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1때인가 <센과 치히로의 모험>을 봤다. 내용 전체는 이해가 안됐지만, 딱 이 한 문장이 머리에 박혔다.
"네 자신이 되어라."
그 이후도 이런저런 만화, 드라마 등을 봐도 이상하게 이 말이 크게 다가왔다. 이어지는 질문과 함께.
"도대체 내 자신이 되는건 뭐지?"
"도대체 '어떤 내'가 되어야 하는건가?"
특히나 대학졸업-첫 취업 즈음에 이런생각이 많이 들었다. 딱히 하고싶은 일이 있지도 않았고,(사실 뭘 알아야 좋아하던가 하지) 막연히 돈을 벌고 싶었던 그 때.
20여년 인생에서 '진짜 나'가 드러날 만큼 큰 선택, 위기, 이벤트가 없고 단조로움 삶을 살아서 그랬을지도. (단조롭게 받아들인 내가 있었을 뿐인것 같기도.)
그렇게 '네 자신이 되라' 라는 '토익 900점을 맞아라'라는 말처럼, 자기계발의 하나 같이 느껴졌고, 게다가 그 목표도 구체적인 점수나 형상이 없는 모호함이었다.
그리고는...
잊고 있었다.
그냥 하루를, 한달을, 일년을 그저 열심히 살거나 놀멍쉬멍하거나, 그냥 살았다.
그런데 몇년 전부터는 자연스럽게,
'나는 ~~한 사람이야, 나는 ~~을 좋아하지.' 이런 얘기를 쉽게 하고 다녔다. 이게 나다운건가?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음, 그래 이것도 나다.
요즘 한창 재밌게 보고 있는 드라마 <겨우, 삼십> 20화에도 이 부분이 나와서 소름돋았다.
넷플릭스 오리지날이고, 캐릭터, 스토리, 짜임새, 아름다운 배경 등 내 머리속에 있던 중국드라마의 편견을 아주 와장창 깨준 드라마다.
특히 20화에서 세 주인공 (만 30을 맞이하는 여자친구들)이 각자의 고난을 대면하고, 깨닫는다.
- 사업을 위해 상류 부인들 모임에 힘들게 들어갔지만, 사기를 당하고, 누구의 부인이 아닌, 내 이름으로. 스스로 일어서는 구지아
- 신데렐라인줄 알았던 만니도 스스로 나아가기 위해 끝없이 몸부림치고 있었고
- 그동한 착한 딸로만 살아온 샤오친은, 30이 되어서야 자기를 찾을 생각을 해본다. 자기 자신을 더 대접하며.
여기에 도달하기 까지의 이야기, (아, 사실 여기는 드라마의 도달점이 아니라 변곡점이다)
그 서사를 더 잘 설명할 수 없는 내 능력이 참...아쉽지만, 이 걸 보고 알았다.
10년전에 생각한 나다움과, 지금의 나다움.
그때는 숙제같은 거였다면, 지금은 자연스러운 것. 그냥 뭍어나는 것.
뒤돌아볼 data가 별로 없을때, 억지로 쥐어짜는 것과,
그냥 흘러온 길을 봤을 뿐인데 자연스럽게 보이는 것.
30이 넘으면서 왜인지 모르게 편안함이라는게 조금 생겼다. data가 쌓여서 그런거 같다.
자신을 믿고, 자신을 믿자는 친구들이 있는 것.
드라마인데, 꼭 나에게 어깨동무하며 토닥이는 실제 친구들 같다.
为了我们自己 干杯!
우리 자신을 위해서, 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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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三十而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