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자동으로 나에겐 '내 살림'이란 게 생겼다.
평생을 내가 사본적 없는 식기에 내가 골라본 적 없는 식재료에 엄마가 해준 메뉴로 먹고살았는데 이젠 뭐든지 내가 주도한다.
결혼하고 제일 충격받은 게 내가 손톱깎이부터 새로 사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걸... 돈 주고 사는 거였구나...!
너무나 당연하게 집에 있던 반짇고리, 병따개 등등
이런 사소한 것도 다 내가 사야 있는 거였다.
남편은 집에 잘 없다.
그리고 일할 땐 밖에서 삼시 세 끼를 제공해 줘서 집밥 먹는 일도 적다.
나와 그가 휴무가 맞는 어쩌다, 내가 밥을 차려주지만 혼자 있을 때 뭐 요리를 해 먹는 스타일도 아니다.
(그는 요리는 하지 않고 '조리'만 해 먹는다.)
그러다 보니 거의 1인가구처럼 살게 되었다.
결혼 전엔 꼬박꼬박 아침을 받아먹었다.
늘 차려져 있었고 먹기만 하면 알아서 치워졌으니까.
(알아서는 아니고 엄마의 수고였다.)
지금은 차릴 시간도, 치울 시간도 없어 아침은 생략.
점심은 회사.
결론은 딱 한 끼,
저녁만 내가 나를 먹여 살려야 한다.
안 건강한 냉동, 조리식품으로만 먹는 게 싫었다.
그렇다고 반찬을 사자니 매일 똑같은 거 먹는 게 물렸다.
그래서 생각해 낸 최선은
단품, 일품요리를 만들어서 먹는 거였다.
그런데 한 끼를 위한 식재료를
유통기한 내에 다 먹는 것
이게 나에겐 엄청난 미션이었다.
그래서 나에게 식재료를 구매하는 건 굉장한 부담이었다.
가끔씩 외식을 하거나 저녁을 먹지 못할 때는
멘붕이 왔다.(그렇다 나는 매우 계획형이다..)
결국 엄마들이 냉장고에 유통기한 지난 거 냅두고
그냥 먹는 이유를 차츰 나도 알아가고(예전엔 버리라고 뭐라고 함)
나도 많은 것을 포기하게 되었지만
딱 눈에 보이는 곰팡이, 시든거 이런 건 먹을 수 없잖아...
내가 먹고살기 위해 이렇게나 낭비되는 게 많다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다.
딱 맞는 정량만 소비하며 살 순 없는 걸까...
유통기간 하루 남았는데 아직도 많이 남은 빵을 보며 오늘도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