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자기보고서
첫 번째 글을 쓸 때도 커피를 너무 마셔서 잠을 못 자고 헤매다가 썼는데 결국 또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나는 결코 남들보다 짧지 않은 기간 백수다.(현재형인 이유는 지금도기 때문..)
몇 달 동안 백수인데 저 앞으로 어떡하죠?라는 글을 볼 때마다 뜨끔한다.
몇 달이 남들은 불안할 정도의 기간이구나....
내가 취준생이라고 스스로 칭하는 건 요즘이고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난 취준을 안 한 기간도 길었고
남들보다 덜 열심히 했던 것도 맞았고
히키코모리 같은 피폐한 삶의 패턴도 가져봤으며
아예 취업 자체를 기피하고 잊고 살기도 했고
진로를 심각할 정도 질질 끌며 고민했고(지금도 그렇지만)
걱정도 산더미 같았고 시작점도 못 찾았으며
면접에 대한 극도의 공포감이 있는 면접포비아에
주위의 응원과 질타와 포기와 등등등 암튼 참 겪을 만큼 겪어본 에피소드가 다양하다.
요즘은 취준 하고 있으며 면접도 (나름?) 꾸준히 보러 다니고 이력서도 착실히 쓴다.
여전히 나는 의문스럽다. 내가 취직은 할 수 있을까?
끝을 알 수가 없어서 무섭다.
이대로 취직을 못하면 난 뭘 해 먹고살아야 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잘한 짓은 그래도 꽤 주기적으로 시도(try)는 하고 있다는 점이다.
도전이 아니라 시도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금도 엄청나게 열정적이지는 못해도
무한긍정! 희망을 가진 성격이 아닌 내가 포기 않고 이제껏 하고 있는 게 스스로 신기해서다.
나는 설레발과 거리가 멀고 안 좋은 상황부터 생각하는 매우 매우 걱정이 많은 성격이다.
돌다리도 의심의심 끝없는 의심을 하며 두드리고 두드리며 나아간다.
그래서 이런 내가 단 한 번도 내가 취직을 포기한 적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거의 그럴 때는... 주위 사람들이 멱살을 끌고 와줬다.
왜 나를 그렇게 믿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보고 넌 뭐라도 할 애라고 자꾸 그러니까...
어쩔 수 없이 질질질 끌리다 보니 여기까지 오긴 왔다.(지금도 뭐 이룬 건 없지만)
혼도 많이 났다. 어쨌든 성인이 되어서 혼날 수 있다는 사실에 지금은 정말로 감사하지만 사실 다 커서 혼났을 때는 고집을 부리고 인정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혼내주는 사람이 주위에 있다는 것은 좋다.
혼나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더 개선될 여지가 있다는 소리니까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은 점은
나는 면접 포비아인데 단 한 번도 면접을 안 가본 적이 없다.
이게 뭐 칭찬이야!! 싶겠지만 어쨌든 물이 무서운 사람이 한 번도 수영시간에 안 빠진 거나 다름없을 정도의 나한테는 큰 마음먹음이었기 때문이다.
면접은 늘 무서웠고 겁이 났고 딱딱했고 머리가 새하얗게 변하는 경험이었다.
가기 전에 심장이 쿵쾅대고 속도 안 좋고 머리가 핑글핑글 돈다. 보고 나면 기력이 쭉 빠지는 느낌이다.
면접 과정도 힘들었고 피드백이 좋았던 것도 아니었다.
때로는 무례한 질문에 마음 상하기도 하고 공백기나 나이에 대한 공격에 시무룩해지고 스스로가 참 가치 없다 느껴지는 그런 경험이 많았다.
그래도 나는 가기 싫은 면접을 빠지지 않았다.
그래서 매 면접에서 적어도 한 가지씩은 느끼고 배우는 게 있었다.
가장 최근에 본 면접 두 가지에서도 배운 게 있었는데
첫 번째는 "봄인데 너무 다들 칙칙하게 입고 오셨네요. 좀 화사하게 입어도 좋을 텐데"였다.
이건 늘 우리 엄마가 나에게 "넌 인상도 별로 안 밝으니까 옷이라도 환하게 입어라. 염색이라도 좀 해라"인데
왠지 면접에서 풀 정장으로 갖춰 입어야 예의 같았는데 면접관 입으로 저런 말을 듣고 나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이제는 좀 어울리는 옷을 찾고 있다.
두 번째는 면접에 대한 여유가 생긴 점이다.
이제 스스로 아 내가 면접을 잘 보고 있구나/못보고 있구나, 이 답변은 적절하구나/쌩뚱맞구나
라는 정도의 사리분별이 가능할정도는 되었다.(그렇다고 딱히 잘보는 것도 아님)
예전엔 부들부들해서 내가 뭐라고 하다 나왔는지 어안이 벙벙한 상태였는데 지금은 냉정하게 나에 대한 평가가 가능해졌다. 이 일이 내가 할만한지, 여기에 내가 쓸모가 있는지도 알거 같다.
면접을 볼 수록 늘어난다고 말하기는 애매하다. 늘었다기엔 지금도 내가 잘하는거 같진 않다.
근데 적어도 안본거보다는 꾸준히 보길 잘했다고는 생각한다. 조금씩 면역력이 생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