나 좋은일 하고 싶어라는 선의만 갖고 아이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면 차라리 봉사나 후원을 추천한다.

아이들에게는 봉사도 후원도 필요하다.


처음엔 나도 친자가 없다면 나중에 입양이라도..  

이런 마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일하면서 점점 '아 나 같은 사람은 입양하면 안 되는구나' 느끼고 있다.

(일단 나는 집도 없고 빚도 있다 ㅋㅋㅋㅋ)

입양은 출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의외로 사람들이 놀라는 게 입양을 하려고 가면 아이들 골라서 쉽게 데려간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아이를 지정해서 고르는 제도가 아니고 입양을 하려는 부모의 수가 더 많기에 대기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검증을 하는 기간도 걸린다.


그리고 일하면서 참 생명의 고귀함을 많이 배우는 거 같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라

친모가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아이들이다.


정말 원하고 간절한 곳에는 가지 않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곳에 뜻하지 않게 온 아이들도 많다.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서로 필요한 이들에게 가정을 새로이 맺어주는 일

그래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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