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알고 있는 입양, 그렇지 않은 입양
갑자기 오랜만에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퇴사를 했고, 현재 입양 관련된 업무를 하고 있다.
(너무나 한정적, 폐쇄적 업종이라 글을 쓰는 게 조금 두렵기는 하다.)
입사 전 입양?이라고 생각하면 겉으로 번지르르한 말밖에 떠오르지 않았던 거 같다.
부모님이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일, 가족이 생기는 일
이런 식으로 편견인지도 모르는 편견을 갖고 있었다.
현재 일을 하면서 알게 된 것은
아이들만 부모님이 간절한 것이 아니라
부모님도 아이가 간절해야 한다.
'좋은 일' '사회공헌' 이런 느낌이 아니라
정말로 아이가 너무 간절해서 키우고 싶은 마음으로
책임지겠다는 마음으로 입양을 해야 한다는 것
가끔 그런 분들이 있다
"부모 없는 불쌍한 애들 제가 키워준다는데 왜요"
강아지도 이런 마음으로 키우면 안 된다.
어릴 때 예쁘지만 커서 안 예쁘면 버릴 건가?
측은지심으로 누군가의 인생을 책임지기에 사람의 인생은 길다.
아이가 사춘기가 와도, 생부모를 찾고 싶다 해도, 향후 아이가 후천적 장애가 발생해도 내 자식이기에 이를 수용하고 사랑으로 키울 수 있을 것인가
입양은 결코 짧지 않다.
그렇기에 입양을 할 때 양부모를 집요하게 검증한다.
가족관계, 건강, 학력, 직업, 종교, 부채 등등
안정적인 환경에서 아이가 행복하게 자랄 수 있는가를 최선으로 생각해야 하기에 필수적 관문인데
내가 왜 이런 검증을 당하냐 불쾌해하는 사람도 많다.
나 좋은일 하고 싶어라는 선의만 갖고 아이를 돌보고 싶은 마음이면 차라리 봉사나 후원을 추천한다.
아이들에게는 봉사도 후원도 필요하다.
처음엔 나도 친자가 없다면 나중에 입양이라도..
이런 마음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일하면서 점점 '아 나 같은 사람은 입양하면 안 되는구나' 느끼고 있다.
(일단 나는 집도 없고 빚도 있다 ㅋㅋㅋㅋ)
입양은 출산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
의외로 사람들이 놀라는 게 입양을 하려고 가면 아이들 골라서 쉽게 데려간다고 생각하는데 절대 그렇지 않다.
내가 아이를 지정해서 고르는 제도가 아니고 입양을 하려는 부모의 수가 더 많기에 대기를 하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검증을 하는 기간도 걸린다.
그리고 일하면서 참 생명의 고귀함을 많이 배우는 거 같다.
입양을 기다리는 아이들은 버려진 아이들이 아니라
친모가 생명을 포기하지 않고 지켜준 아이들이다.
정말 원하고 간절한 곳에는 가지 않고 아이를 원하지 않는 곳에 뜻하지 않게 온 아이들도 많다.
늘 안타까운 마음이 들지만 서로 필요한 이들에게 가정을 새로이 맺어주는 일
그래서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