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이 인생의 목표가 될 수는 없다.
나는 우스갯 소리로 친구들에게 말한다.
"요즘 내 직업이 이력서 쓰는 사람 같아."
친구들은 이정도로 취업 못하는 내가 좀 이상해보일수도 있지만 이미 장기 취준생이라 그런 시선들이 조금은 익숙해져버렸다.
인턴, 계약직, 파견직 등등 참 다양하게 써봤고 취업이 안돼서 면접도 남들보단 꽤 많이 보고 연봉 복지까진 바라지도 않았고 업무의 범위도 다양한 범위에서도 써보고 기업의 형태도 소기업/공기업 등등 엄청 써보고 다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론적으로 취업이 안됐다.
이쯤 얘기하면 친구들도 갸웃하긴 한다. "너가 눈이 높아서 그런게 아니고? 노력을 안한게 아니고?"
보통 아무데라도 될 법 한데 완전 소기업을 넣어도 계약직을 넣어도 안돼기 때문에
내가 면접을 건방지거나 성의없게 본 적도 없다. 지각을 해본적도 없다.
항상 긴장하고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대충하고 그런 깡이 있는 성격도 못된다.)
친구들은 벌써 두 번, 세 번의 이직을 했다.
그럼에도 인생에 과도기가 있는지 최근 다시 이직을 하거나 여러가지의 이유로 다시 인생의 갈등에 서있다.
(친구들이 신입으로 일하느라 이런 갈등이 없던 시기에도 나로 말하자면 몇년 내내 계속 갈등 상태였다.)
그래서 친구들이랑 얘기하다보면 깜짝 놀란다.
나는 거의 직업처럼 공고 찾아보고 이력서 쓰고 이런 일이 되어버려서 너무너무 재미가 없고 이젠 싫어도 의무감에 울며 겨자먹기로 쓰는데
직장인이면서 더 나은 곳으로 가고자 하는 친구들은 이력서를 쓰면서 위안을 삼는다.
퇴근 후에(혹은 업무 중에 짬을 내서) 공고를 찾아보고 될지 안될지 모르지만 더 좋은 곳으로 이력서를 쓰면서 어쩐지 이력서가 그들의 꿈을 실현하는 하나의 기쁨의 수단이 되어버린거 같은 기분이다.
현업으로 나름 이름 있는 기업에 다니는 친구도 그런 얘기를 했다.
지금 업무가 너무 힘들어서 주말이나 쉴 때마다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취업 시장이 생각보다 너무 싸늘해서 슬쩍 발을 담갔다 빼보고는 한다고.
아예 회사를 때려치고 이직을 준비할 엄두가 안나며 다시 취준생이 되기가 무섭다고.
아주 잠깐 취업했을 때도 나도 그런 생각을 했다
아 이런 회사보다 훨씬 좋은 데가 있을텐데 빨리 이력서 써서 더 잘되고 싶다 나가고 싶다.
어쩌면 불만이 있는 지금의 환경을 바꿔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기도 하니까 그렇게 기댔다.
다시 취준생의 입장에서 완벽하게 잃을 것 없이 돌아와보니 나는 절박하다.(아니 지금은 약간 해탈한거 같기도 하다.)
그렇지만 친구들의 마음도 이해가 가면서도 참 아이러니하다.
취업만 되면 모든 문제가 해결 될거 같았지만 그럼에도 인생은 너무 길어서
종착지에 다다랐다. 안정적이다. 라고 말할 수 있는 20대는 그렇게 많지 않구나
지금의 나는 취업이 꿈이라고 할 수 있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경제력이 생기는 일)
그런데 취업이 결국 인생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이걸로 끝이 아니기 때문에, 인생은 그럼에도 계속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