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끽 Jul 09. 2021

수화기 너머.

며칠 전 이벤트에 당첨됐다. 정말 응원하며 구독하고 있는 몇 안 되는(?) 잡지인 빅이슈로부터 뮤지컬 티켓을 (하트!)

빅이슈 담당자님(이하 ‘빅담’)이 좌석 배정은 본인이 직접 해야 한다고 뮤지컬 쪽 전화번호를 알려줬다. 바로 전화해봤는데 안내방송만 나왔다. 2번 3번 해도 마찬가지… 당장 이번 주말 공연만 해당한다고 해서, 어제도 생각난 김에 전화해봤는데… 어랏 이게 뭐지? 아직도 안내방송만 나온다. 시간대도 다 다른데, 번호가 문제인 건가. 이 전화번호가 맞는지 몇 번이나 확인해봤는데 맞다. 인터넷 검색해도 이게 대표 번호고. 답답한 마음에 빅담에게도 물어봤는데, 이 번호는 맞다. 해당 뮤지컬 안내방송이 컬러링으로 나오니까 맞긴 맞는데… 왜 전화 연결은 안되지?!!



시간 내 대학로까지 가서 잘 보이지도 않는 자리에 앉긴 싫으니까 전화를 했다. 전화가 안 되니 빅담에게 카톡 문의로 물어봤는데, 친절하게도 알아봐 주신다고 했다.

그리고 오늘, 나는 까먹고 있었는데 빅담이 먼저 연락 와서 지금 본인이 통화되었으니 나보고도 전화해보란다. 진짜 된다고 돼!

그런데 뭐지…?



아아, 전화기 너머로 피곤함에 찌들고 찌든 목소리가 들린다. 시니컬하게 퉁퉁. 나는 물어보는 이름과 전화번호를 댄다. 그런데 뮤지컬 티켓 담당자분은 좌석은 공연 3일 전까지만 가능하니 그냥 오라는 것이다. 나는 그동안의 자조 지종을 설명하고 싶었으나… 수화기 너머 한숨 소리가 들린다.

아… 네 알겠습니다. (뚜-뚜)



배급사가 티켓을 무료로 여기저기 많이 뿌린 게 문제인 걸까?

그렇다면 애초에 이런 식으로 뿌리질 말던가, 뿌렸으면 관리 시스템을 잘 만들어 놓던가. 그 티켓 부스 직원은 무슨 잘못인가. 하루에 몇 번이나 이런 전화를 받을까? 아니, 그냥 하루에 몇 통의 전화를 받을까? 요즘엔 다 인터넷으로 예매하니, 전화만 전담하는 직원이 맞긴 한 걸까? 아니면 다른 일들도 같이 하면서 이것도 처리해야 하는 직장인일까?



그 전화기 너머의 목소리에서 내가 보이고 내 동료들이 보였다. 어쩔 수 없는 회사 시스템의 부재로 인해 몸으로 때워야 하는 사람들. 그게 아무리 작은 일이고 복잡한 일이라 시스템화 자체가 되지 않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그 컴플레인을 온몸으로 받아내야 하는 사람들에겐 절대 작지 않다.

사람을 쥐어짜야지만 나오는 그런 서비스를 받으며 우리는 살고 있는 게 아닐까…



반면에 빅이슈 담당자님은 한없이 친절했다. 본인이 굳이 해도 되지 않는 일까지 처리해주고, 나중에 내가 살짝 푸념했던 것도 들어주었다. 누구신진 모르겠지만 화면 너머로 그의 미소가 보인다. 나도 미소로 답한다. 그는 아직 이런 일(?)에 덜 치인 신입인 걸까, 그냥 태생이 친절하신 걸까. 문득 궁금해진다. 화면 너머.

작가의 이전글 우리 자신을 위해서, 건배!드라마 <겨우서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