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라라랜드 뒷북 후기
백수가 좋은 점도 있다.
그건 바로 새벽이나 아침 일찍 잠이 깨면 그냥 억지로 자려고 노력을 안해도 된다.
낮에 낮잠 자면 된다.
(그러나 자주 반복하면 생활 패턴이 아예 뒤바뀌니 조심)
그리고 또 좋은건 평일 낮의 여유를 느낄 수 있다.
대부분 평일 낮은 애기엄마나 노인들의 시간이다.
혼자 여유있는 척 할 수 있다.(그러나 이것도 하루이틀만 좋다)
무튼 나는 되게 많은걸 혼자하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그중에서 평일 영화 보는걸 제일 좋아한다.
누군가와 영화를 보기 위해 만나고 기다리고 맞춰서 들어가고 이런게 잘 안맞아서(...)
내가 늦어도 영화 시작 후에 들어갈 수 있고 영화 엔딩 크레딧과 음악이 다 올라갈 때까지 앉아있을 수 있고 암튼 가~~~~끔 혼자서 영화를 본다.
사람을 만나면 밥을 먹거나 카페에서 (함께할 수 있는) 대화를 더 선호해서 2시간 넘게 대화가 단절되는 영화는 혼자만의 영역이 되어버렸다.
무튼 오래동안 벼르던 라라랜드를 아직도 하는데가 있어서 보고 왔다.
생각보다 흥행영화라 그런지 사람들이 평일 낮에도 꽤 있었다.
결말은 이미 엄청나게 스포당해서 안 해피엔딩(?)이라는 것도 알았고
영화 캡쳐화면도 많이 보고 ost도 많이 나와서 익숙하기도 했다.
원색적인 의상들과 노래 분위기나 풍경들이 참 좋았다.
한편으로는 엔딩이 안좋다 그랬는데 생각보다 딱히 베드엔딩 같지도 않았다.
(강력 스포를 하자면) 남주인공이랑 여주인공이랑 안이어지는데 그게 현실성있다.
우리나라 드라마 보면 꼭 어릴때 좋아하던 애들이 커서도 운명처럼 말도안돼게 계속 엮이는데 사실 그런일은 별로 없으니까 참 담담하게 현실적이었다.
라라랜드에선 그냥 각자의 인생의 주인공은 각자로 끝나서 좋다.
세바스찬은 자기 하고 싶은거 하면서 자기가 남주인공이고
미아도 꿈과 가정을 찾고 자기 인생의 여주인공이 됐다.
5년이나 지나서 해외로 떠나게 된다면 당연히 각자의 삶을 찾고 그 안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니.. 내내 꿈을 노래하더니 결말만큼은 좀 현실적이라 찬물이 확 끼얹어진 느낌이랄까
관객들이 그래서 배신감(?) 느낀 경우가 많았나보다
다만 내가 참 많이 감명깊게 본건 꿈vs현실로 갈등하는 두 주인공이었다.
둘 다 참 어려운 꿈을 가지고 어렵게 살면서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사랑해주던 동료이자 연인인데
고정된 수입, 결혼생각을 하면서 꿈보다는 돈을 더 버는 일을 선택한 남주에게
처절하게 웃음거리가 되어도 계속 응원받으며 꿈을 쫓는 여주가 비난아닌 비난을 하니까 서로 싸우는 장면,
여주가 남주에게 6년동안 오디션 봤는데 떨어져서 이제 상처받기 싫다고 고통스러워서 싫다고
가능성 없는 꿈만 쫓는 바보들이 있는데 자기가 그거였다고 말하는데도 남주인공은 무조건 넌 할 수 있다고 우긴다.
나조차 내 꿈은 이뤄질리가 없다고 바보같다고 절망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누군가 맹목적으로 내 가능성을 믿고 사랑해주는, 응원해주는 모습인 그 장면이 참 좋았다.
내가 받고 싶은 응원도 그런거였을지도 모르겠다.
영화니까 결국 미아는 훌륭하게 성공했지만 현실이었음 그대로 낙방하는 경우가 더 많았을거다.
어쨌든 그럼에도 계속 하고 싶은일을 위해 바보처럼 할 때까지 해보고 겁내고 하기 싫어지고
최근에 내가 한 고민이랑 비슷해서 그런지 더 와닿았다.
보답받지 못하는 시간이 괴로워서 아무거나 하고 현실에 발딛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꿈이 있는데 그 꿈을 위해 노력한 시간들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포기못하겠고
고통스러운데 어찌할바를 모르면서 또 오디션을 보는 모습이 약간 희망적이기도 하고
여러가지 생각을 주는 영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