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카페였나 어디에서 이런 글을 본 적이 있다.
“애 낳고 남편 꼴 보기 싫어지는 건 언제쯤 좋아져요?”
글도 재밌었지만 답글들도 재밌었다.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공감을 한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아이러니하게도 남편을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고 아기도 낳았지만 아기를 낳고 나니 남편이 미워졌다.
미리 말하는데 내가 쓰는 글은 남자를 비난하는 글도 아니고 남편이 미워죽겠어요 이혼할 거예요도 아니다.
그러니까 성별 갈라치기 발언, 지팔지꼰 결혼한 니 잘못, 이혼 상담 프로그램 섭외 금지다.(다 겪어봄)
그냥 왜 그럴까? 궁금해서 분석해서 나름 머릿속으로 한 생각을 정리한 글이다.
이전 글에 내가 육아를 조별과제에 빗댄 적이 있다.
팀원이 우리 둘인데 한 명이 무임승차를 하면 당연히 한 명이 다 해야 한다.
근본적으로 화가 나는 원인이 이거다.
현재 내가 육아휴직 중이라 주 양육자는 나이고, 내가 더 분담해서 하는 게 맞다. 집안일과 육아에 똑떨어지는 반반은 없다.
나도 남편이 전날 밤샘근무를 했거나, 피곤한 날이면 아침에 늦게까지 자는 거 이해한다.
오전 내내 아기 내가 본다.
그런데 피곤하다고 해서 자라고 문 닫고 시간 줬더니 핸드폰으로 유튜브 하고, 게임하고 잠은 안 잔다.
교대의 개념이라 남편이 쉬고 충전하고 나와서 쌩쌩하게 아기를 봐줘야 나도 쉰다.
그런데 계속 비효율적인 짓을 하면서 피곤하다고 하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아기는 내가 임신해서 내가 낳았다.
심지어 아직도 내가 모유수유한다.
그런데 남편이 늘 피곤하다를 입에 달고 산다.
그렇겠지
일하고 와서 안 하던 육아라는 업무까지 추가되었으니
그런데 내가 안 피곤해서 피곤하다고 안 하는 게 아니라 항상 피곤한 데다 여기저기 아프지만 내가 징징거린다고 해결되고 누가 대신해 주는 게 아니라 그 에너지가 아까워서 묵묵히 할 뿐이다.
남편이 쉬는 날 늦잠을 자고 늘어지고 싶고 쉬고 싶고 약속을 잡고 싶을 수 있다.
난 휴무라는 게 없다.
그래서 요일이나 날짜개념이 많이 사라졌다.
일요일이라고 아기가 늦잠을 자는 게 아니다.
상황이 변했는데 어떻게 전처럼 똑같이 생활할 수 있겠는가
적어도 쉬는 날 같이 분담을 해줬으면 한다.
내가 주양육자이긴 하지만 아기에게 부모는 우리뿐이다. 그러니까 나를 ‘돕는다’는 개념이 아니라 주체성을 갖고 육아를 ‘자기 일’이라고 생각했으면 한다.
그런데 남편은 단 한 번도 자발적으로 아기 매트 청소를 해본 적이 없다. 매일 하는 일인데도!
늘 내가 시켜야 한다.
그리고 말한다. “내가 언제 시킨 일 안 한적 있냐”라고
나는 남편에게 말한다.
“출근해서 매일 하는 일 항상 팀장님이 시켜야 해? 아니잖아. 습관적으로 하는 일이 있을 거 아니야. 그러니까 이건 자기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안 하는 거야. 당신이 안 하면 누군가는 하니까. 그리고 그게 나고”
집에 많은 일들이 보이지만 남편은 시키면 한다.
그리고 그 지시조차 가끔 너무 피곤하고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남편이 하는 말 중 “나 정도면 아기 잘 보는 거 아니야?”라는 말이 있다.
난 이런 말을 하는 엄마를 본 적이 없다.
내가 아는 엄마들은 대게 자책하고 반성한다.
옆집 놀러 가서 가끔 강아지 보고 예뻐하고 잘 놀아준다고 우리는 그 사람을 강아지 훈련사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부터 “나 죽으면 당신이 우리 아기 보호자”라는 마인드로 뭐든 다 해봐야 한다 생각해서
모유수유 빼고 다 시켜봤다.
그래서 남편이 많은 부분에서 육아를 함께하고 있긴 하다.(그게 자발적으로 다 한단 뜻은 아니다.)
남편에게 아기 이유식 무슨 단계야? 옷 사이즈는? 기저귀 얼마나 남았어? 이런 거 물어보면 대답을 못한다.
남편이 아기를 씻기지만 늘 아기 기저귀는 있는 곳에 채워져 있고 아기가 쓸 수건은 개어져 있고 면봉이나 로션이 떨어져 본 적이 없고 남편이 아기 이유식을 먹이기 위해 냉장고를 열면 그날 먹을 이유식과 간식이 만들어져 있고 마실 물을 늘 끓여놓는다.
그리고 당연하게 그 일들은 내가 하고 있다.
그 외에도 내가 손 닿은 일들은 수도 없이 많다.
그러니 남편이 아기를 씻긴다 먹인다 재운다 이런 걸로 잘한다고 생각하는 게 조금 어이가 없기도 하다.
이 모든 팩트를 우다다다 쏟아내면 남편은 “그렇게 잘하면 니가 다 해!”라고 한다.
그래서 꿀꺽 삼킨다.
육아는 혼자 할 수가 없다.
남편의 도움이 있어서 그나마 나도 쉴 수 있다.
우리는 서로 누가 더 일을 많이 했니 힘들었니로 싸워야하는 경쟁자 아니라 상호보완해서 아기를 무사히 키워내는 같은 목표를 가진 동료다.
아기는 남편을 꼭 닮았다.
모두가 아빠 닮았네라고 말한다.
자고 일어나면 까치집이 되는 머리카락이나 눈모양이 짝짝이인 것조차 남편을 닮았는데 아기가 귀여운 이유는 남편의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존재가 지금 제일 미워하는 존재를 닮았기 때문이라니!
결국 남편이 미운 이유는 사랑해서인 거 같다.
애정이 있으니 기대하고 기대고 싶고 의존한다.
나 힘들어 그러니 도와줘
이 마음이 자꾸만 그를 원망하게 만든다.
내가 너무 힘들고 여유가 없으니 완곡하게 말할 수가 없다. 굴레에 빠진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